[시사포커스] “지금,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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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4.04. 조회수 34483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3,4월호] [시사포커스(2)]

“지금,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요?”


이종익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


최근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 사안이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유명 운동선수로부터 시작된 과거 학교폭력 피해 폭로 현상이 연예계 및 일반인을 비롯한 공직자 자녀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집요한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학생이 자살을 하고, 일면식도 없는 학생들 간 사이버상의 다툼이 실제 집단 구타로 이어져 피해학생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또한 기숙학교에서는 동급생 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등 상상하기 힘든 심각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개인과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의 각 단위에서 상호 간의 개연성 없이 발생하는 사회현상이 아니라 각 요인들의 상호 작용으로 나타나는 사회문제이다. 학교폭력 제도는 그 실태와 양상, 사회적인 여론에 맞추어 2004년 관련법제정 이후 여러 차례 제·개정을 통해 보완되고 재정비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폭력의 대응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사이버폭력의 경우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마다 독특한 피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자녀를 잃은 고통으로 그 가정이 무너지는 등 이러한 학교폭력의 고통은 개인을 넘어 학교와 가정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근래에는 광주의 한 지역에서는 학교에 간다던 학생이 인근 야산에서 사체로 발견되었고, 강원의 한 지역에서는 사이버폭력을 당하던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있었다. 광주지역 사안의 경우 장례식 도중 아들이 폭행당하는 영상을 제보받았는데, 시신 운구를 맡기로 한 학생들이 가해자였음이 뒤늦게 알려지며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1만 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강원지역 사안 또한 사건 발생 2주 전 피해학생의 자해 사실을 교사가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알려지며 진상규명과 학교의 부작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35만 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는데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사이버폭력이 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렸다.


이와 같은 학교폭력은 지금도 존재하고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 발생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그리고 피해학생과 가족의 일상회복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은 피해학생의 보호보다 사안 처리 중심의 과정으로 피·가해학생의 판정으로 귀결되어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2차, 3차 가해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피해학생 보호와 일상회복이 지원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피해는 긴 시간 트라우마로 남는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학폭 미투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폭력 장면에 대한 반추와 또다시 폭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 등으로 과도한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며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피해학생 사안처리 과정에서 학생과 보호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주로 학교의 미온적 태도, 사안조사 절차에 대한 설명 및 이해를 위한 정보의 제공 부족, 보호자 또는 학생 면담 시 부적절한 대처, 비밀보장의 원칙이 깨져 목격자가 방어자가 될 수 없는 환경의 발생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다가 끝내 학교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 학생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정서 심리 지원을 위한 학교 내 전문상담인력(학교폭력 상담 전문가)배치 확대 및 이들의 학교폭력 전문 역량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회복을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한데 현재 피해전담기관은 현재 전국에 3개소(서울, 대구, 광주), 기숙형 시설은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전문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상담 및 치유 등의 통합적 개입이 가능한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을 확대 설치하여 피해학생의 일상회복을 적극지원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관계회복으로 학교폭력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안이 처리되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피·가해학생 간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푸른나무재단의 상담 사례를 보면 학교폭력 발생 초기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태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갈등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학생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고, 가해학생 역시 피해학생에게 반성과 용서의 마음을 전달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계회복은 중요하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데, 이점에서 처분중심의 행정적 처리 과정과 별도로 피해학생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발생 초기 가해학생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통하여 피해학생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고, 가해학생에게는 반성과 용서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교육적 해결을 위한 절차로 2차 가해 등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발생 즉시 당사자 동의하에 원만한 갈등해결을 위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되어 구조화되어야 한다.


세 번째, 학교폭력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학교폭력이 벌어진 당시 피해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고통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피해학생의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의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통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학생의 가족 구성원들의 경우 심리적인 어려움을 도움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피해학생과 그 가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지역사회가 도울 수 있다. 학교폭력 문제는 전 사회가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피해학생의 일상회복과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실제 심의위원회에서 피해학생이 보호조치 1·3호를 받을 경우에는 최대 3년까지 피해학생에 대한 상담비용이 지원되고 있지만, 정신적·신체적 피해 정도에 따라 그 이상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부모와 형제자매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상담 및 양육 코칭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는 ‘사후지도’라는 용어로 피해학생 적응 지도, 가해학생 선도, 주변학생 교육, 재발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가이드북과 법률을 보면 피·가해학생의 사후지도를 어느 시점에 어떠한 과정과 방식으로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별도의 설명이 부족하다. 학교폭력의 경우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받기까지는 최대 7주가 소요되고, 조치가 나오기까지 피·가해학생이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 피해학생은 등교를 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사후 관리의 개념은 통상적으로 조치이행 단계 이후를 다루고 있는데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사후관리는 범위를 확대하여 단계별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는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하고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 학교는 입시를 위해 교과수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 문제해결은 학교의 역할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화해와 용서를 통한 인간관계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교가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인식과 신뢰 회복에서 시작된다.


이에 푸른나무재단은 청소년과 그 가족들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는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전 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가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인식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1.학교는 학생 인성(人性)함양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2.학교가 주체가 되어 학교 내에서 재학 중 해결해야 한다.
3.근본적인 해결책은 사과와 화해를 통한 인간관계 회복이다.

이 글을 마치며,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평생 가는 고통이며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이다. 푸른나무재단이 설립되던 1995년에만 해도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이란 용어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나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화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실태와 양상이 다변화되고 고통받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피해학생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에 두어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학생과 그 가정의 회복과 치유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푸른나무재단은 청소년이 희망을 꿈꾸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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