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성공단이 닫히면 남북 미래가 닫힌다_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관리자
발행일 2013.04.09. 조회수 455
칼럼

개성공단이 닫히면 남북 미래가 닫힌다


 


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 출입제한.jpg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남북관계는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 다른 잃어버린 남북관계 5년의 역사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착공식을 시작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남북 간 신뢰의 탑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된다.

혹자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다시 개성공단 문을 열고, 생산설비에 쌓인 먼지를 닦고 기름을 다시 치면 예전과 다름없이 공장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 사고로 사망한 뒤 금강산관광길이 중단되면서 기업인들은 몸만 빠져나왔다. 하지만 금방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4년을 훌쩍 넘겼지만 금강산으로 돌아갈 기약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더구나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규정들을 공포하면서 아예 독자적인 개발을 선포해 버렸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 사업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다. 북한 근로자 5만3000여명과 함께 일했던 남한 기업 123개와 식자재, 원자재, 연료 등을 공급했던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예상 피해기업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개성공단 사업에 모든 재산을 걸었던 적지 않은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으로 일부를 보상받는다 해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새 둥지를 틀어도 임금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갖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이들에게 개성공단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생존보루다. 오죽하면 현지에 인질이 되어서라도 정상화될 때까지 남겠다고 하겠는가.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간신히 흑자 기반을 다져놓은 터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가 ‘퍼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오기’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일궈낸 성과다.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것은 수년간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기술교육을 전수한 수만명의 북한 관리직 및 기능공들과의 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5만30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은 우리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 파트너였다.

개성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남북한 인력이 모두 철수하면 북한은 공단지역을 다시 군사기지로 만들겠다고 한다. 첨예한 군사대결의 장으로 다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 설립 전에 있었던 군부대가 후방 15㎞ 뒤로 이동되었고, 2000년 6월 정주영을 만난 김정일이 군인들을 제대시켜 공업지구에 30만명의 노동력을 대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공급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로를 겪어 왔으나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신뢰만 쌓인다면 북한 군인들이 산업인력으로 전환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개성공단 활용은 중장기적 국가미래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북한의 호전적 언사나 도발 행위에 휘둘려 개성공단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미래의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수단과 자산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이번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시기와 방법,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즉각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는 한반도 전쟁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준전시 상황, 핵 위협 속에서도 남북 간 인적, 물적 왕래가 이어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더 큰 비극을 막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도 이끌 수 있는 차선책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현실이고, 우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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