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칼럼1] 도시개혁센터 3대 이사장 김수삼 교수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22.01.24. 조회수 12053
스토리

[도시개혁 23호/겨울호,재창간호] [위원칼럼1]

“도시적 문제는 국가 문제의 핵심이예요”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지향하는 도시 모델 만들어야’


- 도시개혁센터 3대 이사장 김수삼 교수 인터뷰 -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간사
dongi78@ccej.or.kr


 

지난 12월 8일(수) 오전 판교 투썬월드 빌딩에서 김수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도시개혁 책자를 재발간하며 역대 이사장님과 고문 등 원로분들을 찾아뵙고 도시개혁센터 활동하셨던 이야기들과 앞으로 도시개혁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들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김수삼 교수는 1997년 도시개혁센터 창립 멤버로 창립 당시부터 초창기 활동을 이끌었고, 2004~2006년에는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초창기 이야기

내가 경실련 활동을 시작하던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큰 사건이 2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1970년대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였고, 하나는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였어요. 아파트가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민아파트라고 지어놓은 게 하루 아침에 붕괴되면서 국가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가난한 사람들 아파트는 불안전하다는 불신이 싹텄어요. 노태우 정권 들어와서 주택 200만호 공급 내세우며 1기 신도시 만들고 하면서 인프라가 많이 필요했어요. 1980년대 강남북을 연결해야 되는 한강다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급조되기도 했는데, 대표적 다리이자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핵심 교량 하나가 떨어져 버렸어요. 성수대교가 떨어지며 32명이 사망했어요. 불과 몇 달 뒤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나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건물, 인프라, 아파트가 상징적으로 연속 터지면서 국민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시민사회에서도 안 되겠다 너무 공권력에만 의지하지 말고 시민사회 자구노력도 하고 감시도 해야겠다며 당시 유재현 사무총장, 서경석 목사 등과 상의해서 부실공사에 대해 대처하는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설물의 인프라만이 문제가 아니고, 도시 전체가 문제라고 보고 이걸 조직화하기로 하면서 도시개혁센터를 창립하게 된 것이지요. 도시적 문제는 국가 문제의 핵심이예요. 그런 차원에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의미가 있어요.
 
“개혁의 시작은 부실공사”

우리시대 도시정의라고 하는 것은 부실방지하는 것이고,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을 동원한 도시개발에 대해 NGO가 말할 만하다고 봤어요. 지하철, 도로, 터널, 교량 등 인프라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시설이거든요.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를 해주니까 프로페셔널하게 공무원들에게 도움도 주면서 한쪽으로는 사회적 경종도 울린다는 면에서 굉장히 명분이 있었어요.

최근에 경실련은 너무 주택정책에 치중돼 있는데 주택에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어요. 도시개혁센터가 다룰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활동할 당시에도 복지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주택가격을 논하는 것에는 우리가 참여할 수 없다고 했었지요. 경제전문가들이 다룰 주제 중 하나지 NGO가 나서서 얘기할 주제라고 보진 않아요. 사유재산은 자기가 필요하면 소송도 제기할 수 있고 크레임도 걸 수 있는데 공공재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감시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그건 NGO가 할 수밖에 없어요.

도시개혁센터의 미래에 대한 활동 영역이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대화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번 인터뷰에도 응하게 됐어요.
 
시민단체들이 몸으로만 싸우는 시대는 지나,
NGO 중심의 도시 플랫폼 만들어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할 것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리뷰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이 리빌딩하겠다고 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봐요. 바람직한 방향이고, 지금 딱 타이밍도 좋아요.

시민단체들이 몸으로만 싸우는 시대는 지났어요. 어디 가서 데모하고, 성명서 발표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럼 어ᄄᅠᇂ게 해야 되는가?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같은 데서 NGO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돼요. 시민들이 들락날락하면서 호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돼요. 청와대에 대통령한테 들어가는 플랫폼이 있다면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 도시문제 관련해서는 의견을 개진하면 우리를 대신해서 정부의 답변을 받아준다거나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몸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하다보면 몇 가지 중요한 변화들이 있을 거예요.

정보화 사회는 경계가 없고, 국경이 없고, 영역이 구별이 없어요. 서울, 인천, 부산이 경계가 없고, 한국적인 문제가 일본의 문제가 될 수 있고, 영국의 문제가 한국의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도시 NGO들하고도 네트워킹을 구성해 서로 간의 경험을 공유할 필요도 있어요. 인구감소 문제, 빈부격차, 도시재생, 공기질, 소음, 안전 등 모든 게 도시 문제고 도시적 문제를 어떻게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안전과 편안함, 행복이 보장된다고 보면 이제 NGO들이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대응, 시민들이 접근 가능한 플랫폼을 가지고 누구든지 들어와서 의견을 개진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사방을 오픈한 오픈 스테이스가 필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우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서 그 다음에 확장해가서 10년 후에는 경실련이 가지고 있는 도시계획 플랫폼이 우리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 모범적인 플랫폼이라고 국민들에게 인식되면 좋지 않겠어요. 정부하고 싸우는 게 우리 목표가 아니예요. 물론 과거에도 정부하고 대립각을 세웠을 때 항상 에너지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막 힘도 솟고 명분도 생기고 기자회견도 하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그것은 일부일 뿐이예요. 이제는 시대가 합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되는 시대예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이제 도시개혁센터는 도시개혁 연구와 대안을 제시하는 쪽에 비중을 둘 필요가 있어요.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지향하는 도시의 모델이 필요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이제 25년 가까이 되는데 이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지향하는 도시 모델이 뭐냐? 이런 질문에 답할 때가 왔다고 봐요. 그동안 우리가 계속 여러 현상을 보면서 처방도 내리고 잘못된 것도 있고 잘된 것도 있고 할 텐데 그런 시행착오 속에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추구하는 도시 모델이 있으면 좋아요. 이런 걸 지향하는 전문가들과 운동가들이 모여있는 게 도시개혁센터라고 소개하면 깔끔하단 말이지요.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임에도 불구하고 경실련하고 똑같이 간다고 사회정의, 경제정의 실천한다고 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예요. 이제는 도시 중심으로 이런 걸 보면 좋겠어요. 물론 10년, 20년 후에는 또 새로운 세계가 오면 체인지해주면 되고요.

우리 도시에 보면 뉴어바니즘 운동이 있어요. 과거와 다른 도시문제를 다뤄야되겠다고 도시의 혁신을 하자는 운동이 있었는데 그 다음에 도시에 대해 많은 이론이 나와요. 안전하고 편안하고 생태지향적이고 시민의 의식이 살아있어야 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이런 걸 다 가져야 되는데 이런 도시 만들기 정말 어렵죠. 조금 까다롭고 복잡한 거 같아서 나는 4가지 요소를 갖춘 도시를 지향하자고 정리해봤어요. 이런 네 가지 기능을 가진 도시로 우리의 도시를 탈바꿈하도록 바꾸면 어떨까 생각하며 제시하는 도시 모델이예요.

1. 인텔리전트한 도시 : 디지털 시대를 따라가는 편리하고 지적인 환경
2. 지속가능한 도시 :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도시
3. 환대하는 도시 : 장애인, 여성, 노인에게 호의적인 도시
4. 매력적인 도시 : 독특한 개성과 문화의 도입을 통한 우아한 도시의 창조

도시는 반드시 이런 요소들을 기반으로 설계해야 되는데 우리는 부자가 사는 동네, 집값이 높은 동네일수록 이런 게 없어요. 거꾸로 아주 묘하게 강남, 송파, 서초가 가장 불평등한 도시예요. 삶의 질에 대해 평등하고, 공정해야 되고,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돼야 하고, 치료받을 환경이 돼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게 편중돼 있어요. 지하철도 강남은 다 통과되는데 다른 지역은 왜 없느냐? 이런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히든 파워가 있다고 봐야죠. 사람 사는 사회는 반드시 존재하는 거예요. 미국도 있고, 유럽도 있는데 그걸 극소화시키는 것이 GO와 NGO의 싸움이예요. 그걸 합리화 시키는 것, 그래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의 역할이 오히려 앞으로 커지고 있다고 봐요. 너무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며 새로운 도시개혁 운동을 힘있게 펼쳐가길 바랍니다.
 

 
■ 김수삼 교수 주요 경력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3대(2004년~2006년) 이사장 역임
-1981~2001: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2003~2005: 대한토목학회 회장
-2003~2007: 한양대학교 부총장
-2010~2012: 초대 토지주택연구원장
-2013~2015: 성균관대 공과대학 대학원 석좌교수
-2017~2020: 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
-현재: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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