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욕먹을 각오로 쓰는 타워크레인 이야기

관리자
발행일 2019.05.27. 조회수 6251
스토리

[월간경실련 2019년 5,6월호 - 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욕먹을 각오로 쓰는 타워크레인 이야기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bansug5@ccej.or.kr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시민안전감시위원회는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년까지는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시 발생하는 대규모 인명사고가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급격히 증가한 무인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이슈다. 타워크레인은 건축 자재를 높은 곳까지 운반해주는 건설기계장비다. 타워크레인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타워 조종사가 운전석에서 직접 조정하는 유인타워크레인. 다른 하나는 조종사가 타워크레인 외부에서 조종기로 운전하는 무인 타워크레인이다.
 


 
무인 타워는 시가지 주변 건설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필자 집 근처에도 다세대주택 공사와 관공서 공사가 한창인데 두 현장 모두 3톤 미만의 무인 타워크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무인 타워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무인 타워는 전문 조종사가 필요 없어 장비 운영비가 적게 들고, 누구나 밤낮없이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기간 단축은 공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전문 조종사 없이도 상시 가동할 수 있는 무인 타워크레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발주자나 원청건설사뿐 아니라 하청, 재하청 업자들도 무인 타워크레인을 선호한다. 대한민국 건설 현장은 모두 하청공사로 이뤄진다. 타워크레인도 마찬가지다. 원청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에 하청을 주면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는 타워를 현장에 공급하고, 노조를 통해 조종사를 수급한다. 원청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 인건비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한 달에 200~300만 원 남짓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하청, 재하청업자들이 지급한다. 하청업체가 타워 조종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정식 계약을 통한 임금대가가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유인 타워크레인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타워크레인은 하청업체 중에서도 주로 골조업체와 일한다. 골조업체는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작업 자체가 안된다. 자재 인양이 제때 안되면 골조업체에 속한 수십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철근콘크리트 작업이 안 되면 후속 공종인 전기, 설비업체도 허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조업체 소장이나 반장은 타워크레인 조종사 눈치를 많이 본다.
 
문제는 더 있다. 골조업체야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일정 금액과 시간 외 수당을 지불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사용 횟수가 적은 다른 공종, 일테면 견출, 방수, 미장 등의 업체는 회당으로 운반 비용을 치른다. 직접 돈으로 주지 않는다면 조종사들에게 식사나 술을 사주는 식으로 비용을 대신 치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상가건물 공사는 대다수가 무인 타워크레인을 쓰고 있다. 요새는 아파트 현장에도 무인타워크레인이 쓰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무인 타워크레인이 유인 타워크레인에 비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 등으로 무인 타워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인 타워크레인이 늘어나는 만큼 타워 조종사 일자리는 줄어든다.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상적인 계약과 절차를 거치지 않는 돈.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눈 먼 돈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 원래는 건설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아니었을까. 필자는 이 불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타워 조종사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밖의 일이고 그에 따른 대가는 당연히 있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대가를 원청 건설사 혹은 계약을 맺은 임대업체에게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직접시공제가 답이다. 타워 조종사도 노동자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적정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하청업체, 재하청 반장으로부터 임금을 보장받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 건설현장의 원청으로부터 적정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워 조종사도 원청건설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계약에 따른 임금 지급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타워 조종사의 일자리도 보장되고, 건설현장도 훨씬 능률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건설노동자, 타워크레인 조종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제도다. 외환 위기 이전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대부분 건설사 중기사업소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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