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8.12.15. 조회수 2078
경제

부자들에 대한 감세와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을 주요 골자로 예산부수법안과 283조 6천원에 달하는 세출예산안이 여당인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번 예산안은 무분별한 감세로 인한 재정악화,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서민배려 부족, 심사과정의 졸속·부실·밀실 문제, 여당의 단독처리로 인한 정치적 정당성 상실 등으로 향후 정부여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 갈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빈약한 복지, 교육예산은 고통 받는 서민들을 더욱 고통으로 내몰 것이다.


세계경제의 악화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저소득층·영세사업자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고용안정 및 금융지원 등 대대적인 재정지출과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의 경우 평년 수준의 예산안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보건·복지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10.3% 증가한 75조원 정도가 책정되었다. 이는 예년과 같은 수준의 증가(2008년도 10.2% 증가)로 올해 급격한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면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현재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들을 생황을 보면 과연 실질적인 축소예산으로 적절한 정부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은행이 10년래 최악의 취업난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한 내년도 고용시장을 고려하고, 당장 올 한해만도 17만 명의 실업자 발생을 고려하면 당연히 실업급여 확대, 공공근로 사업 확대, 재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글로벌 청소년리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공공기관 청년인턴제사업 등 이미 그 실효성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업을 재탕하고 있어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특히 종부세의 실질적 폐지로 인해 지자체의 노인, 청소년 등 지역 복지예산이 4조원 가까이 자연 증발되었으나 이것에 대한 대책도 1조8천억에 머물고 있어 지역의 복지예산도 손을 놓았다.      


교육부문의 경우 8.8% 증가한 38조원 정도가 책정되었다. 전년도의 15.7% 증가분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등록금지원이나 초·중·고교 결식아동지원 등 경기불황에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교육예산이 완전히 무시되었다. 장기화될 경기불황으로 인한 발생하는 서민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내년 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부분은 도로·철도·항만과 같은 교통 및 물류기반시설이나 하천정비의 SOC사업으로 올해보다 26.7% 증가한 24.8조원이 책정된 것이다. 정부여당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에 따라 편성 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책이 될 수 없는 한마디로 잘못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를 분석하면, 토목·건설업에서 1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8.7개에 불과하다. 토목·건설업은 제조업을 제외한 전 산업 분야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기계 도입이 크게 늘면서 건설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제조업처럼 떨어지고 있다. 설령 늘어나는 일자리도 임시직 등 좋지 않은 일자리일 뿐이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아파트 처럼 과잉투자로 인해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효과성은 미지수 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산의 10%에 가까운 재정을, 특히 “형님예산”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들으면서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책정할 여력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 올수 있는지 정부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미국의 오바마 플랜처럼 산업구조의 전망에 따라 장기적 계획으로 IT, BT, NT, CT, 사회서비스 산업에 집중 투자 하는 것이 훨씬 위기대책으로 적절하다.  


둘째, 이번 세제개편으로 서민층은 9%, 부유층에게는 91%의 감세혜택이 돌아가게 되어 이로 인해 과세의 수직적 형평성이라는 조세원칙도 무너뜨렸고, 재정건전성만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는 확정된 세제개편안으로 줄어드는 총 감세규모를 16조 2천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중 약 1조 4천억 원 정도는 기저귀·분유의 부가세 면제와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확대, 신용카드 발행세액공제 확대 등에 따라 서민들이 체감할 수 감세효과로 볼 수 있고, 나머지 14조 8천억 원은 고가·다주택 소유자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갈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인별 과세기준 6억 원에 다양한 공제제도를 신설하고(1주택자 3억 원 공제, 고령자 최대 30%, 장기보유자 최대 40% 공제), 세율을 절반수준으로 인하(1∼3%에서 0.5∼2%)하여 현행 제도하의 1/4수준으로 과세금액이 낮아졌다. 특히 0.5% 재산세의 최고세율과 일치하는 12억 원미만(1주택자는 15억 원) 주택은 그나마도 종부세 부담이 사라져 버렸다.


▲양도세의 경우 1주택자의 경우 근로소득세율과 동일하게 2010년까지 6∼33%로 낮추고,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2주택자는 양도 차익의 50%를 양도세로 내던 것을 9∼36%로, 3주택자는 60%에서 45%로 낮췄다. 이는 정당한 근로에 따른 소득과세와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과세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대다수 국민의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처사이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근로소득자 중 하위 47%가 면세점이하로 납부대상이 되지 않아 저소득층은 아예 감세혜택을 받을 수조차 없으며 과표구간별로 보면, 내년에 2000만원 소득자가 5만원, 2010년에도 5만원의 세금감면의 효과를 보는 반면, 1억 원 소득자의 경우에는 각각 111만원과 172만원이 줄어들게 되어(4인 가구의 경우) 고소득자의 감세액이 저소득자 보다 많다.


위와 같은 세제개편은 경제위기 대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저소득층에 세제지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재정확충을 위해 오히려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것과는(영국은 연간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들의 소득세율은 현행 40%에서 45%로 인상함)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정부와 여야 모두 이 길고 험난한 경기불황의 여파를 가장 혹독하게 겪게 될 서민층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불황이 예견되는 시기에 무분별한 대규모 감세는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스럽다. 내년도 정부의 세입예산안은 177.7조원이었으나 국회 감세안이 통과됨에 따라 16.2조원의 예산이 줄어들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2% 대로 전망하고 있으니 이 수치까지 반영한 현실적인 내년도 국세수입은 4조원 가까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을 제외한 세입예산액은 통과된 안보다 20조원 정도가 부족하다. 정부는 부족한 세입액은 국채를 발행 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재정수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모두 허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무분별한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그 부담을 전부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경기활성화라는 효과도 불분명한데도 부자들에게 감세해주고 이를 다시 국민모두에게 전가하는 정부의 태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위기상황에서 정치사회적으로 계층 간, 지역 간의 분란만을 정부가 조장하는 꼴이 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은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대다수 서민들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고려하지 못한 채, 한가하게 부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대규모 감세안과 부적절한 예산배분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은 무성의하고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으로 건설업계 지원에만 쏠려있는 예산안과 부유층에 대한 무분별한 감세로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유발하는 감세안은 경제위기 극복 대책으로도 미약하고,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의 비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 많은 내년도 예산안을 힘에 기반 하여 무리하게 단독 처리한 여당은 이후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계속 한나라당이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적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743-9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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