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응급피임약 일반약으로 전환, 못할 이유 없다

관리자
발행일 2011.09.30. 조회수 1826
사회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위한 재분류를 요구한다 


경실련은 지난 6월 의약품 재분류를 위한 논의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시작될 때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문제를 단순히 의약품 재분류 대상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는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하였다.


 


하지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재분류 회의결과, “사후응급피임약의 경우 과학적 판단에 의하여만 분류를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오남용 가능성과 유익성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의약품 분류가 결정되어야 한다”며 보류 결정이 이뤄졌다. 당시 식약청은 사후응급피임약의 부작용 보고가 미미하고 응급의 의미에도 부합하지 않아 일반의약품 분류가 타당하다고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재분류 최종 결론은 약리적인 판단이나 일반약 기준의 적합성 여부를 따진 과학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인 기준도 정책적 판단도 아닌 재분류 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실망스러운 결정이었다.


 


이제 경실련은 의약품 전면 재분류를 추진 중에 있는 식약청에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위한 재분류를 재차 요청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피임관련 정책개발을 병행하는 적극적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한다.



1. 피임관련 정책 개발과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 제고, 병행되어야 한다


피임은 여성 스스로 선택과 책임을 가지는 주체로서 가져야 하는 권리이다. 하지만 권리가 권리로서 보장받으려면 주체는 관련 행위들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6월 한 제약사가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들의 피임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임신중절 시술 전 사용한 피임방법으로 먹는 피임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피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채널이 인터넷이나 친구 주변사람이 압도적으로 높고 의사나 학교교육 과정을 통해 피임정보를 얻는다는 대답은 아주 적었다고 한다.


 


또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유산율이 청소년 및 대학생 연령층에서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선행연구결과, 여고생 382명 중 94.5%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음에도 이들의 피임지식 오답율이 높았고, 중·고 여학생의 피임지식은 총 15점 만점에 3.8점으로 매우 낮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피임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문제는 피임을 철저히 해도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임신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100% 완벽한 피임방법은 없다. 이런 저런 피임을 시도했더라도 원치 않은 임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흔히 사용하는 피임방법의 경우 피임실패율을 보면, 일반적으로 15-29%의 높은 실패율을 보이며 먹는 피임약도 8%의 실패율을 보이고 있다. 완전히 안전하게 피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때,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 상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의도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효과적인 피임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올바른 피임방법과 계획적인 피임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여성의 건강 측면에서 사후적으로 위해를 최소하고 낙태예방 수단으로서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제고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2. 부작용 경미하고 전문가 진단 필요치 않은 사후응급피임약, 재분류 못할 이유 없다


사후응급피임약은 피임을 했지만 실패했을 때나 주변 상황 때문에 피임을 하지 못했을 때, 갑작스럽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게 됐을 때와 같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먹는 약이다.


 


사후응급피임약은 호르몬제라는 특성상 안전성이 일반 약보다 중시되는 측면이 있지만 피임과 낙태에 대한 우리사회의 보수적인 시각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수많은 논란 끝에 '노레보정'이 시판되었고 당시 종교단체 등이 반대한 이유도 최근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많은 보고와 외국사례가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미국 응급피임약에 대한 OTC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2003)에서는 0.75 mg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 복용하는 방법으로 한 패키지에 2알의 약이 들어있는데, 665명이 패키지를 설명없이 받았고, 540명이 복용했다고 한다. 이 중 단, 1.3%에서 부작용을 호소하였고, 6.6%가 label에 지시한 대로 복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10명이 연구 중 임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정보제공이나 상담 없이도 여성들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 FDA는 1999년 Plan B 사후응급피임약을 승인하였으며, 2005년 미국의 산부인과학회나 소아과학회는 안전성과 효과성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약국판매를 지지하였다. 2010년 8월에는 새로운 사후 피임약 ‘엘라’(Ella)를 승인하였는데, ‘엘라’는 기존의 사후 피임약인 ‘플랜 B’보다도 효능도 훨씬 좋은 획기적인 피임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언제든지 사후응급피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연령제한(미국의 경우 17세 이상, 캐나다의 경우 연령제한 없음)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치 않음에도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사후응급피임약의 경우 최대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고 12시간 이내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중절수술이나 미혼모 출산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이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사후응급피임약은 복용하는 시기에 소비자의 빠른 판단으로 복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반면 부작용은 경미하다. 식약청 보고에서와 같이 5년 동안 단 3건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정도이다.


 


3.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 제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통한 접근성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낙태단속이 강화되고 낙태시술한 의사들에 대한 고발 조치가 이어지면서 낙태가 더욱 음성화되고 낙태비용에 위험비용까지 부과되어 고가화 되거나 무면허시술에 의해 자료구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를 확산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경우 낙태 음성화에 따른 위험성 뿐만 아니라 고비용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낙태비용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2차 범죄가 발생하여 더욱 문제가 심각하였다. 이미 암시장에서 처방전 없이도 사후응급피임약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를 현실화하여 약국에서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서 구매하고 이용하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경우 피임도구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정보제공과 접근성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학교 보건소나 지역사회 보건소 등을 통해 연령제한에 따른 접근성의 문제를 해소하면서 사후응급피임약 비용도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후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 및 효과에 대한 사전 교육, 홍보 및 약국 판매시의 반드시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후응급피임약의 오남용 우려를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현재 사후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하지 못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제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식약청의 재분류 결정만이 남은 것이다.


다시한번 경실련은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청하며, 과학에 근거한 원칙과 정책적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피임관련 정책개발을 병행하는 적극적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기를 촉구한다.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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