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 이젠 내실화를

관리자
발행일 2005.03.14. 조회수 601
칼럼

공직자 재산공개 이젠 내실화를


정원철 경실련 정치입법팀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거래 부정의혹에 휩싸여 자진 사퇴한 뒤에도 공직자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다. 더욱이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지난해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던 것과 달리 행정부 75%, 입법부 68%, 사법부 60%가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가 다시금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현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들에 대한 엄정한 실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2의 이헌재사태 없도록


근본적 해결방향은 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종합적인 이해충돌방지 대책을 조속히 입법화하는 것에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공직자 재산통합검색시스템 구축과 대차대조표 형식의 총액관리방식을 골자로 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되어 온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공직자 재산공개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과제가 추가되어야 한다.


첫째, 부동산에 대한 재산등록을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로 하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실태가 일반국민의 평균수준을 웃돌고, 재산증식의 주요수단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시가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신뢰는 확보될 수 없다.


둘째, 주식은 물론 부동산 거래내역에 대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직자로서 국록을 받아 생활하며 공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직위를 이용한 개인이권 추구의 가능성을 모두 접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자세와 결단이 요구된다.


셋째, 재산등록 시 재산형성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하고, 자산취득 시점과 취득경위 및 자금 출처에 대한 자료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수만명의 재산등록자 중 지난 13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신고로 해임 내지 징계의결을 요구한 사례는 20명도 안된다. 현재로서는 허위등록과 투기혐의에 대한 검증과 실사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조항을 없애야 한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등 220명에 이르는 고위공직자가 고지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전 부총리 또한 여기에 해당되었다. 공직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한 후 위장증여나 변칙상속으로 가족들에게 은닉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다섯째, 등록재산의 실사를 위해 공직자윤리위를 통합하여 독립기구화하거나, 실사업무와 권한을 현재의 부패방지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재산등록에 대한 형식적인 심사기능이 실질적인 조사기능으로 바뀌어야 공직부패 척결과 투명성 확보를 이룰 수 있다.


백지신탁제 조속도입을


참여정부가 진정 공공부문의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에 걸맞은 공직기강과 윤리제도를 갖춰야 하며, 그럴 때 개혁정부를 자처할 자격이 있다. 그런 점에서 17대 총선 공약인 공직자 백지신탁제도는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직무 외 취업제한 및 소득제한, 관련직무 제척 조항과 퇴직공직자단체의 영리행위 제한 등 공직자윤리규정의 구체화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공직자 이해충돌 회피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직부패 근절은 물론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익추구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여 정부 효율성 증대와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공직자윤리 강화는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의 각종 부패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심각한 국가적 당면과제이다. 주인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의 정서와 요구가 이러할진대,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3월14일)


<위 글은 3월12일자 경향신문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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