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갈등 현장을 둘러보고…

관리자
발행일 2011.06.23. 조회수 1104
스토리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조근형 갈등해소센터 간사




현재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국방부, 해군, 제주도 등 정부기관과 안보를 매우 사랑하는 정치, 종교 등 제반 보수 세력들 그리고 이들로부터 공사를 수주 받은 삼성건설 등 대자본과 첨예한 갈등을 겪어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주민들 상호간에도 갈등이 있어왔고 아직도 갈등의 상흔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 갈등이 봉합되고 단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더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여러 사회시민단체들이 서로 연대하여 이 갈등 구조 안에 속속들이 참여함으로써 정치권도 뒤 늦게나마 자연스럽게 가세하게 되어 그 갈등의 폭이 얼마만큼 확대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나쁜 갈등은 사회에 독이 되지만 좋은 갈등은 오히려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며 건강한 상생의 사회로 진일보해 나가는데 중요한 변혁적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오래 놔두면 상하듯이 아무리 좋은 갈등도 오래 지속되도록 놔두면 우리 사회에 많은 비용을 유발케 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시점에 관련 모든 주체들이 개입하여 상생의 대안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이번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관련하여 발생한 갈등을 나쁜 갈등이 아닌 좋은 갈등으로 보고 이 갈등의 원인을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다만 한 가지 미리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가 이번 갈등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못 되어 강정마을 어르신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만을 근거로 했다는 점, 그래서 완벽한 객관적 진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있어 다소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주민, 정부, 자본 등등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에 발생한 갈등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르신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주민들이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는 갈등의 주요 원인은 바로 숙의, 합의, 절차 민주주의의 실종에 있다. 즉, 거대한 국책사업을 시행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국가가 자신을 지지하는 제반 사회, 정치, 종교, 자본 세력들을 등에 업고 자기 맘대로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사용하여 사업을 집행한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며 그들의 생존권과 재산권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하게 누려야 할 모든 권리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명백한 반민주적 행위인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바로 이러한 자신들의 제반 권리의 침해와 상실에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둘째,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자연마을공동체의 파괴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생동안 그리고 대대손손 지속가능한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연마을공동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현재와 미래 가치를 포함한 총체적 가치총량이 설령 정부가 현재보다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다시 해준다하여도 이보다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가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주민들에게 지급한 토지보상액과 일반 농작물 보상기준으로 지급한 농작물 보상액 및 어업권 보상액 등 제반 보상액이 크게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주민들이 내심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액이 작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한다. 주민들은 보상을 많이 해달라고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연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전면 중단, 철회하라는 것이다.


강정마을 전체 토지 중 일부만 강제수용 되었다고 한다. 그 수용된 토지의 전체 면적은 강정마을 주민들 전체 토지 소유면적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 수용된 토지의 절반가량은 외지인 소유라는 것이다. 결국 해군기지 건설로 강정마을에 투기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땅을 사놓은 외지인들의 배만 채워주는 꼴이 된 것이고, 이로 인해 평화롭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마을의 일부가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오직 해군기지 옆에 위치하여 삭막해져버리고 마을의 총체적 가치가 떨어져 버린 반불구 상태의 짜투리 조각난 마을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피폐한 조각마을에 살고 싶지 않고 지금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자연마을공동체를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주민들은 당장의 돈의 논리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자연마을공동체의 가치 논리를 더 중요시 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설령 현재보다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다 한들 돈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주민들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없어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결국 바로 앞에 보이는 쌈짓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재산권과 생존권과 인권마저도 다 잃어버리고 혼자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것을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돈 냄새 맡고 자식들이 달려오면 보상 받은 쌈짓돈 한 순간에 흩어져 없어져 버릴 것이고 그 돈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간에 불화가 생길 것이고 언젠가는 야금야금 보상 받은 돈 다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많이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함 없이 여유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현재의 자신들과 대대손손 후손들에게도 지속가능한 생존권과 재산권과 인권이 보장되는 자연마을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보상을 받고 지금의 자연마을공동체를 떠난다 하더라도 새로운 터전을 잡고 그곳에서 지금과 같은 농사나 어업을 새로 시작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당장에 충분치 않게 보상받은 돈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새롭게 토지를 얻어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곳에 한라봉 등 과수나무를 심어 수확이 가능한 시기까지 그 나무를 키우는데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더더군다나 나이 60이 넘으셔서 농사짓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생전에 그야말로 커다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란다.


세 번째, 정부의 정책 변화로 해군기지 필요성이 없어졌기에 이제 더 이상의 해군기지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강한 입장이다. 더군다나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각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자주적으로 잘 해나가도 부족할 판에 아름다운 절대보전지역을 파괴해 가면서까지 왜? 우리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MD체계 구축을 위해 그들의 전략적 기지로 이용되어야 하냐? 는 것이다. 이는 대중국 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어느 면으로 보나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는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주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한다면 기꺼이 다수의 주민들을 위해 소수의 주민들이 양보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전에 주민들 자체적으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주민들 중 약 80~90%정도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였다고 한다. 사실이 이러한데 정부측에서는 주민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주민들 대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한다고 허위 주장하며 주민들 간에 이간질을 책동하고 협박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기 위해 각종 공권력과 폭력을 휘둘러 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폭력적 행태에 강하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발생한 첨예한 오랜 갈등은 분명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의도에서 발생하였기에 좋은 갈등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과 연관된 우리 사회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성과 양심 있는 솔직한 대화의 장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어느 주체도 나서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해 당사자들간의 갈등이 적절한 시기에 해소되지 못하고 오랜 시간 지속되어옴으로써 갈등은 더더욱 증폭되어 가고 있고 더 많은 사회적 갈등 비용이 유발, 축적되어 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갈등 초창기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치권에서 이제는 염치를 조금이라도 아는지 모르는지 갈등이 확대되어 가니깐 이 갈등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각자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앙과 지역 정치와의 연계구조속에 있는 강정마을 일부 주민들 또한 이러한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이다. 더 나아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건이 우리 사회 모든 세력들 간의 커다란 정치적 쟁점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어느 일방이 결코 혼자서 풀어나갈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번 해군기지 건설 관련 갈등은 더더욱 사안이 크고 복잡하여 갈등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갈등과 연관된 모든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민을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양심을 가지고 솔직하게 논의하여 상생의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를 비롯한 어느 사회 일각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와 관련 정치권이 나서서 숙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지혜로운 결단을 조속히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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