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인터뷰]대안까지 생각하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관리자
발행일 2013.12.06. 조회수 715
칼럼

지난 11월7일 경실련 창립 24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은 경실련이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장려하고자 수여하는 상이다. 201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은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와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돌아갔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ICIJ 공동프로젝트)’ 연속 보도를 통해 사회 지도층의 조세피난처를 악용한 역외탈세의 실태를 처음으로 고발, 경제정의를 세우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됐다. 전국언론노조의 한 프로젝트로 시작, 빌딩 창문을 배경으로 노트북 컴퓨터에 쓰인 스크립트를 ‘티 안나게’ 마우스로 조정하며 읽어 내려가던 뉴스타파가 지금은 3만명이 넘는 회원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우뚝 섰다. 시상식 후 일주일이 지난 14일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김용진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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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간사(이하 안) : 인터뷰에 앞서 지난 12일 방송된 ‘양치기 언론, 5년 내내 부동산 바닥’이라는 보도를 재미있게 봤다. 경실련은 2005년부터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언론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면이 있어서 전월세상한제나 후분양제 등의 운동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한 경제신문에서 5년간 341회나 ‘부동산값이 바닥이다’라고 보도했다는 것이 뉴스타파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니 답답해하고 있던 우리에게도 위안이 됐다. 감사드린다.


김용진 대표(이하 김) : 별말씀을(웃음).


안 : 조세피난처 보도 전말이 궁금하다. 15개월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김 :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연합회)는 세계 60여개국에 200명 가까운 탐사보도 전문 기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일종의 네트워크다. 현재 ICIJ 사무국장 맡고 있는 제라드 라일(Gerard Ryle)은 원래 호주의 한 일간지 기자였다. 그가 2000년 호주 대기업의 탈세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하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의 고객 명단과 업무메일 등 각종 데이터가 들어있는 260GB의 자료를 입수한 것이다. 건수로만 따지면 250만건인데, 온갖 자료들이 뒤섞여 있으니 분석 가능한 정형화된 자료로 만드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조세피난처는 일국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 공조하에서 취재하기로 결정했고, 유럽, 아시아, 미주 회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본격적인 취재가 이루어졌다. 일보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13년 4월이었고,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같이 취재할 파트너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고, ICIJ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와서 시작됐다.


안 : 그 이후부터 뉴스타파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김 : 먼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한국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탈세나 돈세탁 등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지만 단순한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이슈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으니 그런 부분들은 걸러내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름들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한국 이름은 동명이인들이 많아, 이 사람이 우리가 찾던 그 사람이 맞는지 가려내는 게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신원 확인 후 시인을 받아내기 위해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서류상에 나타나 있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재확인하는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안 : ‘경제정의실천시민상’ 수상소감에서도 밝혔듯이 기성언론이 아닌,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뉴스타파였기에 ICIJ와 협력해 조세피난처 보도를 할 수 있었다.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 요즘, 뉴스타파의 강점은 무엇인가?


김 : 비영리 독립언론을 만들게 된 이유중 하나가 기성언론들의 일회성 보도와 대안 제시까지 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데일리 뉴스에 집중해야하는 언론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문제라면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지속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국정원 문제의 경우 올해 3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보도하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생각해야하고, 신문은 광고를 생각해야하지만, 뉴스타파는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광고주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고, 조직 자체가 정권이나 외부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세피난처 보도를 통해 사회 지도층의 해외 유령회사설립과 이를 통한 해외비밀계좌 운용 등을 폭로했고, 근본적인 배경에는 국제 투자은행 PB파트(Private Banking)에서 탈세, 돈세탁을 권유하고 자문하는 등의 배후 네트워킹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보도 이후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다양한 규제방안들 담은 조세관련법개정안 내놓았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아예 ‘뉴스타파법’이라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뉴스타파의 보도가 제도적인 대책마련까지 이어진 것이다. 


많은 것을 다루지 않고, 핵심이슈에 집중하면서 드러난 문제들의 해결방안과 대책까지 염두에 두며 활동하는 측면에서 NGO에서 일하는 방식과 유사점이 있다.


안 : 지난 9월20일 방송된 ‘자백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이런 차원의 다른 시도도 계획 중인가?


김 :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수용자들이 이해하기 편하게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지속적으로 시도하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접점이 확대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때문에 시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상이든지, 온라인상에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인포그래픽, 여기에서 나아가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볼 수 있는 인터액티브 그래픽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활용할 생각이다.


안 : 뉴스타파는 처음 다섯 명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인력은 어떻게 구성돼있나?


김 : PD, 기자, 리서처를 포함해 28명의 제작진과 2명의 행정직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주 2회를 방송하면서 비디오 저널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에 인력을 보강했고 촬영팀만 5명이다.


안 : 탐사보도의 과정이 NGO의 활동방식과 비슷하다.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와의 공조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


김 : 우리는 기본적으로 외부 전문가 및 싱크탱크와 협력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기성언론들은 전문성도 없으면서 언론브랜드의 권위를 내세워 자체 테두리 속에 매몰된 면이 있다. 그것은 언론의 전문성, 신뢰, 확장성을 제한하는 장애요소다. 외부와의 공조 협력을 넓히기 위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도입했다. 대중 속에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식견, 경험을 빌려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보도에 녹여내겠다는 취지에서다.


안 : 자세히 설명해달라.


김 :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때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명단과 개별 사례를 보도한 이후 남은 180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려 이들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실제로 1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고, 추가 취재가 이뤄졌다. 이제 뉴스 수용자는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됐다. 서로 교류하면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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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7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경실련 창립 24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에서 

   최정표 공동대표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에게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시상하고 있다


안 : 경실련에 바라는 점은 없나?


김 : NGO가 전문화되고 다변화되면서 핵심주제에 깊이 있게 다가가는 NGO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경실련은 경제정의란 전문성을 가지고 가는 부분이 중요하다. 87년 이후에는 정치부분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한지 오래다. 정치권력도 제어하기 힘든 경제권력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경제권력의 오남용, 일탈 등을 견제하는 역할을 집중적으로 하는 곳은 경실련밖에 없다고 본다.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며, 네트워크를 잘 구성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경실련이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안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 : 예산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예산 관련해서는 해마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예산안 통과가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둥 상투적인 뉴스밖에 보지 못한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이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편성되는데,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낭비되는 요소는 없는지, 누구를 위해 주로 쓰이는지 등을 알려주는 게 언론의 가장 큰 책무라고 본다. 아직 미약하지만 앞으로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언론지형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기성매체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의 경우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있다. 무엇보다 수용자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들이 제한되어있는 현 상황이 큰 비극이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타파는 편향된 언론지형에서 균형을 잡아, 저널리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싶다. 


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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