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사람들] "소비자 안전과 알권리 확대가 먼저”

관리자
발행일 2013.05.31. 조회수 1071
스토리
[경실련 사람들] "소비자 안전과  알권리 확대가 먼저”
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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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지난 4월 18일 경실련 강당에서는 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취임식이 열렸다.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는 “대통령을 역임하셨던 분께 구청장 자리를 부탁드리는 격이라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흔쾌히 맡아주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시민사회의 원로이자, 전 농림부장관인 김성훈 대표는 환경정의 이사장에서 퇴임한지 몇 달 만에 다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이하 소비자정의)의 수장이 됐다. 그런 그에게 먼저 소비자운동 한 가운데 서게 된 소감부터 물었다.

Q. 소비자정의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경실련에 처음 참여한 때가 경실련 설립 1년 후인 1990년에 가입했어요. 그때까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일명 소시모의 창립맴버로 활동하고 있었지요.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오염된 농산물이 우리나라 모 회사 분유로 들어왔고, 건포도도 수입됐어요. 면역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방사능에 유출된 식품을 먹일 수 없어서, 위에서부터 소비자운동을 시작하게된 것이지요. 경실련에 들어와서는 농업개혁위원장을 맡아 우루과이라운드 등 농업통상 문제에 집중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젊은 변호사들이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데 동참하게 됐습니다. 사실 신년회 자리에서 짜고 왔는지는 몰라도 고계현 총장이 김성훈 전 대표를 소비자정의 대표로 하는게 어떠시냐고 그러니까 ‘옳소!’하면서 박수를 다섯 번 씩이나 치는 게 아니겠어요. 너무 빼면 ‘저 혼자만 편하게 살려고 한다’고 될 것 같아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승낙을 했어요(웃음).


Q. 전화로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해 사무국 내에서는 ‘괜히 대표 맡으신 것 같다’라고 하기도 하는데요(웃음). 그 열정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나요?

A. 경제민주화가 절대 호화스러운 논의이거나 국민 개개인하고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실은 아주 가까운 ‘소비자’ 문제에서부터 접근할 수 있거든요.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그에 결탁한 보수언론이 권력을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다 보니 제대로 된 시장경제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하에서의 경제민주화는 소비자를 왕으로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봉’인 것이 현실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템이 무한하게 떠오르니까 연락을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직접 입수한 국내외 실증적 연구 자료들을 모아서 운영위원들과 이메일로 공유하기도 하고요.


Q. 소비자 7대 권리를 명함 뒤에 인쇄한 것도 운동의 일환인가요?

A.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처음 케네디 대통령이 발표한 소비자 권리를 접하고 감동을 받았어요.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소비자가 안전해야할 권리라고 말하는데 안전은 놀이기구로부터 어린이들의 안전, 불소와 같은 화학물질로부터의 안전, 먹을거리로부터 안전, 마실 물로부터 안전, 숨 쉴 공기로부터 안전 등이에요. 또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선택할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거든요. 그런데 선택을 하려면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두 번째로 알권리가 중요한 거죠. 이 물건이 안전한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원료는 어디서 왔는가 알아야할 권리가 있어요. 그것을 모든 상품마다 표시제로 나타내게 법에 명시돼있죠. 가령, GMO를 많이 먹으면 기형아를 낳고, 불임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바로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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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GMO 위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데요. GMO란 무엇인가요?

A. GMO는 Genetically 유전학적으로, Modified 조작된 아니면 변형된, Organism 물질이라는 뜻이에요. 해서 일반적으로 ‘유전자조작’이라고 하고, 농림부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서는 ‘유전자변형’이라고 번역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사실은 무엇보다 식품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보건복지부가 식품위생법에서 기업에 우호적인 ‘유전자재조합식품’이라는 용어를 법에 명문화시켜서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조합은 영어로는 Reorganized 또는 Recombined, Reoperated 등과 같은 단어를 써야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이건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불복지부’적인 행태라고 봐요. 이렇듯 정부 부처 간에도 각각 GMO를 놓고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각각 다르게 번역된 관계법을 태연히 입법화시킨 상황이 웃지 못 할 현실이라는 것이죠. GMO가 두개인 것도 아닌데, 이러니 소비자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용어 정리도 안 된 상태이니 표시제도가 안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해요.

Q. 경실련에서 GMO 표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GMO 표시제가 왜 중요한가요?

A. 요즘 세계적으로,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불임현상이 많아요. 이게 GMO 섭취의 영향을 받았다는 프랑스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국내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았어요. GMO의 위해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단 말이죠. 농림부장관 재직 당시 GMO표시제를 만들었는데, 농산물은 수입시 GMO성문을 3%이상 함유하고 있으면 다 표시하게 돼있어요. 문제는 보건복지부(식약처)소관의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GMO DNA가 검출되지 않거나 원료사용 비중순서가 다섯번째 이후일 경우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GMO로 만든 제품들은 표시를 실질적으로 하지 않고 있단 것이죠. GMO 콩으로 만든 두유, 카놀라유가 과연 GMO식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콩과 옥수수의 85%가 GMO인 상황에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콩나물, 두부, 콩기름을 먹는다면 GMO로 만든 식품들을 피할 길이 없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알고나 먹자는 얘깁니다. GMO 표시제 확대와 철저한 실시가 소비자의 안전해야할 권리와 알 권리, 선택해야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이에요.


Q. GMO식품이 그렇게 위험한가요?

A. 프랑스 언론인 마리 모니크 로뱅이 지은 「몬산토(죽음을 생산하는 기업)」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을 3일 밤낮으로 읽고 며칠간 잠을 못 잤어요. 프랑스에서 2년간 햄스터 2천마리를 대상으로 GMO식품의 위험성을 연구한 결과, 간이 붓고, 내장이 쪼그라들고, 사망률이 암컷 쥐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무도 모르는 사이 우리 젊은이들이 전부 다 위험에 노출돼 있고,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결국 예전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요.


Q. GMO 표시제 확대를 위해 필요한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표시제 확대’라기보다 표시제를 철저하게 정립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차원에서 GMO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독자적인 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바이오안전센터 같은 민간 연구기관이 객관적으로 인체·환경 위해성을 실험, 분석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정책을 세워야지만, 통상압력에 있어서도 정부가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식량자급률이 22.6%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곡물이 들어오더라도 선별적으로 들어올 수 있고, 조금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좋은 식품을 원하면 그걸 수입할 수 있는 발언권을 획득해야한다는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4대악 근절’ 중 네 번째가 식품의 안전성 강화인데 보건복지부는 GMO 식품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것이 없어요. 외국에서 GMO식품이 안전하다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는 식인데, 물론 기업들이야 다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죠. 몬산토와 같은 기업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학자들이 말하는 결과를 두고, 몬산토로부터 정치적 영향을 받은 미국 농림부와 식약청의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미국이 그렇게 안하니까 우리도 할 필요없다는 식은 이야기가 안되는 겁니다. 

몬산토의 주무대인 미국과 캐나다를 벗어나서 유럽이 어떻게 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EU에서는 0.9%이상만 함유되어있어도 모두 제품에 표시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단 것이죠. 박근혜 정부 초기에 GMO 문제로 대통령이 사과하는 사태가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각성해야 한다고 경실련이 지금 주장하고 있는 거예요. 정부의 4대악 근절 중에 하나로 식품 안정성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운동의 방향성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시대에 있어서 사회정의에 해당되는 소비자 정의의 실현이 매우 중요합니다. 30대 변호사 8명을 포함한 든든한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들이 활동하니 전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 되는 거죠. GMO문제뿐만 아니라 앱마켓 구매절차에 있어서 애플 등 회사의 불공정한 이용약관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에요. 식품업계 지인을 통해 경실련의 GMO 표시 확대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받아서 장진영 운영위원장에게 보여줬더니 “여기 쓰인 각 문장의 꼭 반대로 하라는 뜻이네요”라더군요.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면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해요. 

평생 농업식품환경에서 못 떠나고 있는데, 중학교 3학년인 1954년, 우리나라 최초의 4H클럽(실천을 통하여 배운다는 취지로 설립된 세계적인 청소년 단체로 4H는 머리 Head, 마음 Heart, 건강 Health, 손 Hands을 의미)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NGO활동을 시작했어요.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고향 쪽으로 두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있듯이 마음속에 처음 시민운동을 시작하던 때를 늘 기억하면서 내 시간 투자해서, 내 돈 내고, 내 전문성 가지고 떠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시민운동가로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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