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기리는 길

관리자
발행일 2014.06.09. 조회수 393
칼럼

 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기리는 길


 


 


 


 아직 세월호에서는 구조가 진행되고 있고 국민들은 희생자에 대한 간절한 애도의 감정으로 분향하고 있다. 슬픔과 희생자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은 그러나 세월과 함께 희미해질 질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기리자면, 드러나고 목격한 일에 대한 이성적 분노를 우리는 깊이 간직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라면 이러한 총체적 실패는 최소한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21년 전의 서해 훼리호 사건만 보아도 우리사회에서는 같은 실패가 되풀이 되고 있다. 이제는 표면적 분석과 정부의 전담부서 신설 같은 땜질식 처방을 넘어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이러한 재난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처해나가야 한다.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보여준 무능한 모습 때문에서라도 정부가 이일을 잘 해나가는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하여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민관전문가 구성된 이 세월호 대책위원회는 여론 무마를 위해 빠르게 대책을 제시하려하기 보다는 수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건의 정확한 분석과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대안적 시스템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셀 수가 없다. 일본으로 부터 중고품 배를 인수하여 구조변경하는 과정의 문제로부터 각종 안전장비에 대한 점검, 콘테이너 적재의 문제 등 사고를 유발한 요인들에서 시작하여 사고발생 후 선장 및 선원의 승객우선구조 의무태만, 출동한 해경구조대의 현장상황에 대한 판단 및 대처능력의 문제, 해경구조대 장비의 열악성, 관계부처간의 업무연계와 효율적 공조, 책임소재 불명, 재난 현장을 통제하는 지휘 계통 불안정성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난 사고에 대한 정부의 준비태세를 확실하게 갖추어야 한다. 재난의 성격별로 확실한 매뉴얼이 준비되어야 하고, 장비의 문제와 예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재난구조 전문인력의 확충과 매뉴얼 별 실제상황에 대비한 훈련체계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운업체의 안전규정 준수와 이에 대한 감독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선박 및 구명장비가 안전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지 상시 점검되고, 선원에 대한 재교육 및 감독, 그리고 항만기지와 운항중인 선박의 실시간 통신 및 통제시스템의 마련은 필수적일 것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그러나 반복된 해난사고로 완벽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의 안전운항에 대한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즉 존재하는 안전운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요소나 힘이 존재한다는 것 이며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세월호 사건의 반복을 막는 관건이라고 하겠다.


 


 안전운항체계를 무력화시켜 세월호와 어린 학생들을 바다에 수장한 주역으로 이제 해피아들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사회의 다른 분야에 도사리고 있는 모피아, 금피아, 세피아, 국피아 등 관피아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규제기관의 공무원들이 은퇴하면서 협회나 기업 같은 피규제기관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 자리로 옮겨 간다. 이 퇴직공무원들은 결국 피규제기관에 포획되는 것이다. 좋은 대우를 계속 받기 위하여 후배 공무원들에게 피규제대상 기업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눈감아주도록 로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은 당장에 제공되는 물질적 혜택과 은퇴 후의 취업기회를 감안하여 이들의 요구를 수용한다. 이 과정에 공공의 안전은 뒷전이 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피아들이 하부기관으로 내려가서 자리를 차지하는 관행을 단절하겠다고 의지 표명을 한 모양이다. 반가운 말이지만 어째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말인지 걱정이 된다. 지하경제양성화의 의지표명처럼 기대에 수십 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결과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도 없이 또 다른 국가적 의제로 세간의 관심을 몰아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관피아들의 문제는 규제기관과 피규제기관의 인적교류의 차단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공적 규제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 간의 업무영역이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기업의 대표들이 모여서 설립한 협회에 규제의 기능을 위임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 보아야 하고, 피규제기관들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수많은 평가 및 규제기관들(금감원, 회계기준원, 신용평가회사 등)의 재원조달의 문제에 대하여도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관피아들의 문제는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만들어 낸 중요한 뿌리의 하나지만 언론에서 들추지 않는 또 다른 중요한 범죄의 뿌리에 대하여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들의 희생은 직접적으로 선장과 선원들의 직무태만으로 야기되었으나 이들의 태만한 행태를 근본적으로 조장한 역할은 기업의 실질적 오너가 수행한 것이다. 6천톤급 배의 선장의 월급여가 270만원이고 선장과 승무원의 다수가 비정규직이었다. 안전장비의 교체도 회사는 거부하였고, 필요한 평형수도 기준보다 1000여톤을 덜 실으며 화물을 무리하게 적재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선원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선장은 청해진해운대표와 통화하느라 승객구조를 위한 시간을 허비했다. 즉 선장이 현장에서 판단하여 결정할 사항을 회사 측은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다.


 


 회사의 대표는 실제적 오너인 유병언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 유병언이라는 기업오너의 브레이크 없는 사익 추구가 사고를 야기한 것이다. 이 자는 자식들의 지분을 통하여 실제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인건비로, 사진작품을 팔아서, 그리고 상표권을 팔아서, 3자간의 거래라면 성립될 수 없는 폭리를 취하고 회사에는 껍데기만 남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실한 선박 및 안정장비, 비정규직 고용을 통한 비정상적인 비용절감 없이는 회사운영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언론에 비추어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개인들의 문제는 지적되나 이러한 개인들의 부당한 행태를 허용하고 방조하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뚜렷치 않아 보인다. 시스템이 정당하게 작동된다면, 그러한 나라라면,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세법을 통하여 이러한 행위는 부당한 행위로 부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이 쉽지 않다. 법에 근거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언제부터인가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에서 기업오너들이 잘못하고도 빠져나갈 구멍은 점점 넓어지고, 공정해야 할 법원의 판결도 금력에 지배받게 된지 이미 오래다. 대주주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면서 소액주주들과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무시된다. 회사의 이익을 편취하면서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은 하수인인 명목상의 회사대표에게 넘겨버린다. 법적으로는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서 빗겨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과 의무간 극도의 불균형이 청해진해운에서만 있는 일이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출자자의 유한책임을 제도화한 자본적 회사제도의 확립은 큰 발전이다. 그러나 회사제도가 오래되면서 사익추구의 달인들이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가와 입법권자들은 그래서 끊임없이 법을 수선해주어야 한다. 법제도는 모든 경제행위 참여자들에게 책임과 의무가 균형적으로 부여되도록 수시로 조정되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에 로비스트들이 준동하면서 이러한 미시적 제도적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장경제는 정실자본주의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김유찬 경실련 상임집행위 부위원장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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