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소액사건 판결이유 기재, 법으로 정하라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3984
사회 사법

 
소액사건 판결이유 기재, 법으로 정하라


- 법원의 소액사건 판결 이유기재 “노력” 환영
- 소액사건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 위해 국회가 나서야

 
지난 15일 법원이 소액사건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기재하도록 노력하라는 ‘소액사건심판에 관한 사무처리요령 전부개정예규안’을 행정예고했다. 현재 민사소액재판의 판결문에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충실한 재판을 도모하려는 법원의 개선의지를 환영하나, ‘노력해야 한다’는 임의규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충분하지 않다. 재판받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액사건심판의 판결이유 기재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는 등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액사건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
소액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이하 소액심판법)에 따라 민사소송 중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으로 전체 민사본안사건 중 70% 이상이다. 소액사건의 10건 중 8건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나홀로 소송’으로 변호사도 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판결문에는 판결 배경이나 법리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16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3,000만 원을 ‘소액’으로 보기도 어렵지만, 소액사건으로 분류되는 순간 사실상 단심제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다.
 
우리나라는 심급제도를 통해 잘못된 판결을 내릴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한 사건을 최대 3번까지 재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소액사건심판의 경우 2심의 판결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경우만 3심이 가능하다. 분쟁의 내용이 복잡한지 사안이 중대한지와 상관 없이 3심을 제한해 기본 2심으로 진행하는데 심지어 1심은 판결이유마저 알 수 없다. 이유도 모르는 소송당사자들은 수긍이나 법리적 반박을 할 수 없어 항소(2심 신청)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다.

“판사 부족에 따른 행정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했다.”
이러한 불합리한 특례들은 적은 법관이 과도하게 많은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한계로 생겨났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163명의 법관이 1인당 4,023건의 소액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독일의 약 5.17배, 프랑스의 약 2.36배, 일본의 3.05배에 이르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한 사건을 30분밖에 심리할 수 없다. 이것도 접수부터 선고까지의 시간을 광범위하게 추정한 것일 뿐, 보통 1~2분 내로 끝나는 소액재판에서 소송당사자는 변호사 조력 없이 논리정연하게 주장하기 어렵고, 법관은 판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질의응답 등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소액의 범위도 본래 법률로 20만 원을 규정했다가, 대법원규칙으로 위임한 후 소액의 상식적인 범위가 무너지면서 현재 3,000만 원까지 상향되었다. 독일은 약 82만 원, 일본은 610만 원이며 모두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국민의 온전한 권리보장을 위해 국회가 법 개정하라.”
이번에 발표된 법원의 예규개정안은 현실을 반영한 방안이나 최선은 아니다. 법에서 이유 생략을 허용했는데 하위 행정규칙에서 이를 의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규칙 개정으로 권고의 효력이 강화되겠으나, 근본적으로 판결이유 생략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법 개정을 해야 한다.
 
재판은 국민 누구나가 자신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법으로 정한 권리이며 절차이다. 소액 민사사건의 경우 소시민이 소송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민생과 직결된 문제이다.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행정편의를 위한 부당한 특례는 폐지되어야 한다. 소액사건의 판결이유 기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20대 국회부터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잠자고 있다. 국회가 더 이상 묵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사법부는 법관 증원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

20220919_경실련논평_소액사건 판결이유 기재, 법에서 규정하라
[참고] 20211130_경실련기자회견_소액사건 재판 실태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촉구 기자회견


 

2022년 9월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의 : 경실련 사회정책국(02-766-5624)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