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LH 순살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은 바로 전관특혜!?

관리자
발행일 2023.09.22. 조회수 49943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 [특집.순살아파트 없는 나라(1)]

LH 순살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은 바로 전관특혜!?


정택수 경제정책국 부장


2021년 3월, 경실련은 시사저널과 함께 2015년부터 2020년까지 LH의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및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사저널이 업계 내부고발자를 통해 받은 주요 건축사사무소의 ‘설계사 (LH 등) OB영입 현황’을 바탕으로 LH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2020년까지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은 총 536건 9,484억이었습니다. 그 중 LH 전관영입업체 47개가 용역 건의 55.4%(297건), 계약금액의 69.4%(6,582억)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수의계약 건수보다 금액 비율은 더 높았는데, 2015년 633억원으로 시작해 2020년 1,54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상위 10개사를 정리한 결과, 10개 업체 모두 LH 전관영입업체로 나타났습니다. 상위 10개 업체가 수의계약 한 건수는 121건(전체 536건의 23%), 계약금액은 3,596억원(전체 9,484억원의 38%)입니다. 국내 건축설계업체는 대략 1만 1,000개 정도인데, 그중 0.1% 업체가 총 수주건수의 1/4, 총 계약금액의 2/5를 챙겨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분석결과를 발표하자 경실련으로 LH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에 대한 용역평가 정리 자료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2021년 4월, 2020년∼2021년 3월까지 LH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LH가 건설사업관리용역의 낙찰자를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결정한 경우는 총 85건(92%)으로 나타났습니다. 85건 중 입찰참여 업체 수가 2개에 불과한 건이 65건(77%)나 되었습니다. 사실상 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인데 업체 간 돌아가면서 수주를 위한 담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됐습니다.



종심제는 일반적으로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입니다. 기술점수 평가는 평가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평가점수가 매겨지면 순위별로 평가점수를 강제로 차등 적용하는 강제차등점수제가 적용됩니다. 이로써 가격점수 등에 의해 수주업체가 바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 중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사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10개 사업 중 6개 사업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주관업체로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H 전관 영입업체가 공동도급으로 참여한 개별 사업까지 포함하면, 10개 사업 중 9개 사업을 가져갔습니다.



경실련의 문제제기를 토대로 2022년 6월 23일, 감사원은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H 내부 심사·평가위원 59명이 2276억원 상당의 58개 용역 관련 심사에서 재취업 퇴직자와 사전 접촉을 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 등이 확인됐습니다. 설계공모 심사 외부 심사위원이 업체의 사전접촉 사실을 신고했으나 해당 업체에게 경고장을 발급하는 데 그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경실련 문제제기한 LH 등 공공기관의 수주 과점 원인규명 및 근절방안 등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 4월 29일,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이던 공공아파트 AA13-2BL(이하 검단 안단테) 지하주차장의 슬래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아파트 공사의 발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이며, 시공업체는 지에스건설(이하 GS건설)입니다. 준공을 반년 가량 앞두고 있던 2021년 5월 착공, 2023년 10월 준공, 2023년 12월 입주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붕괴사고에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지점 상부에 어린이 놀이터가 조성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고는 2021년 6월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참사, 2022년 1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에 이어 3년 연속 재벌급 건설업체에 의해 벌어진 대형 붕괴사고였습니다. 거듭된 대형 붕괴사고로 국민적 불안감은 전체 건설산업에 대한 부실 공포로 확산됐습니다. 경실련은 검단 안단테 설계업체와 감리업체가 2021년 분석대상이었던 LH 전관 영입업체들임을 지적하며 전관특혜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뒤 국토교통부가 사고조사위원회와 사고현장특별점검단을 구성하여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설계·감리·시공 등 공사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철근이 대거 누락된 사실이 드러나자 순살아파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러나 LH 전관특혜와 붕괴사고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공을 맡은 GS건설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검단 안단테 1,666세대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발표했습니다.


LH는 검단안단테 사업의 발주자이자 공기업으로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누구보다 높습니다. 공사에 적절한 업체를 선정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부실한 업무처리를 방치하여 붕괴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경실련은 용역발주 단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LH 전관특혜 실체를 철저하게 밝혀아만 안전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했습니다.


경실련이 감사청구한 사항은 첫째, 전관 영입업체 부실설계 봐주기 의혹입니다. 사조위가 붕괴 발생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의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 설계상 32개소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실제 설계에는 기둥 15개소가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됐습니다. 붕괴사고가 벌어질 만큼 부실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LH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조위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심의절차 및 확인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만일 입찰단계부터 전관특혜가 영향을 미쳐 건실한 업체가 선정되지 못한 것이라면 사조위의 재발방지대책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실련은 용역업체가 어떤 이유로 인해 부실설계를 하게 됐으며, 수의계약을 맺는 과정은 적법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는 전관 영입업체 부실감리 봐주기 의혹입니다. 감리업무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에 포함되는데 검단 안단테의 경우 총 3개의 업체가 공동으로 해당 용역을 수주했습니다. 경실련 조사결과 이들 업체는 모두 LH 전관영입 업체였습니다. 사조위에 따르면 감리자는 설계도면, 구조계산서 등의 상호 일치 여부를 검토해야 했는데, 이를 미흡하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리업무의 불성실한 처리에도 발주처인 LH가 이를 잘 관리감독했다면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계-감리를 맡은 전관 영입업체의 부실한 일처리가 중첩된 결과 붕괴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입니다. LH가 이들을 소홀하게 관리감독 한 이유도 결국 전관특혜로 의심할 수밖에 없으므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공공사업 전관 영입업체 밀어주기 의혹입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조사결과에서 보듯 설계용역 수의계약 상당부분을 LH 전관업체들이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붕괴사고가 일어난 검단 건설사업관리 용역 건은 분석대상 기간인 2020년부터 2021년 3월 사이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경쟁입찰 방식인 종심제도 전관업체들에 사업을 몰아주는 창구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업체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2022년 감사에서는 불공정 계약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검단 용역과 관련하여 LH가 전관 영입업체와 공정한 과정으로 계약을 맺었는지 구체적이고 정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실련은 오랫동안 전관특혜 근절을 주장해왔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의계약, 종심제 등 공정성 논란이 있는 방식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LH 전관 영입업체라는 점, 전관 영입업체가 담당한 설계와 감리의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 된 점 등은 결국 전관특혜를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연결 짓게 합니다.


만일 기술이나 가격경쟁이 아닌 전관의 영입 여부로 업체 간 경쟁이 판가름 되는 게 사실이라면 건설산업의 발전도 크게 저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실련은 감사원에 LH 발주 검단신도시 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전관특혜 의혹 규명을 넘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특단의 전관특혜 근절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는, 가장 권한이 많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공공 발주기관(LH 등)에 대해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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