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마감재' 비중 겨우 20%대 불과, '건축비 인상 주요인' 주장 억지

관리자
발행일 2006.02.21. 조회수 2630
부동산

 


건축비 상승이 문제가 될 때마다 건설업체들은 “마감재가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에 건축비 인상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다보니 창호, 벽지, 바닥재, 가구 등의 마감재를 비싼 제품으로 골라 쓰게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서울 도곡동 렉슬아파트. 지하주차장과 데크 시설을 갖추고도 원가연동제 적용 아파트 건축비(평당 5백만원)보다 낮은 가격 3백66만원에 시공이 이뤄졌다. /김대진기자


그러나 아파트 건설사가 직접 작성하는 ‘실행내역서’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건축비 5백만원은 호텔 시공비=잠실 1단지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의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현관과 거실에 천연화강석을 깔고 방에는 참숯기능 바닥재와 저독성 친환경도배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 친환경페인트, 각종 고급 조명등, 층간 소음 완충재, 초고속 통신망 및 홈오토메이션 등의 고급 마감재도 사용키로 결정됐다.


이런 고급 마감재를 포함한 건축비는 ‘평당 4백17만원’. 더구나 조합원들(5,388가구)은 천연목 컬러 하이테크 창호, 고급 비데, 음식물 쓰레기 탈수기, 최고급 욕실 타일 및 쿠벤형 급배기 레인지후드 등 66가지 품목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서울 도곡동 렉슬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는 정부의 기본형 건축비(평당 3백39만원)에는 없는 지하주차장 건설비까지 포함, 평당 ‘3백66만원’에 시공을 했다. 이 건축비로 가구마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빌트인가구를 설치했을 뿐 아니라 우편함, 쓰레기 수거함 등도 최고급품을 사용했다. 여기에 한 그루에 수천만원 하는 나무까지 심어져 이 일대 최고의 조경을 자랑하고 있다.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인정하는 ‘평당 5백만원’ 내외면 최고급 호텔도 지을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고급 국산자재라도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코스트(비용)를 낮출 수 있고 수입산을 쓴다고 하더라도 평당 10만~20만원 정도 상승되는 것으로 보면 정확하다”고 말했다.


 


◇마감재 공사는 전체 건축비의 20% 안팎=본보가 입수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건축 실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마감재가 전체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건설업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원가의 20%가 변동함에 따라 전체 건축비가 두배 가까이 치솟는다는 이상한 계산이 성립되는 셈이다.


경기 용인 죽전지구에서 2004년 입주한 한 아파트의 경우, 마감재 비용은 총건축비(5백50억원)의 25%(1백40억원) 수준이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창호설치공사가 약 66억원, 내장목공사도 40억원 수준이었다. 또 비슷한 시기 공사에 착공한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마감재 공사비용으로 책정된 금액은 총 건축비 4백10억원중 23%(94억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최고급 아파트임을 내세우며 평당 1천5백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했던 도곡동 렉슬아파트의 마감재 비중은 더욱 낮았다.


시공을 담당한 현장 간부는 “렉슬의 마감재 비중은 공사비의 약 20% 정도”라며 “비싼 마감재를 사용해도 대량 공급을 하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폭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마감재에 책정된 금액에는 마감재를 설치하는 ‘인건비’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마감재료를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순수 재료비의 비중은 더 낮아진다. 특히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고급 마감재를 옵션으로 설정해 추가비용을 받아온 점도 ‘아파트값 상승은 고급 마감재 때문’이란 건설사측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I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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