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 및 금통위원 내정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2.03.20. 조회수 2856
경제

정부는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은의 관치적 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국회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라


정부는 어제(1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오는 3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전철환 현 한국은행총재 후임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인 박 승씨를 내정했다. 또한 오는 4월로 임기가 끝나는 금융통화위원 3명의 후임을 관련법에 따라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차관,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로 각각 내정했다고 한다. 한은총재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업무를 총괄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직을 수행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특히 올해에는 양대 선거,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가적 행사가 예 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연초부터 아파트가격 급등과 전월세 파동 등 부 동산투기 조짐으로 인한 서민들의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오던 서민들의 물가심리가 경기회복보다 훨씬 앞서가는 거품경제의 재현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 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4년은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통한 물가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이 우리 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경실련>은 한은총재 및 금통위원 내정에 즈음하여 중앙은행의 독립적 역할 수행과 향후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먼저, 박승 신임 내정자는 과거 성장위주의 건설부장관 출신으로 물가 안정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에 전력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공적자금관리 공동위원장이라는 직전 경력 역시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정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이며 소신있는 정책 운영에 부적절하다. 과거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그 기능이 정부에 예속되어 정치논리에 의한 과잉통화공급으로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상태를 구조화시켰다. 그로 인해 경제구조의 왜곡과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 앙은행으로서 독립적 역할 수행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점임 만큼 신임 총재는 정부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을 배제할 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통화신용정책 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국민경제의 균형 적, 안정적 발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경력과 소신을 겸비한 자라야 한다. 특히 정권교체 시기에 정치적 고려에 의한 한은총재의 교체시비가 일지 않도록 신임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정부와의 독립적 위상에서 총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라야 한다.


둘째,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금통위원들을 추천하는 법적인 권한은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대한상의 등 모두 민간기관들이 갖고 있으나 실질적 권한 행사를 재경부 등 정부가 내정하고 이들 기관은 형식적으로 추천하여 관치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인사의 경우에도 이미 전직 재경부 출신의 관료 2인이 금통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 금통위원 3인 중 1인을 사전 내정설이 파다했던 전직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임명함으로서 금통위의 통화신용정책이 정부의 입장에서 독립되어 운영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하는 결과가 되었다. 특히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에다, 양대 선거로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성장우선 정책에 대한 금통위의 견제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 사는 긍정적 평가를 얻기 어려우며 과거 관치인사의 전철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민간 출신 금통위원들이 소신에 따라 통화신용정책 을 결정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정부는 관치인사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금통위원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제고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경제민주화와 시장경제의 진전에 따라 중앙은행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차제에 한은 총재 역할의 중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한국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현행 한국은행법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한은 총재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의 최고책임자로서 정부로부 터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고 국민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관련법 개정하고 임기와 관련해서도 신분보장(해임사유)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이를 명확하 게 관련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보완이 전제되어야만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수행과 정치적 중립화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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