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위기 극복을 위한 協治(거버넌스)농정

관리자
발행일 2009.11.17. 조회수 564
칼럼

 


농업위기 극복을 위한  協治(거버넌스)농정



장원석 전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1. 민관 협치의 필요성


  민관 협치(協治)의 열린 거버넌스(governance) 구현은 정책 선진화의 기본이다. 시민사회의 성장에 따라 정책추진의 틀이 정부주도의 전통적인 통치방식으로부터 다자간 조정체제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갈등관리와 사회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정분야에서도, 대내외 농업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민․관․산․학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되고 일관된 농정을 추진할 수 있는 거버넌스형의 새로운 농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WTO/DDA 협상과 FTA 진전 등으로 인해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고,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정책형성과 집행방식을 결정하는 선진 외국의 농정매카니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농업발전을 위한 항구적인 틀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2. 거버넌스의 내용과 유형


  거버넌스 체제는 기본적으로 정부-시민사회-시장 간의 자발적 협력과 경쟁을 통한 협조 형태이며, 효율성과 민주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국정 운영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버넌스의 주요 구성요소로서는 구성주체, 제도적 조건, 운영원칙 등이고, 구성주체는 국가(정부), 시민사회(NGO), 시장(기업) 등이다. 제도적 조건으로서는 법적 기반, 재정적  안정성, 독립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운영원칙으로서, 거버넌스 체제는 국가적․사회적인  차원에서 공통의 목표 및 과제를 가져야 한다.
  거버넌스의 유형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거버넌스의 중심적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국가 중심적 거버넌스, 시민사회 중심적 거버넌스, 시장 중심적 거버넌스 등으로 구분된다. 국가 중심적 유형에는 신공공관리론과 기업가적 정부,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 등이다. 시민사회 중심적 거버넌스는 사회적 사이버네틱 체제와 자기  조직화 네트워크 등이다. 그리고 시장 중심적 거버넌스는 시장주의를 기초로 하며, 시장정부 모형과 최소국가론 등이다. 둘째, 범위 및 수준에 따라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지방화-분권화, 세계화-지역화 추세에 따른 로컬 거버넌스와 글로벌 거버넌스가 대두되고 있다. 그 외에 리저널 거버넌스, 내셔널 거버넌스, 사이버 거버넌스 등이 있다. 셋째, 구조로서의 거버넌스와 과정으로서의 거버넌스로 구분된다. 구조로서의 거버넌스는 계층제, 시장, 정책 네트 워크, 공동체로서의 거버넌스 등이 있다. 그리고 과정으로서의 거버넌스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방향잡기(steering) 또는 조정(coordinating)이다. 이는 명령이나 통제 같은 방식보다는  합의, 조정,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선호한다.


3. EU의 농정 거버넌스 사례
  EU회원국의 농업정책은 나라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농민단체를 참여시키고, 정책대상자의 선정 등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거나, 일부 농정과제를 위임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독일은 지방농정을 자치단체의 행정부서  또는 민간기구인 농업회의소 중에서 택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주차원의 설치법). 그리고 프랑스는 농업회의소를 전국적으로 구성하여 지도상담, 직업교육, 농촌관광 등의 농정업무를 민영화하고, 농업관련 각종 위원회에서 농정자문을 수행하고 있다(중앙정부 차원의 설치법). 또한 프랑스는 도 농업지도위원회를 구성하여 농업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지역농업발전계획을 수립하는데 농민단체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정책자금 대상자의 선정,  정책자금 배분을 심의한다.


  EU국가들의 협치농정, 즉 농정분야 거버넌스의 유형은 프랑스형(농민단체 주도의 이원적 체제), 독일형(농협과 농민단체의 이원적 체제), 스웨덴형(농협과 농민단체 일원적 체제), 덴마크형(농민단체와 농협을 포괄하는 농업협의회 체제), 오스트리아형(농업회의소 체제) 등을 들 수 있다.
  농정 거버넌스 체제로서 농업회의소를 농정자문, 정책집행 기구로 활용하고 있는 예를 보면, 프랑스는 지도기능, 독일은 지방농정 위탁사업, 일본은 농지관리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농정을 집행하는 데에 있어 현장 농업인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는 바, 한국의 협치농정을 이루는 수단으로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의 기능 중 일부를 농업인단체에 위임함으로써,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의 환류(feed-back)를 신속하게 하는 장점을 취하며, 정책비용의 감소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농정분야 거버넌스의 구축방안   -  농업회의소 창립 -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유형을 참조하여 우리도 농업회의소를 창립할 필요가 있으며, 구축방안을 요약,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농정분야 거버넌스의 기본 방향으로서, 그 목적은 민․관․산․학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참여농정의 틀 구축, 지역현장 맞춤형 농정의 구현, 농업인의 실익   증대와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격은 자문기구 수준을 넘어선 협의기구 또는 합의기구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농정분야 거버넌스의 주요 주체는 농업인단체와 협동조합(농협, 생협 등)이 되고, 보조적 주체는 농업관련산업과 학계 등으로 할 수 있다. 정부는 위임형 또는 협력형을 선택하여 이들 주체와 상호 연관성을 가지는 주체이다. 조직구조는 다층적인 구조로서, 중앙 단위-   도 단위-시․군 단위 등 3단계로 설립함이 어떨까 한다.

  중앙조직은 중앙정부와의 농정 파트너십이 주된 기능이고, 농업인의 권익대변 활동, 즉  지역조직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여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 농업인의 애로사항과 국내외   농업  실태 및 추세 등에 대한 조사 연구, 소비자 등 대국민 홍보 활동 등을 수행한다. 지역조직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의 농정 파트너십 및 지역농업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지역농업 활성화(맞춤형 지역농정 추진), 농업인의 권익보호 활동(농업인의 애로사항을 지자체에 대변하거나, 중앙조직과 협의), 도 농업기술원 또는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가, 전문 농업인 등과 함께 현장 농업인에 대한 기술․경영․유통 컨설팅, 교육훈련 사업 등의  실시, 기타 정부 위임․위탁사업 등이 될 수 있다. 재정은 회비와 컨설팅 및 교육훈련사업 수익과 정부가 위임․위탁하는 사업 또는 자체 사업수수료, 정부의 보조 지원 등을 통해  확보한다.

  추진단계는 현단계에서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하여 상당수의 단체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참여주체가 공동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여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농업회의소에 대한 농민단체의 추진의사를 확인한 다음, 합의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추진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 역할과 지위, 미래상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시군단위, 도단위 조직의 자발적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법제화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장 농업인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지역 순회 공개토론회 실시가 필요하다. 거버넌스 형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무추진단을 구성하는 단계이다. 각 농업인단체별로 실무위원을 추천받아 실무추진단을 구성해야 한다.


  거버넌스 중앙 및 지역조직 설립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지역별 또는 중앙의 내부 역량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주요 사업범위별 추진 방법으로서, 농정 거버넌스의 완전한 유형을 설립하는 방식, 단계별 접근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농식품부의 지역농업 활성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과의 연계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지역농업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된 지역단위 위원회 등은 농정분야 거버넌스의 틀 속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가 용이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오늘날 농어업인들이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민(농어업인), 관(정부), 산(관련업체), 학계가 힘을 합쳐 협치농정을 실현한다면, 갈등을 넘어선 통합, 경제정의와 번영, 미래와 희망이 있는 농어업·농어촌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현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경실련 상집위원, 농업개혁위원장, 정책위 부위원장 등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