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해외출장때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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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01.26. 조회수 1633
스토리

작성자 : 조홍근 대학생 인턴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중에는 흔히 ‘해외출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외교활동’이 있습니다. 이러한 외교활동은 국제사회에서의 외교협력 및 관계 증진, 선진제도의 시찰 등을 통한 의정활동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으며, 크게 의원단의 외교방문, 국제회의, 상임위원회 시찰 등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목적을 나열해보니 참 듣기에는 좋은데, 여러분은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러한 목적들을 성실하게 달성하고 있다고 믿고 계신가요? 



 각 지역주민들을 대표하는 지자체 의회나 단체장들의 ‘관광성 외유’문제가 여전히 심심치 않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요즈음, 과연 우리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과연 내실있는 방문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서 경실련은 18대 국회 개원 시점인 2008년 6월부터 2009년 8월 말까지 1년 2개월 동안 시행된 42건의 ‘의원외교활동실태’를 분석해 보았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의원들의 외교활동이 시행을 거듭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대안 모색 없이 방문국의 현황 위주로 작성되어 있는 부실한 결과보고서, 그리고 일정을 누락한다든지, 방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비목적성 일정이 과다하다든지 하는 등등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문제가 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몇 건을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우선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의 활동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2009년 1월 9일부터 19일까지 기재위의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과 나성린 의원, 민주당 백재현 의원,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이 터키와 이탈리아로 해외시찰을 갔습니다. 방문국 의회 및 정부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과 침체일로에 있는 실물경제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시찰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10여일의 방문기간 동안 공식 일정은 5건에 불과했고 목적성 일정은 단 4시간으로 6%에 불과하고, 나머지 94%에 해당하는 시간의 일정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일간의 공식일정 외에는 보고서에서 누락되어 전체 일정 확인이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도대체 94%에 해당되는 긴 시간동안 의원님들은 무얼 한 것일까요? 그 많은 시간동안 마냥 숙소에서 쉬기만 하셨을 리도 없을텐데 말이죠...



  다음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09년 3월 6일부터 15일까지 법사위의 민주당 유선호 의원,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과 홍일표 의원,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이 스페인, 모로코로 해외시찰을 갔습니다.


범죄인 인도, 형사사법공조 협의, 기타 사법제도 현황 파악 등을 시찰 목적으로 하였는데요. 이 시찰은 89%의 일정이 누락되어 있어서, 앞서 보았던 기재위의 모습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총 8박9일의 일정 중 역시 2일간의 일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록에 없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두 사례에는 각각 약 6천 4백여 만원의 세금이 시찰 비용으로 지출되었습니다.



 국회에 모이기만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열심히 싸우고, 부수고, 코미디를 연출하고, 서로 으르렁대면서 상종도 하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던 의원들이 방문외교 때만큼은 여야 할 것 없이 함께 해외로 나갑니다.


 


앞서 본 두 사례는 물론이고, 상당수의 다른 방문외교 사례도 여야의원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 중에 가장 열의를 보이고 화합을 이루는 때가 방문외교를 나가는 때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설마 자신의 돈은 들이지 않고 (국민의 세금으로)공짜로 외국 가는 거여서 그런 것은 아니겠죠?



 물론 위의 두 사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42건 중 비목적성 일정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17건(40.4%)이나 해당돼, 전반적으로 의원 외교활동의 고질적인 폐단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교활동 목적지를 대륙별로 살펴보니 유럽지역(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방문이 전체의 58%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면 방문목적상 후진국보다는 선진국을 많이 시찰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선진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국가를 방문하는 사례가 많은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목적 외 단순 문화, 관광 등이 고려되어 선택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유명 관광지로도 손꼽히는 이들 국가의 방문이 많은 것이 국민들로부터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먼저 예산내역과 구체적 일정이 시간대별로 기록된 결과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해야하고, 방문기관에 대한 소개나 방문국의 시행정책 설명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닌 반드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소개나 설명 위주의 보고서만 쓸 거라면 굳이 국회의원들이 아닌 보통 국민들이 방문외교를 떠나거나, 또는 방문외교를 떠나지 않고서 인터넷 서핑만 몇 번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국민들이 방문외교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에게 공짜로 잘 다녀오라고 세금까지 줘 가면서 바라는 것은 단순히 그 국가의 현황만 알아보고 오라는 것이 아니라, 심도 있는 활동을 통해 정책 대안을 발굴해 오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것일 겁니다.


또한 방문외교 활동의 계획을 철저히 심사하기 위해 국회 해외방문 운영협의회의 심의를 강화하는 등 효과적인 외교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외교활동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더욱 의원들 스스로가 철저한 계획과 시행으로 내실을 거둘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분석해 보았던 42회의 방문 외교활동만 보더라도 총 26억 6천9백만 여원이 지출되었는데, 이는 1회 평균 6천3백여만 원의 세금이 지출된 셈입니다.


경실련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국회의원 외교활동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의견을 제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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