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운동, 그 무엇이 마음에 와 닿을 때까지…

관리자
발행일 2011.04.27. 조회수 1164
스토리

경실련 운동, 그 무엇이 마음에 와 닿을 때까지…




채준하 기획·총무팀 부장

나는 22살 때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지만 그 중 경실련이 제일 오래된 직장 중에 하나다. 물론 경실련에 입사하기 전에는 일반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도 '내가 어떻게 시민단체에 왔지?' 라고 가끔 내 자신에게 묻곤 한다.




결혼 1년차인데다 애도 없고 32살인 여성인 나로선 직장을 선별하고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03년 11월3일 경실련 사무처 (현 기획·총무팀) 회계간사로써 첫 출근이다. 차가운 철 책상에 이사 가면 새 의자를 주시겠다는 약속과 함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보통 회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업무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면접 볼 때 사무실 보고 놀란 가슴,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미지급 상태로 남아 있는 회계장부를 보면서 도망가고 싶어 몸이 움찔함을 느꼈다. 하지만 조금은 예상을 하고 있었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나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비웃는다. 

회원 회비나 예측할 수 없는 후원금으로 모든 지출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매달 월급 걱정을 해야 한다. 나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다. 소외될 수도, 미움 받을 수도, 설움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실련 사람들이 나는 궁금해졌고, 어느새 그들이 나를 가르치고 깨우치려 하고 있다. 누구나 본인을 위해, 조직을 위해 자기한테 주어진 일들을 책임감을 갖고 멋지게 수행한다. 경실련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본인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일도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또 일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

선배 운동가 "시간이나 때우려 어린 애들을 버리고 여기 나와 있는 게 아냐"

관리운영 부서에서 활동하는 나도 경실련 기자회견에 동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카메라에 얼굴이 찍힐까 어떻게든 피켓으로 얼굴을 가려본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면 서로 격려와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사무실에 되돌아오지만 뒤 끝은 개운치 않다. 이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나는 동참했던가, 그저 인원수를 채워주기 위해 동참했던가 라는 생각에 허무함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바로 ‘피켓이라도 당당하게 들걸 그랬나?’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올해로 경실련에 근무한지 8년차다. 경실련은 나에게 무엇일까? 경실련은 나에게 내 머리보다 큰 생각 주머니를 갖게 해 주었고, 경실련 사람들의 배려로 나의 소중한 아들과 딸을 낳아서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갑내기 선배 상근자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시간이나 때우려 어린 애들을 버리고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던 말을 항상 기억한다.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남편에겐 현명한 아내로, 아들과 딸에겐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철없는 며느리 때문에 귀가 간지러우셨을 우리 시어머니에게는 자랑스러운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 활동가는 아니지만 관리운영 부서 활동가들을 위해, 경실련을 위해 이젠 나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해야 도움을 주고 모두 행복해 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근무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하고, 기자회견에서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이 얼굴이 아닌 내 가슴에 닿을 때까지 경실련과 함께 하고 싶다.

※ 이 글은 월간 경실련 3~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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