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에서 산 책] 우리는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

관리자
발행일 2023.09.25. 조회수 49953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 [혜화에서 산 책]

우리는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


- <오늘의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해방일지>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부장


‘여러분의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여러분은 부모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이러한 질문을 들으면 아마도 부모님의 성격이나 고향, 좋아하는 음식, 취미, 건강 상태 같은 것들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부모 이전의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그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엄마, 아빠,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 그 이전의 혹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일상에서의 그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이번 호에서는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머무르는 마지막 시간, <오늘의 엄마>

먼저 소개할 책은 강진아 작가의 <오늘의 엄마>입니다. 주인공 ‘정아’는 3년 전 애인의 죽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를 떠나보낸 슬픔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슬픔을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에게 전화가 옵니다. 엄마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내용이었죠. 자매는 엄마를 큰 병원으로 모셔 검사를 받고,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듣게 됩니다. 이제 정아에게는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엄마는 항암을 거부하고 병원에서는 최소한의 치료만 받은 뒤,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돕는 요양시설로 가게 됩니다. 자매는 때때로 싸우기도 하지만 힘을 모아서 엄마의 곁을 지킵니다. 그리고 정아는 병원에서 곁을 지키며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홀로 자매를 키워낸 엄마의 모습, 어린 시절 이모집에서 어렵게 살았던 모습, 그리고 외할머니와의 관계까지도 하나씩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엄마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오랜 시간 병마를 잘 견뎌냈지만 결국 마지막은 찾아옵니다. 간병을 하며 지낸 1년 정도의 시간은 정아를 지치게 하고 짜증나게도 했지만, 엄마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아는 착하다고 하는 엄마의 진심도 알게 된 소중한 마지막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상만으로도 눈물을 글썽이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이 책은 무척이나 슬픈 책이지만, 이별의 순간을 마냥 아프게만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어떤 마지막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지나간 삶을 돌아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젊은 날에는 빨치산이었고,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아버지의 허무한 죽음 소식이었죠. 주인공 ‘아리’는 소식을 듣고 고향인 구례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가 알고 지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소식을 듣고 내려간 고향에서는 장례식장의 사장부터 주변에 연락을 돌리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전부 아버지의 지인들입니다. 주인공은 그 사람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씩 되돌아봅니다. 아버지와 정치 성향이 달랐지만 매일 같이 만났던 박선생, 빨갱이가 잘 죽었다면서도 매일 같이 찾아오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담배 친구였다는 어린 소녀도 모두 아버지와의 각별한 인연이었습니다. 이 모든 게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아버지만이 가질 수 있었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이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풀기 힘든 사이가 남아 있었죠. 바로 아버지의 동생인 삼촌. 그에게 아버지는 한때는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형이었지만, 이후에는 평생 자신의 삶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평생을 술에 취해 형에게 화를 내며 살았습니다. 그런 삼촌도 장례식장에 찾아오는데요. 그에게 형의 죽음은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주인공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야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아버지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하지만, 죽음 자체보다는 관계를 통해서 아버지의 삶을 재밌고 유쾌하게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모님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인데요. 아무래도 가족 생각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 계절인 만큼 이 두 권의 책을 가족과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 이 책들을 읽다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수도 있으니 카페보다는 집에서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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