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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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2.16. 조회수 6407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대선특집호]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


윤순철 사무총장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한 달여 남았다. 선거 때면 언론과 방송들은 매일 후보자들의 지지율 여론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에 담당자들은 선거 판세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정책을 개발하며 지지율을 제고시킨다. 유권자의 시각에서 이번 선거는 과거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극복하면서 “이제껏 가보지 않았던 길”이란 말을 했는데 이를 빗대어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선거 상황”이라 한다. 꼭 투표를 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유권자도 주변에 많다. 투표일이 다가오는데 민심을 얻은 유력한 후보자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의 꽃이라는 공약답지 않은 공약들이 남발되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선거의 후보자는 많은 검증을 받게 된다. 이번 선거도 다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거대 양당의 후보자들과 가족들의 삶과 행적들이 시민의 상식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이 속속 드러나고 이를 둘러싼 네거티브가 수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할 대통령의 격에 맞느냐는 설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붉어지고 자극적으로 상대 후보를 흠집내려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와 무관심은 커지는데 정작 정책공약은 정치공세 속의 양념치기로 전락하였다. 대통령선거는 미래를 이끌 지도자와 정치세력들이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선택을 받는 경쟁적인 축제인데 정책이 실종된 것이다.


정책경쟁의 실종도 우려이지만 후보자와 정당들이 발표하는 공약들의 차별성과 구체성의 실종도 문제이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활동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특정한 이념을 공유한 세력이 형성되고 선거에서 “우리는 나라를 이러한 비전으로 이끌겠다”고 제시하는 게 공약이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라는 다른 이념으로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졌다. 발표한 공약들도 숙성되지 않았고 여론의 비판이 있으면 바로 바꿔버리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반응을 살짝 엿보기 하는 식이다. 그리고 수많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공약도 많다. 이렇게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들은 당선자 신분으로 국정 방향을 가다듬을 인수위원회에서 모두 뒤바뀌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보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당시 발표한 공약의 실현 비용을 추정하니 약 178 조원이었는데 실제로는 약 244조원이 들었다고 한 다. 66조원이 추가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의 공약 실현 비용을 추정하면 약 350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비공식으로는 400~45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재원은 국토보유세나 탄소세 등으로 마련한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약인 자영업자 지원, 병사 월급 등 20개 이상의 공약들은 비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추계가 어렵다. 재원은 국채발행이나 복지예산 지출 조정, 추경편성으로 마련한다고 한다. 당장 표를 얻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원하는 거 다 실현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라 재정은 한정돼 있다.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채관리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면서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결국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세금을 더 징수하거나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최종 공약집이 발표되면 보다 숙성된 공약들이 제시되겠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공약들은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공약을 판단하는 기준은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적실성, 개혁성, 구체성이 융합되어야 한다. 구체성은 공약이 선언규정뿐만 아니라 세부적 항목까지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지, 개혁성은 현실 문제를 개선하려는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적실성은 각 공약들이 현재의 경제 상황이나 소요 재원 마련 계획 등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적실성, 개혁성, 구체성이 유기적으로 묶여있을 때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당들이 발표하는 공약들은 적실성과 구체성이 많이 결여돼 있다. 심지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 성향과도 다른 공약들이 발표되기도 하고, 도화지의 밑그림처럼 방향만 보여주기도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전환기에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경제사회구조 개선책이나 부의 양극화 완화 같은 공약들은 찾기도 쉽지 않다. 표가 되는 타겟층을 정하고 입맛에 맞게 유혹하는 공약들만 내놓는다면 준비가 덜 됐다고 보기보다는 무책임한 것이다.


나라의 주인은 대선 후보자와 정당이 아닌 국민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최악이 아닌 후보라도 선택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선거이다. 현재의 4개 정당의 후보자 중 한 명이 대통령에 선출될 것이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바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국민의 책무이므로 시민단체, 학자들이 분석한 공약검증을 보시고 꼭 투표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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