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유급화가 총선 겨냥한 정략적 취지로 추진되서는 안된다

관리자
발행일 2003.05.09. 조회수 2595
정치

  현재 우리 지방의회는 전문성 결여로 인한 자질시비와 각종 이권개입에 의한 품위손상, 자영업자들로 과다 대표되어 나타나는 편향적 사고와 폐쇄성, 중앙정치의 예속 등으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전문성과 능력 있는 신진인사들이 지방의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지방의원을 현재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지방의회의원을 유급제로 전환하기에 앞서 제도의 본 뜻을 살릴 수 있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것은 지방의회제도의 전면적 개혁과 주민참여제도의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의회의원의 신분을 유급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의원정수가 적은 소의회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명예직을 전제로 의원정수가 많은 대의회형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의 의원정수를 그대로 두고 유급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방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유급화를 위해서는 유급화에 따른 급여수준과 더불어 의원정수의 축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의원정수를 기계적으로 감축할 경우 대표성 약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 및 광역의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안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유급제 전환에 따르는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유급화를 계기로 전문성을 지닌 유능한 인재들이 보다 많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고 현재의 기형(畸形)적인 정당공천 제도도 합리적으로 재정비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유능한 전문 인력의 의회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인 동시에 지역토호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공천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지방선거의 공천은 비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까지만 정당공천을 하고 있고 기초의원의 경우 공천배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일괄적인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주장이 있으나 지역주의 정당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풀뿌리 자치영역까지 중앙정치의 예속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제도의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므로 전체적인 선거제도의 틀에서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유급화의 전제는 문제 있는 지방의원에 대해서 주민들이 직접 견제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안 등과 같은 주민참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관련제도를 개선하고 유급화를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각종 이권과 비리에 연루되는 의원들이 발생한다면 유급화는 예산낭비에 불과하다. 비리와 이권에 연루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언제든지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지방의회의 수준과 질이 높아 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방의회의원의 유급화는 합리적 급여수준 논의를 포함한 의원정수 조정, 선거제도의 개선, 주민참여 제도 도입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한 뒤 다음 임기부터 시행하는 것이 맞다. 현재의 지방의회의원은 유급제를 전제로 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회 기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순수한 의지가 있다면, 표피적인 접근이 아니라 제도개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근본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 차례 유급화 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근본적 개선노력은 회피하면서, 총선시기에 임박해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유급화만을 주장해 온 것은 선거운동의 하부조직에 대한 선심성 발표를 통해 지방의원을 선거운동의 들러리 세우겠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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