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제정경제명령 대체법률제정 청원서 제출

관리자
발행일 2000.02.24. 조회수 3076
경제

I. 청원의 취지 및 배경


 1) 93년 8월 전격 실시된 금융실명제는 문민정부의 최대 개혁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난 것도 바로 금융실명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금융실명제는 구조적 허점이 많아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금융실명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차명거래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이며, 특히 합의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실정입니다.


    2) 따라서 금융실명제의 기대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의 근본 취지인 지하경제의 축소 및 조세의 형평성 구현, 정경유착 근절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경제정의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3)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일반 법률로 대체 입법해야 합니다. 현행 금융실명제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형태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동 명령은 금융실명제를 공개적으로 입법화할 경우 거액의 예금인출 사태 등 불안이 따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시행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 긴급명령은 타 법률과의 상충문제를 낳고 있으며, 실명거래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일반법률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예금비밀 보호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일반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행 비밀보호규정의 기본원칙은 유지해야 하겠지만 엄연한 범법사실의 혐의가 있는 경우 공적 사정기관의 감독과 사정활동에 필요한 금융거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비밀보호규정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5) 9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며, 종합과세대상 예금의 하한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따라서 금융실명제 정착의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로 4천만원 이자소득을 하한선으로 정하는 경우 해당자가 2만여명에 불과하는 등 극소수에 그쳐 큰 의미가 없으며 또한 주식, 장기채권 등에 대한 과세가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을 피하기 위한 자금흐름의 편중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제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6) 음성지하자금거래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절실한 것이 돈세탁 방지규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정 금액 이상 대규모 자금의 금융기관 입출금에 대하여 출처와 용도를 밝히는 것을 의무화하고 금융기관은 그 내역을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돈세탁을 차단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돈세탁을 위한 금융거래는 쌍벌 범죄행위로 다루어 거래자와 금융기관 모두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7)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대형비리는 내부자의 신고나 제보에 의해 밝혀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복이 두려워 내부자들이 신고나 제보를 꺼리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옴부즈만 제도 등 부패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으나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은 이미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법규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만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포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는 공직자가 비리제의를 받을 경우 제의자를  고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8) 경실련은 현재의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경제정의를 이루고, 정경유착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아래와 같이 구체적 대체 입법방향을 마련하여 청원하오니 이 법을 대체 입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II. 청원안의 주요 골자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일반 법률로 대체입법함.


2. 차명거래를 불법화하고, 차명거래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 금융기관을 통하는 모든 차명거래 불법화
   - 위반시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거래자에게도 엄한 벌칙 부과
   - 아직까지 실명화 절차를 밟지 않거나 합의 차명형태로 숨어 있는 대형 자
     금에 대해 자금출처조사 실시
   - 자금의 “실권리자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도록 함
   - 차명거래 적발시 원금의 40%를 과징금으로 부과


3. 예금비밀보호제도의 개선
   - 범법사실의 혐의가 있는 경우 공적 사정기관의 감독과 사정활동에 필요한
     금융거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함.


4.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  강화
   -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 대폭 인하
   - 종합과세 예외 금융상품 전면 폐지


5. 돈세탁 방지규정 마련
   -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 일정 금액 이상 대규모 자금의 금융기관 입출금시 출처와 용도를 밝힐 것
     을 의무화, 금융기관은 그 내역을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보고토록 함


6. 내부고발자 보호규정 마련


III.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제정경제명령의 대체입법 방향


1. 일반 법률로의 대체입법이 필요합니다. 
    
     1) 93년 금융실명제를 긴급재정경제명령 형태로 실시한 것은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금융실명제의 구체적인 실시 일정을 사전에 밝혔을 경우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긴급명령을 2년 반이 넘도록 존치시킬 이유가 없고, 특히 긴급명령의 일부 조항이 계속 다른 법률과 상충을 일으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일반 법률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2) 구체적으로 긴급명령 제4조의 비밀보호 조항은 공익 목적의 감시기능을 하는 다른 법률과의 상충문제를 빈번히 나았으며, 그런 대립적 상태를 정당간의 타협으로 해결하거나 때로는 다른 법률의 개정을 통해 '신법 우선의 원칙'을 근거로 긴급명령 제4조의 비밀보호조항이 뒤로 물러나는 식으로 해결되어 왔습니다.


     3) 정당간의 타협으로 해결을 본 사례는 94년 4월 상무대 비리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계획서 작성 소위에서 민주당이 문제가 된 227억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수표추적을 요구한 데 대해 민자당이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의 비밀보호 조항을 들어 거부하는 대립상태가 발생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제 2조에 의해 '국회에서의 서류제출을 요구받은 때는 누구든지 이에 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민자당은 긴급명령 제15조 2항에 '긴급명령의 규정과 다른 법률 규정이 서로 저촉될 경우 이 명령에 의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민자당의 '신법 우선의 원칙'과 민주당의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맞섰으나 민자당의 양보로 타협이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4) 다른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상충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34조>, 94년 12월 31일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제8조5항>, 1995년 1월 5일 개정된 <감사원법 제27조  2항> 등입니다. 현재 이들 법률상의 비밀보호 적용기준은 긴급명령의 비밀보호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률이 나중에 나온 법률이므로 '신법 우선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긴급명령은 다른 법에 우선해 적용된다는 자체 규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긴급명령의 조항이 배제된 것입니다. 따라서 개개 법률의 부분적 개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현재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일반 법률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2. 차명거래를 불법화하고, 차명거래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1) 현행 금융실명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차명거래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합의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란 점입니다. 차명거래가 허용됨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이를 수신고를 올리는데 악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수신고를 올리기 위해서 차명을 알선해주며 지하음성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금융실명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음성거래와 지하경제비리가 계속 만연하고 있습니다.


     2) 문제는 이와 같이 불법적인 차명거래가 만연해도 벌칙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금융기관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되고, 거래 당사자는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노태우씨 비자금 중 600억원 정도의 금액이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 명의로 그리고 300억원 정도의 금액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명의로 실명화 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2심 재판부에서 무죄선고된 바 있습니다.


     3) 차명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금융기관을 통하는 모든 차명거래를 불법화하고 위반시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거래자에게도 엄한 벌칙을 부과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아직까지 실명화 절차를 밟지 않거나 합의 차명형태로 숨어 있는 대형 음성자금에 대해서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하여 비리를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차명거래를 방지하기위해 긴급명령 상에 “실지명의”에 의해 금융거래를 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실권리자의 명의”에 의해 금융거래를 하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도록하는 경우, 돈의 실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거래자 본인의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면 합법적인 금융거래가 되므로 사실상 차명거래를 허용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차명거래를 불허하기위해서는 자금의 “실권리자의 명의”에 의해 금융거래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5) 차명거래를 방지하기위해 형사적인 제재보다는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있는 대안입니다. 즉, 차명거래에 대하여는 원금의 40%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세무조사나 금융기관에서 국세청에 통보하는 금융소득자료의 분석을 통해 차명거래의 적발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3. 예금비밀보호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1) 현행 금융실명제는 지나친 예금 비밀보호로 사실상 비리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은행감독원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신한은행 관련자들의 비밀보호규정 위반 조사에 초점을 맞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경제원은 각급 금융기관에 지시하여 차명계좌에 대해 발설을 못하게 긴급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비밀보호규정을 비리보호에 적극 활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2) 일반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행 비밀보장규정의 기본원칙은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엄연한 범법사실의 혐의가 있는 경우 공적 사정기관의 감독과 사정활동에 필요한 금융거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비밀보호규정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이때 아무리 범법혐의자에 대한 금융거래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본래의 감독과 사정 목적 이외에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3) 금융실명제는 차명거래를 허용하고 예금비밀을 과도하게 보호함으로써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상태입니다. 실제로 비리자금이 합의차명 형태로 실명화 절차를 밟기만 하면 이후 철저한 예금비밀을 보장받기 때문에 발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금융실명제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실시한 금융실명제는 한마디로 바닥이 뚫린 그물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집니다. 노태우씨 비자금이 걸린 것은 차명거래 관리를 잘못한 것 때문이지 실명제의 구속력 때문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러한 헛점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비리가 이미 금융실명제의 그물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4.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한 필수적 수단입니다. 종합과세대상 예금의 하한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따라서 금융실명제 정착의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행대로 4천만원 이자소득을 하한선으로 정할 경우 해당자가 2만9천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극소수에 그쳐 큰 의미가 없으며, 또한 주식, 장기채권 등에 대한 과세가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을 피하기 위한 자금흐름의 편중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제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대폭 낮추고 종합과세 예외 금융상품을 폐지해야 합니다.


5. 음성지하자금거래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돈세탁 방지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1) 돈세탁이란 부정한 거래에 의해서 얻은 돈을 금융기관을 경유함으로써 깨끗한 돈으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금융기관에게 이러한 돈세탁을 허용한다는 것은 경제범죄를 조장하는 것으로 시장경제질서에 근본적인 위협을 가져옵니다.


     2) 현행 금융실명제는 돈세탁을 방지하는데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자체의 실명화만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거래자의 실지 명의로 거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어서 돈세탁에 이용되는 차명거래를 막는 장치가 없습니다.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에서 한보의 정태수 회장,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합의 차명으로 실명전환했는데 이는 사실상 돈세탁을 해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돈세탁을 해주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에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은 노태우씨 비자금을 수표 바꿔치기 방법 등으로 돈세탁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차명거래와 돈세탁을 통한 뇌물, 탈세, 밀수, 조직 범죄 등의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습니다. 또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제적 범죄자금이 흘러들어 돈을 세탁해가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더구나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검은 돈이 합법을 가장하여 정당한 자금을 세탁하면 예금비밀보호 규정에 의해 완전한 보호를 받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기관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세탁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돈세탁 방지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4) 현재 우리나라는 돈세탁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할 수 있는 법률조항이 없습니다. 다만 은행감독원이 제정한 「금융기관 내부 통제 업무 취급 요령」에서 돈세탁에 관여한 금융기관종사자에 대해 견책에서 면직까지 문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죽은 규정이나 다름없습니다. 상부 지시에 의해 돈세탁을 할 경우 사실상 문책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이 규정을 적용하여 돈세탁 관련자를 처벌한 사례는 없습니다.


     5)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근거를 대지 못하는 자금의 금융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즉 일정 자금 이상을 예금하거나 인출할 때 거래자는 금융기관에 자금의 출처와 용도를 밝혀야 하며, 금융기관은 거래내역을 국세청등 관계기관에 보고하여 부정거래 자금의 여부를 확인하게 합니다. 만약 자금이 돈세탁을 목적으로 불법 금융거래를 한 것이 밝혀질 때에는 관련자들은 엄한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미국의 경우 1만 달러 이상의 입출금을 관계기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돈세탁 거래자로 밝혀질 경우 10년에서 20년의 징역형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과 돈세탁 금액 중 큰 금액의 벌금형, 또는 양자를 병과하여 처벌합니다. 또 돈세탁을 해준 금융기관은 2억 9천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미국은 돈세탁을 색출하기 위하여 90년 4월 재무부산하에 금융비리수사국을 두어 검은 돈을 추적하고 있는데 돈세탁 분석을 45분 이내에 끝내는 기동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6) 우리나라도 일정 금액 이상 대규모 자금의 금융기관 입출금에 대하여 출처와 용도를 밝히는 것을 의무화하고 금융기관은 그 내역을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돈세탁을 차단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돈세탁을 위한 금융거래는 쌍벌 범죄행위로 다루어 거래자와 금융기관 모두 처벌해야 합니다. 여기서 금융기관이 돈세탁을 은닉하거나 위장하기 위해 관계기관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엄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6.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1)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것은 내부 관련자들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종욱, 이우근, 김신섭 등 문제의 차명계좌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은 비리의 척결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비자금 적발의 공로자들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감독원이 이들을 밤샘조사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은 현행 금융실명제의 근본적인 모순입니다. 따라서 내부 관련자들이 비리계좌에 대해서 공익차원에서 고발을 할 경우 이들을 보호해주는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2) 그동안 우리사회의 대형비리는 내부자의 신고나 제보에 의해 밝혀진 것이 대부분입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복이 두려워 내부자들이 신고나 제보를 꺼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비리의 고발자를 법으로 보호할 경우 구조적 부패의 척결에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동안 수많은 조치가 취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정부패가 대규모로 구조화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내부 고발자를 법적으로 보호하여 비리척결을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의미있는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미국의 경우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옴부즈만 제도 등 부패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으나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은 이미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법규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대만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포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는 공직자가 비리제의를 받을 경우 제의자를 고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4) 우리나라도 내부자가 비리에 관한 정보를 감사원과 국세청 등 공적 사정기관에 신고나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불이익조치도 취해서는 안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포상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신고나 제보가 있을 때 철저한 조사를 하여 본인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형사처벌대상이 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직자가 비리를 제의 받을 경우 이를 고발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 보호는 개인감정이나 사이익 추구 차원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고발이 허위나 불순한 의도로 판명될 때는 고발자를 적절히 처벌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V.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조항에 관한 긴급제정경제명령 개정의 기대효과


1. 완전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어 차도명거래가 차단되고 거래가 당국에 노출되게 되면 지하경제는 대부분 소멸될 것입니다.


2. 자금과 인력이 지하경제로 빠져나가는 일이 중단되므로, 금리와 임금이 하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 상품의 대외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3. 과거 독재권력과 재벌기업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국민의 삶의 기반인 각종 산업과 국책사업들을 자신들의 이권으로 만들고 부당한 축재를 했습니다. 금융실명제가 강화되면 이러한 타락정치와 부정부패가 척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금융기관의 기록을 통하여 부동산거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모든 세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므로 공정과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 양도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자영업자소득 및 상속과 증여에 의한 소득에 대한 정확한 과세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6. 주식이나 채권의 상속과 증여가 정확하게 과세됨으로써 부가 세대간에 이전될 때마다 부의 분산이 실현될 것입니다.


7. 검은 돈의 흐름을 추방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부정직한 거래가 추방되면 정직한 사회를 위한 기초가 마련될 것입니다.


V. 정부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


   현 강경식 부총리가 취임한 직후부터 금융실명제가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금융실명제로 인해 저축이 줄고 과소비풍조가 생겨나고 자금난이 가중되었으며,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것이엇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정부와 국회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되다가 지난 5월 30일에는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기 위해 긴급명령을 대체하는 입법안이 입법예고 되었습니다.   


 <경실련>은 지난 6월 5일 각계의 전문가를 모시고 [금융실명제와 자금세탁방지법의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라는 주제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정부 입법안에 대한 평가작업을 수행하였으며, 이 결과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정부 입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자 합니다.


1. 40% 분리과세 선택 허용안은 차명거래를 조장함으로써 금융실명제나 상속.증여세를 근본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므로 삭제되어야 합니다.


   1) 그동안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자금을 분산시킨 고액 금융소득자들이나 명의를 그들에게 빌려준 자들은 분리과세 허용으로 보다 안심하고 차명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입법예고안 부칙 제11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소득세 최고세율(40%)에 의한 분리과세의 선택을 허용하며 당해 금융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도록 할 때, 여러 가지 목적으로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고자 하는 자는 40% 분리과세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분리과세를 선택하더라도 본인명의로 분리과세를 선택하는데는 주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리과세를 선택한 자의 인적사항은 국세청에 통보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100% 안전을 기하기 위해 차명을 선택할 것입니다. 즉, 합의차명 예금이 성행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와같이 차명거래가 더욱 쉬워질 경우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금세탁까지 가능해 진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즉, 금융거래가 통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차명으로 계좌를 계설한 뒤 단기 음성자금을 무리없이 세탁할 수 있게 됩니다.


   2) 분리과세선택허용은 금융실명제자체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습니다. 분리과세를 통해 금융소득자료마저 통보되지 않을 경우 자금출처조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이를 이용한 상속과 증여세 포탈행위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3) 결론적으로 분리과세선택허용안은 현재 마련된 안 자체로는 차명거래를 조장함으로써 금융실명제나 상속.증여세를 근본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변제도 및 행정적 강화는 이안의 실효성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고려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분리과세선택허용안은 마땅히 삭제되어져야 합니다.


2. 중소기업출자자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면제 조항은 그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며, 검은 돈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결과만 될 것이므로 삭제되어야 합니다.


   1) 지하자금의 양성화는 현금형태로 제도금융권밖에 있는 자금이 제도금융권으로 흡수되거나 중소기업투입자금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미 제도금융권 내에 있던 실명이나 차명형태의 자금이 중소기업출자자금으로 흡수된다면 이는 지하자금의 양성화가 아니라 제도금융권내에서 대출자금 등으로 활용되던 자금이 빠져나가서 중소기업출자 자금화한다는 이동의 의미밖에 없는 것이므로 중소기업자금난 해소라는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2) 더욱이 의무출자기간을 5년이상으로 할 경우 상속.증여세 회피를 목적으로한 자금이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출자금을 회수할 경우 이는 해당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다시 부추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실명미확인계좌 실명전환시 자금출처조사 면제안은 상속.증여세 회피수단이 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지하자금 양성화라는 취지에서 볼 때도 논리적 타당성이 없으므로 삭제되어야 합니다.


   실명전환하지 않은 3조 2천억원을 양성화해서 산업자금화자는 논리는 실명전화하지않은 자금이 현재 제도금융권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타당성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실명전화하지 못한 자는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고 과징금을 40%로 동결하는 이번 보완방아니 실현될 경우 적극적으로 실명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은행 등에 묶여 있었던 거액자금을 실명전환하고 나면 이 자금은 더 이상 제도금융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적어지고 이는 저축률을 오히려 줄이게 될 것입니다.


4.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인해 이번 정부입법안은 금융실명제 자체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재검토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1)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한 사후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금융실명제를 매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근거로 금융실명제를 완화하고자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2) 더욱이 실효성 자체가 회의적인 지하자금의 산업자금화방안으로 내세운 여러 대안들은 실시되었을 경우 금융실명제 자체나 세제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3)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완화과정을 거친 금융실명제를 이제와서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실효성도 없이 본격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은 현정부가 그동안 포이 평가받고 있는 금융실명제의 실시마저 포기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4) 대체입법을 통해 금융실명제를 완화하더라도 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으로 금융실명제의 근본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 또한 위험한 논리입니다. 대체입법안과 자금세탁방지법안이 국회에서 심의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의 핵심적인 조항 몇가지만 추가적으로 완화되고 자금세탁방지법은 통과되지 않을 경우 금융실명제는 존재가치를 상실하게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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