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때추니 정혜진 작가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17.09.29. 조회수 2143
스토리
월간경실련의 오아시스 같은 코너! ‘뻘때추니’의 정혜진 작가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정혜진 작가님은 2013년 3~4월호(통권 133호)부터 재능기부를 통해 좋은 그림과 글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주고 계십니다. 바쁘신 중에도 경실련 회관까지 직접 발걸음 해주셔서 반갑게 작가님과 만났습니다.

 



▲ 지난 9월 6일 경실련 1층 카페에서 정혜진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2013년부터 함께 해주셨는데 경실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직장에서 일로 알고 지내던 분이 경실련 상근자로 오시게 됐어요. 그 분이 제가 평소 낙서처럼 그림 그려서 카톡에 올리던 걸 보시고, 경실련 잡지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ᄄᅠᇂ겠냐 제안을 하셨죠. 공식적으로 제 그림을 어딘가에 싣는 다는 게 처음이어서 영광이었어요. 직업으로 하는 정식 일러스트레이터도 아닌데.. 라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구요. 처음에 경실련 잡지라고 해서 왠지 시사만평같은 걸 해야하는 줄 알고 부담스러웠는데, 당시에 월간경실련 담당하던 간사님이 안 그래도 잡지 자체가 무거운 내용이 많으니까 편하게 재미있게 해달라고 하셔서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었어요.

저에게 제안해주셨던 간사님이 경실련을 그만두셔서 제 코너도 탈락되겠거니 했는데, 계속 지면을 주셔서 감사했지요. 2년 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4년을 넘겼다니! 두 달에 한번이어서 할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해요.

 

  • '뻘때추니' 제목의 뜻이 무엇인가요?


‘제멋대로 짤짤거리며 요리조리 싸다니는 여자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에요. 소설에선가 보고, 마음에 들어 아이디로도 쓰곤 했었어요. 20대 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ᄈᅠᆯ때추니 같은 게집아이가 되고 싶었던 거죠. 아는 사람 많지 않은 우리말이라 더 애착이 가기도 했고요. 첫 그림을 보내고 제목은 뭐로 하면 좋을지 물어오셔서 급하게 이 제목으로 짓게 되었어요.

 



▲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주셔서 인터뷰 내내 좋은 친구와 만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어떻게 그림으로 시사적인 이야기나 삶의 이야기를 그려내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역사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역사공부를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위안부 문제처럼 관심 가지는 주제들은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기도 하고 대학 시절 피가 뜨거울 때는 다큐멘터리들도 찾아보고 한참 그런 시기도 있었어요. 등록금 투쟁이나 주로 학교 행사와 축제 진행 등의 활동이었지만 학생회 활동도 했었어요. 뻘때추니 덕분에 경실련에서 다루시는 자료들 접하면서 직장인으로 완전히 전환하기 전까지 20대 때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느낌을 끈으로 붙잡고 있는 루트가 되고 있어요.

제가 작업하는 방식은 종이에 아무 생각없이 이것 저것 그려보다가 여기다 이런 글을 붙이거나 여기다 어떤 사람을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그리는 거에요.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그려야지 하고 그리는 것들도 있지만 우연히 나오는 것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더 재미있는 내용들이 나와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이 그럴 때 나오더라구요.

 

  • 경실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생각들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전통있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SNS도 활성화 하신다고 하니까 시민과 더 소통도 많이 하고 그러면 좋겠어요.

지금 직장에 들어오기 전 미술관련 계통에서 계약직으로 2년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당시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해야하는 법 때문에 2년 지나면 무조건 자르는 회사들이 많았어요. 그때 법과 정책이 내 삶을 바꾼다는 걸 느꼈어요. 제도만으로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구멍이 많다는 걸 느끼며 언론이나 시민단체 활동이 그 구멍을 메꿀 수 있다고 믿었어요. 제도가 바뀌는 게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걸 알게 되면서 시민단체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 지금까지 총 25편 그려주셨는데, 작가가 직접 뽑는 베스트 3를 뽑아주세요.


네 질문을 받자마자 딱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어요. 지금쯤이면 이런 그림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제 마음이랑 상황이랑 경실련에서 배려해주신 것들이 잘 맞아떨어졌던 3편이었던 거 같아요.

먼저, 제일 첫 작품이었던 지나가다 문득을 뽑고 싶어요.



 

두 번째는 세월호 사건 이후 그렸던 기억이라는 그림이에요. 이 그림은 저도 되게 감사했던 게 이전까지는 흑백작업을 했어요. 제가 포토샵도 잘 못하고 그래서 흑백으로 보내드리고 흑백으로 실어주셨어요. 그런데, 세월호 때는 노란색을 강조하며 그렸더니 경실련 잡지가 다 흑백인데 표지 뒷면에 실어주셔서 컬러로 볼 수 있게 해주셨더라구요. 원래 표지 앞뒤는 광고자리라 컬러로 나오는 귀한 자리인데,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셨구나. 귀한 자리 내주셨구나 감동이 됐었어요.



 

마지막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그린 그림이에요. 2차인지 3차인지 대국민 담화 때 기자회견 하고 돌아서는 박 대통령 뒷모습 보며 그림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뻘때추니 작품들을 보면 내 모습을 들킨 거 같아 따끔하게 찔리기도 하고, 너무 공감이 돼 나도 모르게 미소 짓거나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세상은 1등만 주목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가치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신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을 통해 받은 느낌을 작가님과의 만남에서도 느낄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잡자인 저도 한편 뽑아봤습니다. 작가님은 어렵지 않게 3편을 뽑아주셨는데 저는 정말 어렵더군요. 여러 편을 두고 망설인 결과, 가볍고 유쾌하지만 진중하게 살아가자는 다짐으로 2013년 11, 12호 ‘그림자’ 그림으로 뽑았습니다.

“그림자가 있어야 ‘안정감’이 완성되듯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도 ‘그늘과 우울’ 이라는 그림자가 있어야 현실감과 존재감이 비로소 완성되는 거 아닐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