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년 전 후퇴된 선거제도, 이번엔 제대로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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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2.02. 조회수 34805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1,2월호 – 특집. 2024 정치개혁을 향하여(1)]

3년 전 후퇴된 선거제도, 이번엔 제대로 개혁하자!


서휘원 사회정책국 팀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9년, 정당 지지율과 실제 의석수 간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당시 거대 정당의 저항으로 정당 득표율과 전체 의석수를 50%에 한해서 연동시키고, 이마저도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도입되었다.


선거법 개정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에 연동률 50%와 연동률 캡(30석)을 요구했으며, 야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4당은 당시 합의문 발표 이후, 연동률 캡은 21
대 총선에서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고, 앞으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데에 합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만 공천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퇴색시켰으며, 아직까지도 선거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3년 전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거대 정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가 민의가 왜곡되는 현상을 개선하고자 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지역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정당의 지지율보다는 어느 지역구에서 승리하느냐가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게다가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방식이 선거구에서 1등만을 당선시키는 다수제 방식(소선거구제)을 채택하여, 거대 정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선거제도에는 크게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가 있다. 그런데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뽑는 소선거구를 기본으로 하는 다수대표제에는 사표가 많이 나오며, 소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수제 선출로 인한 사표 발생과 불비례성 문제를 혼합형 선거제도의 도입, 혹은 완전한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해소해왔다. 비례대표제란 각 정당의 지지도에 비례하여 국회의원의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로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개선
시킨다.


OECD 37개 회원국의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살펴보면,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이 다수대표제, 8개국(한국, 일본, 독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이 혼합형 선거제도, 2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승자독식 다수제(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 발생과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출방식을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하는 안,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선하는 안, 다수대표제 선출방식을 없애고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선출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비례성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기존의 다수제에 비례대표제를 혼합시키되, 비례대표제 성격을 강하게 띠는 선거 방식이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의석에만 정당 득표율을 적용한 것과는 달리, 전체 의석에 정당 득표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즉,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할 때 지역구 의석이 더 많은 정당에 패널티를 주어, 지역구 의석이 더 적은 정당에 상대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더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제 또다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이 다가오자,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준연동형 선거제도 개선,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개특위에 발의된 안에는 연동형 선거제도를 폐지하는 안, 연동률은 현행을 유지하고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안, 연동률을 100%로 개선하는 안,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개편하는 안 등이 있다.



이 중 연동형 선거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안은 다수제(소선거구제) 선출방식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와 불비례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고려하기는 힘들다.


이 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들(중대선거구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완전한 비례대표제)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1등만 당선시키는 다수제(소선거구제) 선출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중대선거구제 도입안은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달성하기에 사실상 한계가 많다. 중대선거구제안은 거대 정당이 복수 공천을 할 경우, 거대양당의 나눠먹기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수대표제 선출방식을 소선거구제로 하느냐, 중대선거구제로 하느냐 보다는, 다수대표제 선출방식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혼합시키거나,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나아가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춰볼 때 현재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이 가장 쉽고, 손쉬운 대안을 놔두고 어렵고, 복잡한 대안들을 논의하는 것이 거대 정당의 셈법에 따른 것은 아닌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정개특위가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혁의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2016년도 이후 진행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에서 역행해서는 안 된다. 3년 전의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는 정당 투표율과 의석수 간에 발생하는 불비례성을 개선하자는 것으로, 이때보다 더욱 역행하
는 식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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