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감독위원장 인선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3.03.14. 조회수 2630
경제

임기를 보장할 것인가, 새로운 인사로 교체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13일 사퇴하였다.


최근의 한국의 주요 재벌과 관련되어 발생한 사건들은 금감위를 비롯한 감독기관과 감독기능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 한번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혐의 등 재벌기업들의 불법행위, 삼성생명의 불법적인 계약전환에 대한 조사축소의혹, 한화그룹 분식회계에 대한 미온적인 행정제재,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과정의 법규위반에 대한 뒤늦은 조사 등은 금감위가 그동안 제 역할을 다해오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금감위가 엄정한 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은 모두 관료출신이다. 경실련은 새 내각 인선에 즈음하여 관료출신의 경제부처 장관들이 지나치게 경제의 현실안주형, 단기 업적주의적 운용과 집단이기주의적 자기보신에 치우쳐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혁기조가 퇴색,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 관료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자기개혁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소신보다는 보신에 치중할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경실련은 경제부처 장관인사의 문제를 이처럼 인식하고 시장의 감시기능을 하는 금감위와 공정위의 수장은 그야말로 개혁적이고 소신있는 인사로 임명할 것을 촉구하였다. 새로 임명된 강철규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이같은 방향에서 바람직한 인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금융감독위원회다.


최근 SK 관련사태 등 국내적 악재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 북핵논란 등 대내외적 상황의 악화가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경제정책의 기조가 근본적 개혁추진보다는 현실론적 대증요법 위주의 방향으로 선회하려는 듯하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새 위원장 인선에 있어서도 이 같은 기류에서 관료출신의 인사를 기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에 관료출신의 인사가 인선된다면 엄정한 감독기능 수행과 개혁의 추진보다는 현실안주와 보신주의로 인해 새 정부의 재벌, 금융, 세제 개혁의 추진이 대단히 어려워 질 수 있다. 시장에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결과가 결국 경제불안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장질서를 건전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야 할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면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현실성 위주로 경제운용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실련은 금감위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원칙대로 엄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개혁적 인사를 위원장으로 인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개혁의 과제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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