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선 공약 검증 9 : 예산증액사업 평가

관리자
발행일 2002.12.03. 조회수 2910
경제

대선 공약 중 예산 증액 사업 비교


<평가위원>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박정수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부, 경실련 재정세제위원)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


1. 총 평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권력에 근거한 과세권한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받으면 되고, 그래도 부족하면 다음 정권이나 다음 세대에게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국공채라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정의 운영원칙으로 양출제입(量出制入)이 있다. 쓸 만큼 받는 것이지, 받은 것만큼 쓰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세 후보의 예산관련 공약을 보면 이런 시각에서 해석이 된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안이함이 보이기도 한다. 교육에 문제가 있으며 교육관련 지출을 늘리고 과학기술에 문제가 있으면 역시 과학기술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가지는 중요한 권한이 인사권과 예산권이라고 할 때 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려고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물론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에는 한계가 있으며 IMF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우리의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이 시급한 현 상황에선 유권자들의 보다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2. 예산없는 계획은 허구이고, 계획없는 예산은 낭비이다


  조직과 예산은 건드리면 커지고 팽창하는 속성이 있다. 보다 많은 정책 공약을 개발한 이회창 후보의 경우 예산 공약 금액이 가장 크다. GDP 대비 금액으로 약속한 것만 해도 22%가 넘고, 예산 비중으로 약속한 것은 20.5%이다. 이 두가지 유형만 합해도 약 150조로서 2003년 일반회계 총액의 약 1.4배가 된다. 재정 팽창을 전제로 한 것이든지 아니면 약속의 반은 허구이다.


  노무현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예산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약된 사업을 구체적인 자금으로 환산 가능한 것만 계산해도 최소 약 140조가 되며 2003년 일반회계의 1.3배가 된다. 이회창 후보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노무현 후보가 분명한 논조와 차별화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사회보장과 공공임대주택 분야이다. 각종 복지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위해 사회보장비를 GDP 대비 13.5%까지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복지관련 예산은 한번 계상되면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속성이 있고, 많은 선진국의 예를 보면 이것이 재정위기의 중대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정몽준 후보는 별다른 약속도 없고 그래서 별다른 예산 증액 사업 제시도 없다. 사회보장 관련 예산지출을 장기적으로 예산의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지
만, 구체적인 프로그램 조차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각종 프로그램을 나열하면서 재원의 뒷받침이 없으면 공허하다. 숫자 놀음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계획이 없는 예산은 낭비로 흐르기 쉽다. 예산으로 평가한 세 후보의 공약은 실천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불안하다.


3. 탈선한 기차에 속도를 재촉해서는 안된다


  예산 운영에서 ‘선택과 집중’의 개념이 중요하다. 여기저기 돈을 산만하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한 분야를 확실하게 육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 후보의 경우 ‘우선순위를 조정하여’라는 표현을 자주 인용하지만 들여다보면 ‘나열과 분산’만 있다. 비교가 가능한 복지, 교육, 농업 분야의 예산 사업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1) 복지분야의 경우


  노무현 후보는 사회보장비 지출을 GDP 대비 13.5%, 이회창 후보는 12%(10년 내)를 내세우고 있어서 이것으로만 판단하면 노무현 후보가 복지비 지출 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무현 후보는 현재의 복지비 지출을 GDP 대비 10%로, 이회창은 8%로 잡고 있어서 실제로 증가분을 보면 노무현 3.5%, 이회창 4%이기 때문에 누가 더 복지비 지출 확대 공약을 내세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두 후보에 비하여 정몽준 후보는 복지예산의 규모를 전체예산 15%(단기), 20%(중기), 30%(장기)로 잡고 있어서 다른 두 후보와의 비교는 어렵다. 이는 복지비 지출에는 예산지출 이외에 사회보험재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규모가 대략 전체예산의 10%정도라고 하면 이를 단기적으로 50%이상, 장기적으로 200%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므로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며,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이러한 총액위주의 복지비 지출확대 공약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복지재정의 구조적인 혁신프로그램에 대한 공약이 중요하다. 모든 이들이 4대 보험재정의 건전화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과 지출구조를 어떻게 개혁하여 건전하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집권시 실천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2) 교육재정의 경우


  이회창 후보는 GDP의 7%, 노무현 후보는 6%, 정몽준 후보는 6%를 내세우고 있어서 이회창 후보가 가장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과외 등 사교육비에 지출하는 부분이 GDP의 3%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볼 때 실천불가능한 공약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교육을 어떻게 내실화하여 선행학습에 낭비되는 과외비를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의 실천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세후보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OECD국 전체 중에서 교육투자는 가장 높은 수치가 될 것이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교육재정 GDP 7%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만일 우리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철저한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에는 ‘돈을 퍼부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문제의 해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모두 GDP5%, 그리고 GDP6% 교육비지출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현재도 GDP의 4.5% 남짓에 불과한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정규모를 미리 정하고 연후에 사업을 발굴해서는 현재와 같은 교육투자의 부실을 또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 GDP 6~7%라는 재원소요가 마련되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3) 농업부문의 경우


  이회창 후보는 이 부문의 예산을 국가예산의 10%대로 증가하겠다고 하고, 노무현 후보는 직불제 지원을 현행보다 300% 이상 증액(농가소득의 5%에서의 20%로)하겠다고 하고, 정몽준후보는 60% 증액(1ha당 50만원에서 80만원으로)하겠다고 한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경우 어느 정도의 예산 증액을 가져올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세 후보 중 노무현 후보의 경우가 가장 파격적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낭비적인 농업부문의 예산을 또 늘리겠다는 것은 다분히 선심성  측면이 있고, 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적 사양산업인 농업부문을 어떻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하여 경쟁력을 키우고 일본을 대상으로 한 수출산업위주로 재편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안제시가 없다.  그리고 농업인구를 어떠한 과정을 통해 조절해갈 것인가하는 미시적 프로그램이 직불제 확대와 함께 마련되어야 농업부문 예산증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4) 종합 평가


  세 후보 모두 복지, 과학기술, 교육, 연구 개발비 등에 있어서 경쟁적으로 재원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투입을 생각하기 전에 성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BK21사업의 문제점, 교육정보화 사업의 실패 등을 알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돈만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격일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예산 지출을 약속하기 보다 우선 진행되는 사업을 평가하여 어떤 방향으로 지출할 것인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약속하고 있는 재원은 전부가 국민의 부담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이회창 후보가 주장하는 미국의 CBO를 벤치마킹한 예산평가원의 신설과 현재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회연구원과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세 후보 모두  말로하는 사전타당성평가, 사후평가의 강화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예산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이러한 예산사업의 성과를 다음 해 예산편성 및 심의에 반영할 수 있는 환류시스템에 대한 공약이 아쉽다.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살려 국회에서의 예산심의 과정을 심도있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예산회계개혁관련 공약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총체적으로 세후보의 예산관련 정책을 평가하면, 우선 세후보가 망각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겠지만) 세후보가 제시하는 각종공약을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우리의 재정을 어떻게 건전화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의 책임성이 보다 더 중요한 이슈로 판단된다. 세후보는 예산지원대상 확대 못지 않게 재정건전화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있는 정책제시가 있어야 함에도 모두 이 점에서 치명적인 결점을 갖고 있다.  


 둘째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세후보 모두 예산의 양적 팽창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는 바, 이는 말로는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주도형 성장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투자하기에 리스크가 크고 규모가 너무 크다고 판단되는 전략산업의 경우, 정부가 인프라구축을 위해 먼저 투자함으로써 재정지출이 민간투자를 유인하는(crowding-in) 효과가 극대화될 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은 그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질적 효과가 높아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후보의 공약은 이런 것들의 비중보다는 오히려 일회성이나 땜질식 재정지출을 위한 예산정책의 비중이 더 많은 결함도 보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셋째로 예산의 양적 비중보다는 질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체질의 개선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세후보의 경제철학과 비젼이 인기위주나 한건주의가 아닌 심도있는 분석과 고민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후보는 구호중심의 비젼은 있으나, 실사구시적 방법론에 입각한 경제체질개선대책은 보이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세후보는 통합적 시각에서 예산정책의 질적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경제비젼의 틀안에서 구체적인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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