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직자백지신탁제도 도입 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4.09.15. 조회수 2291
정치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주요내용은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관련성을 심사하여 주식매각을 결정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정부의 공직자윤리법개정안은 처음 행자부가 입법예고 했던 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마치 제도 도입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두는 껍데기이며, 지금도 형식화 돼 있는 공직자윤리법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탁의무자의 범위를 1급 이상 공무원으로 좁게 설정하고 있다.
  행자부가 14일 발표한 「공직자주식보유현황」에 따르면 1급 이상 주식소유공직자 1122명 중 무려 32.3%인 394명이 5천만 원~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며, 5천만 원 이상 주식보유자도 경찰청 346명, 국세청 313명, 국정원 104명, 국방부 99명, 대검 88명, 관세청 66명, 감사원 40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안으로는 공직자윤리법 적용대상자이지만 재산공개가 아닌 재산등록자로 분류되어 있는 2급 ~ 4급 공무원의 비공개주식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이들의 경제적 이익추구를 위한 부정한 공무집행을 규제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신탁의무자들에게 모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통한 직무연관성 심사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선택적 회피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도입취지를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직무연관성 여부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非경제분야의 공직자들을 모두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위공직자들이 직무수행 중 획득한 정보로 부당한 사적이익추구행위를 막겠다는 입법취지는 크게 훼손되었고, 오히려 동일직책간 형평성 논란과 공직자간 불필요한 갈등만 빚어지게 될 것이다.



  셋째, 설치가 검토되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현재 재산등록 및 심사와 감독을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위상과 관할기능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
  아는 바와 같이 지금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구성과 권한 면에서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면, 구성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전문성 강화와 실질적 권한부여라는 방향으로 개선책이 모색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경실련>은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제도도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내실 있는 이해충돌방지대책의 마련을 위해, 정부안에 대한 대안으로 다음을 주장한다.



  첫째, 신탁의무자를 재산등록대상자인 4급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국세, 관세 및 경제관련 부처와 검찰 및 경찰, 감사 등 감찰직책은 7급까지 확대하여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그 목적으로 불공정한 정책결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신탁재산의 범위에 비상장주식과 채권은 물론 부동산까지 포괄해야 한다.
  정부의 각종 토지규제완화와 건설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개발 및 사업자 선정관련 정보가 공직사회에 떠돌고 있다. 주거와 영업목적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선호되고 있는 부동산 또한 1가구 1주택 외에 모두 관리 신탁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매매 시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여 투기방지는 물론 거래내역의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하한금액은 3천만 원 선이 적절하다.
  공직자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이해는 바람직하며, 직무전념성과 직무충실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의 건전한 주식소유 및 투자는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너무 낮은 하한금액의 설정은 제도운영상의 실효성을 저해시키므로 5급 공무원 평균 1년 연봉 수준인 3천만 원 선이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넷째, 17대 국회의원 소급적용 논란은 무의미하며, 기업인 출신 공직자에 대한 예외도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따지면 임명직 공무원도 소급적용인 셈이다. 소급적용이나 재산권 침해 운운은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몰이해일 뿐이므로 적용제외는 불가하다. 또한 기업인 출신의 공직자 배출이 많은 선진국에서도 공직에 출마하거나 임명될 때, 기업경영권의 포기를 당연시하며 흔쾌히 주식매각에 동의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즉 보유주식을 모두 현금화하는 각서를 쓰는 순간, 재계를 떠나는 여러 아쉬움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며 정직하고 깨끗한 공직자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부와 권력을 동시에 쥐고 사익과 공익에 대한 구분 없이 공직생활을 하는 이들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즉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공직에 나서는 것을 보장하는 것과 사익실현 방지 목적에서 공무원윤리에 관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다섯째, 공직자윤리위원회 강화와 재산공개제도 실질화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보완과 정비가 시급하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재산공개과정에서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관행의 문제점이 다시금 확인된 바 있다. 재산공개제도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재산등록 시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 조항을 철폐하고, 자산취득 시점과 취득경위 및 자금 출처에 대한 자료제출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또한 직무 외 취업제한과 소득제한, 퇴직공직자단체의 영리행위 제한, 부정공직자의 일정기간 취업 제한 등에 관한 윤리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며, 더불어 불성실 신고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의 조사권 및 징계권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직자로서 국록을 받아 생활하며 공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공직에 나가기에 앞서 직위를 이용한 개인이권추구의 가능성을 모두 접는 자세와 결단이 필요하며 그 시작이 백지신탁이라고 생각한다. 예금과 적금, 기타 금융상품만으로 가계를 영위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과연 공직자들이 부동산투기를 위한 정보수집과 주가동향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면서 어찌 공직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사적인 재산증식, 즉 소유주식의 주가상승을 위해 국가정책이 왜곡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런 눈으로 백지신탁제도의 도입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진정 공직자 부패근절과 정부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에 걸 맞는 선진국 수준의 공직기강과 윤리제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럴 때만이 개혁정부를 자처할 자격이 있다.
정부는 장, 차관을 포함한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은 직위를 이용한 사적이익추구 가능성이 높으므로 부패척결과 공직자윤리 강화의 차원에서 백지신탁제도가 입법검토 되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전면 재검토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정치입법팀 02-3673-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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