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2.09.25. 조회수 2952
경제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는
부실기업 처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특혜매각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어제(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표결처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자로 최종 확정했다. 어제 회의는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표결로 이어져 제적위원 과반수인 5명이 찬성한 반면 3명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자로 최종 확정한 결과는 지금까지 한화의 인수자격에 대한 각가지 논란과, 대한생명과 관련한 주요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증과 논의 없는 표결처리강행 등 심각한 문제점을 남겨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의 인수대상자로서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확정한 것은 특혜매각이 아닐 수 없다.


 매각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하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매각심사소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한화그룹이 매각협상 대상자로 문제가 있다는 공식의견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6월 27일 이를 무시하고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한데 이어 어제 표결로 최종 인수자로 확정했다.


  우선 대상자선정과 관련한 관계법령에 근거해 볼 때 한화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보험회사의 주요출자자는 부채비율 200%이하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2001년말 현재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은 232%이다. 또한 출자자금이 차입금이 아닐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한생명 인수자금을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금융기관 경영능력에서도 한화그룹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는 과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퇴출된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로서 부실운영의 책임이 있으며 현재는 한화파이낸스라는 또 다른 계열사의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둘째,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불가 원칙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산업자본의 무분별한 금융자본 지배로 인해 금융시스템의 고유한 기능이 상실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이를 위해 올 초 은행법 개정안의 실질적 보완을 통해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한다면 금융개혁은 또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무리한 매각 추진과 충분한 논의와 검증 없는 표결처리 강행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부터 재경부는 대한생명 매각에 있어 인수자의 자격 적정성보다는 가격이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공적자금 회수극대화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왔다. 그러나 부실기업처리문제는 향후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경제상황, 해당기업의 가치, 공적자금 회수 시기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적자금의 회수에만 집착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공적자금의 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으로 구성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자금 회수와 부실기업 처리라는 중요한 문제를 충분한 논의, 합의와 검증없이 표결로 처리한 것은 공자위의 위상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며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과정과 이후 건전경영을 위한 지속적인 감시, 그리고 제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공자위의 위상 제고를 위한 제반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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