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5_체육복 입고 등교하는 조선인들을 만나다

관리자
발행일 2003.11.26. 조회수 2498
정치


 

 


 

경실련 국제연대와 일본의 NGO인 반차별국제운동(IMADR: International Movement Against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nd Racism) 이 공동 주관하고 한국 마사회가 후원하는 <일본인의 재일동포 가해문제 대책회의>가 11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일본 동경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0월 24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 1차 <일본인의 재일동포 가해문제 대책회의>에 대한 후속 회의로서 2차 서울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재확인하고 일본 내 다양한 재일 코리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일본 회의에는 공동주관단체인 경실련 국제연대와 공동주최단체 가운데 KYC, 동북아평화연대, 한국-재일-일본 청년포럼 한국위원회에서 함께 참가하였다. (1차 서울회의에 대한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사진>11월 19일 열린 일본인의 재일동포 가해문제 대책회의 제1부 참석자들.


 

11월 19일 재일본 한국 YMCA 강당에서 진행된 제 1부 회의는 반차별국제운동 부이사장인 무샤코지 킨히데 교수의 개회인사로 시작하여 10월 서울 회의 결과 보고로 이어졌다. 이어서 젊은 변호사회에서 <재일동포 어린이들에 대한 가해>와 <민족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에 대한 상황 보고를 하였으며 다양한 재일 코리안 단체에서 9.17(북-일 수교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공식적으로 시인한 사건) 이후 일본내에서 악화된 재일코리안의 인권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하였다. 이 뿐 아니라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인 서경석 목사의 발표를 통해 본 이슈에 대한 한국 NGO의 입장을 밝힐 수 있었으며 뒤이어 이시하라 동경 도지사의 망언에 대한 <한국-재일-일본> 공동항의 성명을 채택하였다. (프로그램 순서와 1부 회의의 발표문은 첨부파일 참조)


 







 


<사진>11월 20일 일본인의 재일동포 가해문제 대책회의 제2부 모습


 

11월 20일 요요기 국립올림픽 센터 국제교류동에서 개최된 제 1부 회의는 김영호 경실련 국제연대 이사장의 기조보고로 시작되어 서울의 제1차 회의와 19일에 열린 회의를 통해 밝혀진 사항을 재확인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야 할 구체적인 행동방안에 대한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2부 회의 발표문은 첨부파일 참조) 본 회의에서는 회의 이후 진행되어야 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었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 및 현실 인식 차이가 커서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논의된 수 많은 대안들 가운데 좋은 것을 택하여 지속적으로 운동을 펼쳐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서로 확인하며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11월 20일 오후와 21일 오전에는 각각 <재일 조선대학교> 와 <도쿄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가졌다. 1956년 4월 2년제 대학교로 출발한 조선대학교는 현재까지 13,000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전 학생 기숙사제로 총 8학부에 1000명 정도의 학생이 현재 수학하고 있었다. 졸업생들은 주로 조선학교의 교원 및 총련 신보나 잡지의 기자로 취직하며 총련 동포가 경영하는 금융기관에도 취직한다고 하였다. 한국측 참가자들은 우선 조선대학교 내에 있는 조선역사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여 소장된 작품들을 감상하였는데 특히 역사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광개토대왕릉비(모조)가 인상적이었다. 뒤이어 조선대 연극부 학생들의 연극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극은 조선학교를 떠나 일본학교로 진학하기로 결심을 굳힌 한 여학생이 꿈에서 1947년으로 돌아가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탄압 당시, 조선인들이 얼마나 가슴 절절히 탄압을 이겨냈는지 보게 되면서 민족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회복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소 생경한 내용이었지만 보는 이에게 그들의 민족학교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연극임에 분명했다. 이후 연극에 참여한 조선대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총련계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삶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총련계 학생들에게 가질 수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이들 역시 일반적인 한국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순서와 2부 회의 전문은 첨부파일 참조)

 





 

<사진>도쿄 조선중고급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도쿄 조선중고급학교에서 붓글씨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

<도쿄 조선 중고급학교>는 도쿄 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급부 3, 고급부 3년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학년은 5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반에는 약 25-30 명 정도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중급부와 고급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는데, 일본어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고 있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여학생들은 9.17 이후 가해사태가 심각해져서, 교복인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교하는 것을 중단한 상태였으며 대신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여 <갱의실(탈의실)>에서 치마저고리 교복으로 갈아입는다고 하였다. 참관한 수업 가운데 세계 역사와 조선 역사 시간이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한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의 관점과 예상대로 상당한 차이점이 있었다. 특히 근현대사를 조명한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념 때문에 50년 가까이 담을 쌓고 지내왔던 한국과 총련 사이의 간극은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으며 같은 언어와 전통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두 젊은이들 사이에는 이념보다 더 큰 문화적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동경 회의를 통해 일본인에 의한 재일 동포 가해문제는 일본 사회 내에 존재하는 깊은 갈등의 골을 풀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과 분열된 재일 코리안 사회와 일본 내 NGO가 함께 일어서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 동경에서 각각 가진 2번의 회의를 기초로 한-재일-일본, 3주체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하여 다시 한번 모임을 가지기로 한 이상, 본 주제가 향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2003년 11월 25일

<글: 국제연대 김도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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