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치관에서 보는 남북문화의 차이와 거리_이병수 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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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12.24. 조회수 10288
칼럼

가치관에서 보는 남북문화의 차이와 거리


     


이 병 수 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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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1) 분단이후 남북은 상호 이질적인 체제와 제도를 형성해왔다.


 


o 남한 :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본주의적 사회변화 진행
o 북한 : 사회주의 이념과 국유화에 입각한 사회주의적 사회변화 추진


 


2) 일반적으로 말해 정치 경제적 체제가 달라지면, 사회문화적 차원의 삶의 양식 또한 달라진다.


 


o 특정한 사회의 문화는 사회체제의 성격이나 지배집단의 의도에 따라서 그 골격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남북의 정치권력은 자신의 사회체제에 적합한 문화형태를 구성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제도화하였다. 요컨대 남북 체제의 차이는 남과 북의 사회구성원들이 상이한 사회문화적 삶을 영위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3) 그러나 남북 사이에는 이러한 일반론(체제 차이---->사회문화적 차이)을 상회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o 체제 차이가 사회문화적 차이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분단 후 적대와 증오의 냉전문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누적시켜온 분단 상황은 남북의 사회문화적 차이에 적대적 감정의 깊은 골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남북의 사회문화적 차이에는 체제차이에서 비롯된 일반론적 측면과 더불어 분단체제에 의해 유발된 상대의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적대적 평가가 동반되어 있다.


 


4) 생활문화의 영역 가운데 가치관은 바람직한 행위를 가늠하는 척도(평가기준)로써 공동체 생활에 방향을 제시하는 윤리적 기초이다.


 


o 크게 근본 가치관(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역사에 대한 견해, 인권에 대한 견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II 근본 가치체계(집단주의와 개인주의)


 


1) 남한의 개인주의


 


① 체제이념적 가치로서의 개인주의


o 개인주의는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바탕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바탕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자본주의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인 이익 추구를 보장한다.


 


② 개인주의적 생활방식


o 남한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의 보장, 자유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가치를 기초로 불평등을 능력과 성과의 불가피한 산물로 인식한다.


o 개인주의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같은 집단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특색이 있다.  남한 주민의 선호하는 가치들이 '행복한 가족관계'나 '편안한 삶'과 같은 개인의 권익과 '자유'가 상위순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


o 개인주의의 대립개념은 집단주의이고, 이기주의의 대립개념은 이타주의이다.


o 개인주의는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크적 단서) 나의 재산과 생명 추구를 최고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개인주의에는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타인과의 공존적 삶에 대한 인정이 포함되어 있다.


o 그러나 이기주의는 로크적 단서가 없다. 이기주의는 다른 사람이 어찌되건 말건(로크적 단서의 결여) 자기의 재산과 생명만 챙기는 반사회적인 사상이다.


o 따라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추구하는 목표가 동일하지만(개인의 최대 행복), 목표를 이루는 방법(로크적 단서의 유무)에서 차이가 난다.


 


2) 북한의 집단주의


 


① 체제이념적 가치로서의 집단주의


o 전통적 맑스주의가 사회주의의 본질을 생산관계에 기초한 경제적 규정에서 찾고 있다면 북한은 사회주의의 본질을 집단주의라는 사상적 특성에서 찾고 있다. “사회주의 사회는 집단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이며 그 우월성과 위력의 원천도 집단주의에 있다”, “자본주의와 다른 사회주의의 고유한 본질은 집단주의에 있다.” 왜 사회주의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하는가? 그것은 주체사상 때문이다.


o 집단주의 원칙은 주체사상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주체사상은 세계의 주인,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인민대중, 사회적 집단이라고 규정하여 사회의 기본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인민대중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와 집단의 한 성원으로서만 존재의의를 지니며, 한 개인이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는 것이 삶의 가치척도이다.


o 집단주의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1998년 개정된 헌법  제 5장 63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원칙에 기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집단주의적 생활방식


o 첫째, 집단주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무엇보다 경제활동과 관련된 분야이다.


o 둘째, 모든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각종 집단적 조직생활을 하게 된다.


o 셋째, 주민들의 여가도 단체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o 넷째, 전문적 문학예술 분야에서도 집단주의 정신 및 원칙을 중시하고 있다.


 


③ 생활 문화화된 가치관


o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제주의적 가치관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도덕주의적 가치관을 중시한다. 어떤 일을 하든 단결과 협력이 강조된다. 실무적 타산에 대해 부정적이고 나눔의 미덕과 이웃과의 협동심을 강조한다.


o 북한 주민의 자아인식은 인생의 주체로서의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닌 집단 속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데 있다. 즉 국가와 사회, 집단에 대한 헌신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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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역사에 대한 견해



1) 역사관의 차이


 


o 해방 이후 분단을 통해 상이한 체제를 구축해 온 남북한 사회는 역사관과 역사 인식에서도 체제의 차이만큼이나 심각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① 북한 역사학은 해방 이후 사회주의 역사관인 유물사관을 기초로 삼아 형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체제에서의 역사인식은 유물사관에 따른 역사인식을 기본으로 한다.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역사의 원동력을 물질적 생산양식의 발전법칙(생산력과 생산관계 간의 모순)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이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주체사관이 정립됨에 따라 북한의 역사인식도 유물론적 해석에서 주체사관에 의한 역사해석으로 변화하여갔다. 주체사관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는 북한식의 새로운 역사관을 만들어냈다.


 
② 반면, 남한에서의 주류 역사관은 민족 주체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사관, 역사가의 역사의식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유물과 유적과 같은 자료로만 역사를 밝혀내는 실증주의 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2) 남북의 역사 인식의 차이


 


① 민족정통성의 문제


o 북은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조선-북조선로 이어지는 정통론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통성 구축 작업은 1990년대 단군릉 발굴 작업 등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비롯하여 고구려, 발해, 고려로 이어지는 국가들이 모두 평양을 중시한 것을 강조함으로써 평양을 성지로 부각시키고 민족사의 정통성의 계승자로서의 북한정권을 정당화하고자 한 것이다. 그에 반해 남은 한민족의 실질적인 뿌리가 삼한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선’이란 말과 ‘한’이란 말이 남북에서 각각 선호되는 이유다.


 


② ‘민족’ ‧ ‘민족주의’ 개념의 문제


o 북한은 주체사관과 함께 민족에 대한 개념규정을 수정하였다. 스탈린의 민족개념이 유럽의 특수한 개념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족을 이루는 기본 징표는 핏줄, 언어, 지역의 공통성이며 이 가운데서도 핏줄과 언어의 공통성은 민족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된다” 고 규정하였다.


o 또한 북한에서의 민족주의는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로 재정의되었다. 김정일의 공식 등장 이후 북한의 담론은 민족주의적 주장들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조선민족제일주의’로 상징화되는 북한의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수령을 중심으로 성립되는 북한식의 민족주의를 의미한다.


 


③ 현대사 이해의 차이


o 북한의 현대사는 인민대중 투쟁의 출현, 투쟁을 영도해 가는 수령의 출현 및 후계자의 계승 등을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져 있다. 현대사는 “자주시대 인민대중의 투쟁역사이고  위대한 수령의 령도 밑에 자주성을 위한 투쟁을 벌려나감으로써 창조하게 된다.”


 


④ 전통문화에 대한 해석


o 자기 민족문화의 우수한 점 부인하고 서양화하려는 허무주의적 경향(민족허무주의)나 복고주의를 부정하고 민족문화에 대한 주체적 입장을 기본적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낙후하고 반동적인 것은 버리고 진보적이고 인민적인 것을 비판적으로 계승발전시킬 것을 강조한다. 비판계승의 원칙은 계급성과 역사주의(당대의 사회역사적 조건에 따른 분석)이다.


o 실제로 전통문화를 평가하는 주된 기준은 계급성의 원칙이다. 이는 북한의 역사인식이 전통사회의 법과 제도를 “봉건 통치배들의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드러난다. 또한 계급론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전통사상과 종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전통사상을 “인민들의 계급의식과 반항정신을 말살하기 위한”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유교와 불교에 대해서 남한은 한민족의 윤리관과 덕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하는 반면, 북한은 철학사상 발전을 방해하고 과학문화 발전에 큰 해를 끼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o 그러나 인민의 민족문화유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전통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족문화를 생산해 낸 인민의 관점에서 전통문화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불교문화유적을 인민들의 창작물로서 그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의 주체를 인민과 집현전학자들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세종대왕의 치적으로 평가하는 남한의 해석과는 차이를 보인다.


 


IV. 인권에 대한 견해 : 주권과 인권의 관계



1) 북한의 '우리식 인권’


o 북한은 '우리식 인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2009년 사회주의 헌법 수정을 통해 인권조항을 집어넣기도 했다. 우리식 인권은 구체적으로 주체사상에 기반한 국가의 자주권을 의미한다. 국가의 자주권은 민족의 생명이며 이를 떠난 인권이란 상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권침해는 그 나라 인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최고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북한 인권 운운은 <인도주의적 간섭>으로 표방되는 자주권에 대한 유린행위로 본다. 인권의 보편성을 들어 북의 인권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독립국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o 국가주권 사상은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 이래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에도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의 하나는 국가주권의 원칙이며, 이는 유엔헌장에서 명백히 수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법은 어느 나라이건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가지고 있다.


 


2) 주권과 인권관계의 변화


o 그러나 주권국가 체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제국주의적 식민지 약탈, 노예제, 인종차별 등 국제사회에 또 다른 불행과 도덕적 문제를 가져왔다. 냉전종식과 세계화의 가속에 따라 그 동안 주권국가의 테두리에 갇혀 있던 인권문제는 범세계적 인류사회로 그 문제영역을 급속히 확장해왔다. 그 동안 국가주권 사상에 입각하여 각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고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국제 사회의 관행이었으나 이제 인권보호문제는 국경을 넘어 세계차원의 인권관할 영역으로 그 관심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집단간섭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권문제에 있어서 국가주권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규범을 확립하고 있다


o 서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한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인권이 국가주권의 배타적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에 있다. 국가주권과 인권의 관계에서 인류의 보편적 개념인 인권을 상위개념으로 설정한 것이다. 국가는 주권의 단위이지만, 다른 한편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그 주권성은 후순위로 밀려나야 한다는 논리이다. 즉 주권의 절대성이 부인되는 것이다. 개인의 인권은 민족국가의 주권에 우선한다. 


 


V. 나가는 말


 


o 우리 사회 내에서 이질성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다르다는 의미를 넘어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극복되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질성의 사전적 의미는 성질이 다른 두 대상의 차이이지만, 대체로 우리사회에서는 다음 두 가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o 우선 남북의 이질성은 분단상황에서 민족적 동질성이 훼손되어 하나의 민족으로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체제적, 사회문화적 대립이 심화된 부정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체제보다 민족을 강조하는 민족중심주의 통일론)


o 다음으로 이질성은 분단체제의 적대성을 반영하여, 북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담고 있는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즉 이질성은 남한 체제와 이념의 우월성을 전제로 북의 체제와 이념이 전통적 동질성을 훼손했다는 맥락에서 사용된다.(체제를 우선시하는 국가중심주의 통일론)


o 이질성은 이처럼 두 가지 의미로 세분될 수 있지만, 모두 분단 이전에 공유한 민족적 동질성을 훼손하는 의미를 지닌다. 어떤 의미든 이질화라는 말에는 차이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볼 뿐, 차이를 용인하고 존중하는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 남한사람과 북한사람 간의 문화적 차이는 오히려 다원주의를 풍부하게 하는 데에 유익하다는 점에서 문화적 이질성이 통일의 결정적 장애가 된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질성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오류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대 사이, 종족 사이에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그것을 꼭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하다. 남북 문화통합의 논리는 동질성 대 이질성이 아니라 차이와 공통성의 틀로 인식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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