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거꾸로 가는 금융감독

관리자
발행일 2006.05.30. 조회수 602
칼럼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금융산업은 정보 비대칭성 폐해 방지, 연쇄도산의 사전적 예방, 통화신용정책의 중대성 등의 이유로 여타 산업에 비해 엄격한 건전성이 요구되는 바, 감독당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우리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 실패로 인해 IMF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국난을 겪었으며, 이후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공적자금을 투여했다.


●금감원 옥상옥의 기형적 구조


그 결과 비록 구조조정의 후유증인 양극화라는 경제사회적 상처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게 되었고 감독의 효율성을 위해 통합 금융감독원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우리 금융감독원은 옥상옥의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바, 정치권으로부터 경기부양책의 유혹을 받는 관료조직이 정치중립적 건전성 감독을 집행해야 하는 민간조직의 상전 노릇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립성 훼손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금융대란이나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선진국 금융감독당국의 수장들은 두 가지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 바, 첫째는 시장에 과민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언급을 삼가고, 둘째는 금융감독의 최고책임자로서 오로지 금융시장의 건전성만을 사명으로 여긴다.


이에 비해 우리 감독당국의 수장은 재경부나 산자부 장관이 관심가져야 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뿐 아니라, 더욱이 금융산업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는 민감한 부분까지도 가끔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 나가서까지 선진국의 선례가 없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에 대한 금산분리 원칙의 철폐 내지 대폭 완화를 주장하는 바, 이는 가장 보수적이고 신중해야 할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최근 우리 금융감독당국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원칙이 종종 흔들리는 것 같아 금융전문가들의 우려가 심히 크다. 2005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의 대상요건 중에서 분식회계를 2년간 유예해주면서 오히려 강화해야 할 감독당국의 회계감리업무를 느슨하게 처리한 결과 재벌 관련 대형 회계부정 사건들이 곪아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조기경보적 상시감독이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사건이 더 확대되어 검찰에 의해 총수가 구속되는 극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은폐ㆍ엄폐되어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매우 중차대한 금융 이슈 중의 하나가 생명보험사의 상장 문제인 바, 이 또한 우려가 많다. 생보사의 건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업공개는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은 투명하게 상장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소위 ‘거래소 상장자문위’라는 정체불명의 대리기구를 앞세워 무언가의 작업을 진행하는 듯하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 문제는 1990년 이래로 십수년간에 걸쳐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특히 1999년에 열린 두 번의 공청회와 2003년 금감위가 주도적으로 나섰던 상장자문위에서 (비록 업계의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상당한 컨센서스를 도출한 바 있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생보사 상장 투명성에 의구심


우리의 기존 생보사들은 과거 손실 발생시 주주가 충분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았고, 주주의 부채변제 의무를 계약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주주와 계약자 간 위험 공유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외형상은 주식회사 형태를 취했지만 실제 경영은 상호회사적 형태였다. 따라서 정부도 1990년 자산재평가 재원 배분시에, 자산재평가법의 일반원칙과 달리, 감독규정에서 그 차액을 계약자에게 분배시킨 것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상장차익에 대한 계약자 지분 배정원칙만을 정하면 되는데 왜 비공개적으로 진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즈음 우리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방향이 선진화에 역행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 한국일보 5월 2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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