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터지는 정보공개제도

관리자
발행일 2006.09.29. 조회수 1873
스토리

정보공개, 안되는 경우 많고, 수수료 감면 부처마다 제 각각...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법에 근거해 지난 1998년 1월 처음 시행된 행정 정보공개제도.

그러나 도입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많은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공개 범위에 대한 해석도 부처마다 제각각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들은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경험한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정보공개 백태...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시스템은 초고속인데 담당공무원 의식은 여전히 모뎀수준

2004년 1월 개정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청구를 받는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시행령’은 공개를 결정한 때에서 10일 이내에 공개일시를 정하여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건교부 등 모두 8개 부처에 청구되었으며 통합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내용이 처리부서가 결정되었음을 통지 받는 데는 대개 하루 정도가 걸렸고 결정통지서를 수령하기까지는 평균 8일, 요청한 자료를 수령하는 데는 청구일로부터 2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업무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일까? 대부분 청구 자료의 공개는 법령에 따라 정해진 시한을 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공개된 자료의 내용이다. 수령하게 되는 자료의 내용이 당초 청구내용대로 도착하는 것은 드물다. 건설교통부 민자사업팀의 경우 민자사업과 관련한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을 청구하였으나 수령한 자료는 달랑 공사비 내역 집계표 한 장이 다였다.

내역을 청구했는데 왜 집계표 밖에 없냐고 물었더니 청구한 자료의 분량이 많고 수수료도 많고 해서 집계표만으로도 되겠다 싶어 그렇게 했다며 일단 이번 건은 이대로 받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당초 청구한 각각의 내역서가 필요하니 준비해 달라고 하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지만 자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청구해 받았다.

결국 원하는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법령에 규정된 시간의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시스템은 초고속일지 몰라도 담당 공무원들의 의식과 태도는 아직 모뎀 수준이다. 


국가안전 위협, 업무지장 초래....납득하기 어려운 비공개 사유

청구한 정보에 대한 비공개 사유를 보면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담당공무원에게 비공개 사유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면 저마다 자신은 규정대로 할 뿐이라며 아무 하자가 없으니 불복하지 못하겠으면 이의 신청을 하라고 한다.

이의신청을 통해 자료를 받으려면 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담당공무원을 통해 자료를 받으려니 상근자들은 담당공무원과의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오죽했으면 선배 운동가는 “정보공개 청구해서 자료를 잘 받을 수 있으면 시민운동은 다 배운거야”라고 했을까..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비공개 사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월 14일 농업기반공사에서 사명을 바꾼 농촌공사에 새만금 사업의 공구별 사업현황과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농촌공사는 사업현황만을 공개했을 뿐 각 공구별 내역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첫째, 재판이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이고 둘째, 방조제 시설이 국가예비보안시설로 지정되어 있는 시설물이기 때문이며 셋째 새만금 방조제 설계가 공사에서 기술을 연구,개발한 사업이므로 연구,개발에 현저한 조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며 넷째, 법인 및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시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보공개법 제9조에는 비공개 대상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정보,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 등에 관한 사항,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보호에 관한 사항,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으로 중대하고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에 대해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공사는 진행 중인 소송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정보의 공개가 국가안보에 어느 정도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 기준과 근거에 대한 명확한 제시 없이 새만금 사업이 단순히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 국가예비보안시설 지정 사업, 농촌공사가 기술을 연구,개발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대하고 현저한 지장을 일으킨다고 판단한 근거나 기준에 대해서도 이해시키지 않았다. 그저 결정 통지서의 내용대로 비공개 사유를 되풀이 할 뿐이었다. 


공무원은 재벌회사의 폭리규모를 숨기기에 급급

작년 한해, 경실련은 지속적으로 설계내역과 도급/하도급 내역을 분석하여 직접 시공도 하지 않는 몇 개의 대형 건설사들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였다. 이 같은 자료를 분석해내기 위해 경실련은 정보공개 청구에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비하면 확보한 자료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하도급과 관련한 정보는 영업상의 비밀에 해당된다고 하여 대부분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될 경우 법인이나 개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이다.

최근 높은 통행료 부담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민자사업의 경우,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의 민자사업팀에서는 하도급에 관한 사항은 민간 사업시행자가 관리하기 때문에 건교부에는 이와 관련한 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정보공개를 꺼려 둘러대는 핑계인지 아니면 정말 관리하고 있지 않은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아무리 민자사업이라 하더라도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운영수입보장까지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국민의 피땀어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국민은 우리의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들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오히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주기에 급급하다. 


모호한 규정... 수수료 감면도, 비공개 결정도 마음대로

현행 정보공개법 17조에는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의 사용 목적이 공공복리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용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 할 수 있다’는 ‘~해야 한다’가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가 결정하기 나름이다.

어느 부서는 간단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감면이 되는가 하면 한푼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부서도 있다.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 내에서도 부서마다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건설교통부의 건설환경팀에서는 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대해 소속단체에 대한 간단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자 수수료가 감면되었다. 그러나 민자사업팀의 경우 “수수료 감면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며 “우리도 복사비 정도는 받아야겠다. 돈 많은 시민단체가 얼마되지 않는 수수료 가지고 뭘 그러냐”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수수료를 감면받지 못한 채 1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납부하고 자료를 수령해야 했다.

또한 앞서 예를 들었던 새만금 사업에 관한 정보의 비공개 결정은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의 심의 결과에 따라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

청구인이 납득할만한 투명한 심의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심의위원 구성이 필수적이지만 5명의 심의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농촌공사의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2명의 외부위원마저 모두 새만금 방조제 건설 사업의 현장책임자들로 채워져 구성됐다.

결국 5명의 심의위원 모두가 내부 인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하는 사업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꺼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이 같은 상황에서 정보공개에 대한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정보 공개에 대한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자세와 관련 규정이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법령에 명시된 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자의적 해석을 가져올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정비하고 공무원들이 정보 공개를 꺼리는 부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좀 더 책임있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 국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간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시민이든, 공무원이든 우리는 한 나라의 시민이요, 이 땅의 주인이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조덕현 시민감시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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