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관리자
발행일 2009.11.06. 조회수 766
칼럼

 


2006년 11월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 그 현장을 함께 한 경실련 드림팀을 떠올리며,,,


 



홍종학 (경실련 (사)경제정의연구소장)


 


 "2006년 11월 10일 마침내 경실련은 부동산 시국선언과 함께 부동산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선포했다. 이 대한민국의 땅에서 항구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종식시키기를 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기를 원하는 10만 아파트값 거품빼기 서포터즈를 모으기 위해 경실련은 새로운 역사의 장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렇다. 우리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 안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우리의 아이들이 부동산 투기로 암울한 나날을 보내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을 항구적으로, 영원히 쫓아내기 위해 우리는 나섰다.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성공하지 못할 때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가 너무도 암울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홈페이지는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그러나 그건 또한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이며 또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10만 국민이 모일 때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당신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2009년 가을, 지금도 2006년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 속 저 밑에서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다. 당시 10만 서포터즈 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작은 운동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인지, 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억이 새롭다.


합리적 대안, 합리적 국민행동 



 당시 경실련은 국민행동을 시작하면서 '항구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과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원칙과 4대 대책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경실련 정책위원장으로 경실련 3대 원칙과 4대 대책을 정리하는데 참여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원칙과 대책이 정착되어 한국의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부동산 투기가 종식되는 그 날을 꿈꿔 왔다.


 경실련 부동산 드림팀



경실련은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때도 그랬다. 경실련의 창립선언에서부터 부동산 투기를 중요한 목표로 삼을 만큼 망국적 병폐임을 지적했으며,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이론적 논의를 거듭해왔다. 특히 2003년 이후 다시 부동산 가격이 들먹이자 경실련 내부에는 '드림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했었다. 건설전문가, 보유세 전문가, 금융전문가, 개발이익전문가, 도시계획전문가, 중소기업전문가 심지어 헌법전문가까지 모였다. 우리는 정책 하나하나가 헌법정신에 맞는가까지 검토했었다.


무엇보다도 시민단체 참여 전문가들이었기에 시민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논의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듯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부동산 문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난 수년간 경실련이 일관된 태도를 지켜온 힘이 되었다.


그 수없이 많은 논의 과정에서 경실련의 대책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만큼 경실련의 대책은 실사구시적이고 매우 유연하였다. 부동산 대책의 기본은 '투기수요자가 주택을 소유할 때는 가급적 비용을 많이 들게 하고 수익은 적게 하되,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에 대해서는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단 하나의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고 믿지 않으며,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왜 분양원가 공개가 핵심의제가 되었나


많은 사람들이 경실련하면 분양원가 공개를 떠올리듯이 분양원가 공개가 경실련의 상징처럼 되었다. 경실련에서 활동하던 선배 교수들께서도 가끔 전화하셔서 '아니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데, 정말 경실련이 그걸 주장한단 말이야?'하고 묻는 일이 있을 정도다. 다행히 그렇게 질문을 해 주신 분들은 우리의 해명을 듣고는 대부분 이해하셨다. 과학적인 훈련을 쌓고 합리적 논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경실련이 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지부터 들어야 했다. 그러나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도 들어보지 않고, 아파트의 원가공개를 주장하면 마치 양복의 원가공개도 주장하고 아이스크림의 원가공개도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지적 가벼움이었다. 아마 그들은 원가공개에 함축된 의미를 애써 무시하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경실련의 4대 정책 중에 분양원가공개는 포함되지 않았다. 4대 정책에는 후분양제가 포함되어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단서조항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주택을 선분양으로 공급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투기억제를 위해 대규모로 공공분양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철저한 분양가 규제하에서 선분양을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규제를 자율화하면서 당연히 후분양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분양가 규제를 자율화할 때 소비자 권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양가 규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서 분양가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선분양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분양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도 후분양을 하면 분양가가 높아진다는 둥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건설족은 후분양을 철저히 반대했으며, 그 건설족에 휘둘리는 건설관료들은 훌륭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 왔다. 건설업자들에게 연구비를 받는 학자들이 시장주의를 들먹이며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 해 온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니던가? 그렇게 설득력 없는 이유를 들며 선분양을 해야 한다고 하니, 경실련은 그렇다면 한발 물러서서 굳이 선분양을 하려면 원가공개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006년 당시 하루 아침에 수천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물론 건설업자였다. 수없이 많은 건설회사들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한술 더 떠 몇 년간 수 조원 대의 이익을 올렸고 문제는 이들이 훌륭한 주택건설을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번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좋은 물건을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서 그 결과 돈을 벌고 사세를 확장해 가는 시장경제의 기본이 한국의 건설시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서 선분양하는 순간 수천억원의 수익이 생기고 공사는 헐값에 하도급으로 하여, 이렇게 생긴 수익으로 그들은 엄청난 광고물량을 공급하며 언론을 장악했다. 그들은 관료들을 장악했고, 정치인을 장악했고 학자들을 장악했다. 경실련만이 이 문제의 핵심을 안타까워하며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건설족을 중심으로 한 개발오적의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외쳤다.


검찰과 감사원은 뭘 하나



 2006년 경실련이 분양원개 공개를 들고 나오면서 분양원가공개는 건설족의 이해와 시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대척점이 되어 버렸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그것은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한 부분에 불과했다. 그런데 건설족들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가 뭔가 놓친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해 졌다.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대놓고 분양원가 공개가 반시장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경실련에서 그동안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허위신고 문제를 많이 폭로했다. 건설업체들은 분식회계로 악명이 높다. 복잡한 하도급으로 인해 그 어느 산업보다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원이나 검찰이 나서질 않는다. 당시 검찰관계자를 만나 왜 건설비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청와대가 건설경기부양에 저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검찰이 나설 수 있느냐고. 건설경기부양을 위해서 건설비리 척결을 하지 못한다면,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 부동산의 거품은 계속 조장되어야 한다. 선분양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 부동산 투기는 지속되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만하면 부양책을 남발하던 경제관료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대공황이 온다고 겁주던 언론들,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정상가격이라고 우기는 시장주의자들을 과연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건설업자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건설족의 쿠데타 



 2006년 9월 말 대통령은 마지못해 분양원가 공개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본인은 아직도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다. 그래도 대통령의 발언 아닌가? 그런데 해괴한 소문이 들렸다. 건교부 관료들이 자신들은 분양원가 공개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단지 지금까지 공개하던 것에 항목을 조금 더 늘려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대통령의 약속마저 무시되는 것에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더욱 해괴한 일이 생겼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06년 10월 25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타당성 검토 및 분양가 인하를 위한 정책대안'이라는 보고서를 낸다. 대통령이 한 달 전에 결론을 냈는데도 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그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단 말인가? 그 보고서는 철저하게 건설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분양원가의 정확한 산정과 공개가 어려움'이라고 밝히면서, 대신 '①제3기 서울권 신도시 건설과 같은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②택지비 인하방안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 방안으로 '민·관 경쟁방식으로 택지 공급방식 전환, 2) 개발밀도규제의 완화, 3) 택지개발 시 지나친 교통시설 건설비용 부담 완화, 4) 토지개발에 따른 부당이득 금지 규정 강화, 5) 토지보상 전문기관 신설'을 들었다.



 건교부 장관의 검단 신도시 발표 그리고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던 때, 정부는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필자는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건 건설산업  연구원의 10·25 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분양원가공개는 첫 번째 고지



 당시 필자를 비롯한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건설족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그것, 대통령의 발언까지 묵살하고 부동산 장관회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의제인 분양원가 공개가 투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분양원가 공개라는 첫 번째 고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으며,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족이 좌지우지하는 정부를 거부하는 국민저항운동이라고 생각하였다. 분양원가 공개에는 그런 엄청난 함의가 숨어있었으며, 당시 경실련의 10만 서포터즈 모으기 운동은 그래서 더욱 절실했던 운동이다.


지금 이 땅에서의 부동산문제는 기나긴 싸움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2006년 찬 거리에서 경실련이 이야기 했던 우리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해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경험을 가진 우리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홍종학
전 경실련 정책위원장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현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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