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법과 원칙을 저버린 ‘면죄부’ 수사

관리자
발행일 2008.04.18. 조회수 2287
경제

  오늘 삼성 특검팀이 수사대상인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 의혹 등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특검팀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삼성그룹 임원 10명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로비 대상자 등을 조사했지만 삼성그룹 관계자 모두와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로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혐의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종결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 특검 최종 수사결과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불구속 기소는 법집행의 형평성과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처사이다.


 삼성 특검팀은 “이번 사건이 재벌 그룹의 경영 및 지배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범죄로 처단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배임, 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법 집행의 형평성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 감정마저 무시한 처사이다. 조세 포탈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연간 세금포탈 금액이 1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포탈 세액의 2~5배의 벌금이 부과되며,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구속이 관행이었다.


 더군다나 이건희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를 운용해 적극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려 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등에 개입하여 해당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미 최태원 SK회장, 김현철 씨 등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사례도 있다. 결국 삼성 특검팀이 법 집행의 형평성을 어겨가면서까지 이건희 회장에게만 특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어떤 국민도 이러한 결과를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2.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와 관련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이에 눈감은 삼성특검팀의 수사결과는 용납될 수 없다.


 지난 4월6일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그룹 구조본에서 관리하던 1,300여개 차명계좌 중 일부 계좌에 삼성전자가 2004년 8월 130억원을 입금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고, 이로부터 나온 배당금은 전액 현금으로 인출되었음을 특검팀이 확인했음이 밝혀졌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차명계좌에는 어떠한 계열사의 돈도 입금된 적이 없으며, 모든 비자금이 이병철 전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그룹의 해명은 거짓임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차명계좌에 있는 수조원대의 돈이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에 대해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수사결과도 특검팀의 직무유기를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이 구속될 것을 각오하고 뇌물을 전달한 인사와 정황을 분명히 밝혔고,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구체적인 물증까지 제시하였지만 특검팀은 이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많은 전현직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으로 적시되었지만 별다른 조사 없이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특검팀은 삼성 그룹의 해명만을 그대로 인정하고 비자금 조성과 불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형식적으로 끝내버리고 말았다.


 결국 삼성 특검팀은 성역을 두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파헤쳐달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로 오히려 삼성 그룹의 짐을 덜어줌으로써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리고 말았다. 또한 공평무사해야 할 사법당국이 경제 권력과 재벌 총수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그 동안의 오명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허탈감만을 안겨주었다.


 이번 삼성 특검 수사는 그동안 온갖 불법과 잘못된 관행으로 점철되어 온 재벌 그룹의 행태를 바로잡아 우리나라의 경제정의와 사법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그룹이 황제경영의 폐해에서 벗어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진정한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실체적 진실 규명에 눈을 감은 채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이 모든 기회를 앗아갔다는 역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의.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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