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관리자
발행일 2022.04.05. 조회수 9544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3,4월호-인터뷰]

“환경을 먼저 바꿔 놓고, 자주 만날 수 있어야 인식도 바뀝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인터뷰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지난 대선 토론에서 한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의 이야기를 했습니 다. 이후 후보가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었죠. 이번 호에서는 바로 그 시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만나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3월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박경석 대표를 만났습니다.


Q.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2001년에 장애인이동권연대라는 곳이 있었어요. 여기가 이동권이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활동했는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러 의제, 차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의제들로 확장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로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특징은 지금까지의 장애인 단체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들을 알려왔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투쟁을 중심으로 상설적으로 같이 투쟁하자는 것을 통해서 연합했고, 이런 정신과 방향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한 게 2007년도입니다.


Q. 대선을 앞두고 지하철 타기 캠페인을 진행하셨습니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이 캠페인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된 건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2001년 1월 22일에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장애인이 떨어져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도에 발산역에서 또 장애인이 떨어져 죽어요. 이런 참사가 두 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장애인이 지하철 리프트를 타면서 죽고 다치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결국은 대중교통의 이용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였던 거죠.


그래서 2001년도 오이도역 사고 이후에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만들어진 법이 있는데 그게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에요. 제3조에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요. 그런데 정부가 법에 근거해서 만든 계획조차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05년도에 만들어진 법의 권리조차도 17년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작년 12월 3일(세계 장애인의 날)부터 본격적으로 지하철 출근투쟁을 하기 시작해서 22번을 탔어요. 그리고 12월 6일부터 혜화역에서 지하철 출근선전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권리를 이야기하면서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권리예산이 필요하다는 선전전을 오늘로 72일째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을 최고 책임자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후에 제도로 보장할 것을 약속하라고 하면서 싸우는 게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결국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의지도 생각도 별로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저희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Q. 대선후보들의 장애인 공약을 어떻게 보셨는지, 특히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A. 대선 후보들이 제대로 된 사회적 약자의 인권, 권리를 토론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초적인 이야기들이 주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이제 심상정 후보가 두 번째 토론회 때 언급하고 마지막 토론 때 이재명 후보가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밝혔죠. 그런데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기사화되기도 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좀 무게 있게 평가될 수 있는 기회는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기존의 장애인 정책들을 답습하는 수준이고 변화해야 할 미래상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일부 매우 우려스러운 정책을 통해서 후퇴하는 정도의 공약밖에 보이지 않아요. 공약에 ‘실질적인 내용들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것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없어요. 윤석열 당선인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를 다 살펴봐도 제대로 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혜와 동정적 차원에서 일정 정도의 변화들은 있었겠죠. 하지만 예를 들어서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기반을 만들었는데도 이걸 실현할 수 있는 의지나 예산은 담겨있지 않았던 거죠.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도 그런 기반들이 예산에 반영되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Q. 장애인 정책이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기본적으로 이동권 문제죠.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올해까지 100% 약속했는데 이행되지 않았어요. 서울은 조금 나은데 20년을 외쳐도 저상버스 도입이 0%인 지역도 있어요. 시외버스는 전국적으로 같이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한 대도 없어요. 광역버스나 마을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버스 겨우 8대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운영도 잘 안 해요.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이 있는데 이것도 2002년에 시작했는데 지역 간 편차가 굉장히 심해 요. 제대로 국비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군구가 책임지기 때문에 자기 지역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아요. 다 끊겨 있고 다 찢어져 있고 그것을 넘지 않는 선에서만 보장해주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대략 40% 정도가 초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요. 지역사회에서 학교를 만들고 같이 통합 교육을 실현해야 하는데 이건 여전히 꿈같은 현실이죠.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이 각자의 권리에 맞춰서 예산으로 보장돼야 해요. 그런데 예산은 여전히 터무니없는 시혜적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장애인의 삶이 마이너스 100에서 마이너스 80, 70, 60으로 왔다고 나아진 게 아니고, 여전히 절대적으로 0이라는 숫자에서 마이너스의 삶으로 차별받고 있습니다. 0의 수준은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권의 문제예요.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죠. 그래서 ‘나는 100% 타고 다니는데 한 10% 타게 해줄게’ 이게 나아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10%를 태워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90%를 여전히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Q. 한국사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나 처우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걸 인식 제고라고 하죠.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제8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되어야 하냐면 만나야겠죠. 접할 수 있는 게 많아야겠죠. 근데 저상버스를 도입했더니 장애인들이 안타고 다닌다는 것 때문에 도입 필요성이 있냐고 이야기해요. 거꾸로 ‘당신이 갈 수 있는 버스를 2~3시간에 한 번 태워줄게, 그리고 노선도 굉장히 제한적으로 할게, 근데 당신 그거 왜 안타고 다니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이건 굉장한 폭력이죠.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얼마나 이용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환경의 문제죠. 84년도에 김순석이라는 휠체어 타는 장애인이 그 당시 서울시장에게 ‘우리가 갈 수 있는 거리가 어딥니까, 우리가 갈 수 있는 식당이 어디입니까, 거리의 턱을 낮춰주세요’라면서 자살했어요. 거리의 턱은 물리적으로 보이는 거지만, 그 거리의 턱은 수많은 곳에 있어요. 교육에도 있고 정보 주권에도 있어요. 이처럼 접근조차도 안 되는 사회에서 당신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당신들이 많이 보여줘야지만 인식 변화가 된다고 할 게 아니라, 환경을 먼저 바꿔 놓고, 자주 만날 수 있어야 인식 개선이 되는 겁니다. 인식 개선 후에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겠다, 인식 개선 후에 이렇게 하겠다는 것은 인식 제고에 거꾸로 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활동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T4라는 거 아세요?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 때 자국민인 장애인 20만명에게 생체실험을 해요. 장애인들을 생체실험해서 죽이면서 독가스를 개발했대요. 그것이 왜 이루어졌는지는 넷플리스에 ‘우리 저를 사하여 주옵소서’라는 단편 영화에 정확하게 나옵니다. 거기서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비장애인들이 생활비가 만원인데 장애인들을 치료하고 도와줄 비용이 2만원이 됐다. 그러면 2만원 빼기 만원은 얼마냐’ 이렇게 물었더니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해요. ‘그 2만원을 누가 부담해야 되나요, 그럼 어떻게 부담할 수 있나요’. 그랬더니 옆에 있는 학생이 죽여야 된다고 합니다. 거기서 이어지는 게 20만 명의 예산의 문제이고, 그 비용 계산의 문제가 왜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삶을 위해서 우리가 희생해야 되냐는 논리죠. 그래서 20만 명을 죽여 버립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그런 사회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비장애인들도 힘든데, 너희들이 먹고 살기 하기 위해서 우리가 치러야 될 대가가 얼만데’ 이런 이야기들을 해요. 이제 질문 자체를 바꾸고, 관계 자체를 바꿔야 해요. 그리고 계산 방식을 달리해야 해요. 그것을 하기 위해서 저희는 지금 이동권 투쟁하고 있는 거고, 지하철의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서 요새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잖아요.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남겨주고 이런 것들이 시민 운동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왜 그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적어도 최소한의 하나의 연결 고리를 찾고, 혐오적인 발언 같은 것들에 좀 맞서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까지 20년을 기다려왔는데 이제는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저희의 활동계획은 기다리지 않는 겁니다. 이제 검토하지 말고 결단하시라고 할 겁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얼마나 빠르게 결정합니까. 청와대 용산 이전할 때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결정할 정도의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저희가 이야기하는 정도는 해야 하는 문제지 이것을 검토하고 국가 예산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뽑는다면 이 정도의 목소리는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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