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NO BEES, NO FOOD!_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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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03.03. 조회수 36
시민권익센터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NO BEES, NO FOOD!"



[김성훈 칼럼] 꿀벌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장관



인류문명의 출현과 함께 지구 행성을 지배해 오던 꿀벌들이 바야흐로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처럼 다반사(茶飯事)인 양 받아들여 새삼스럽게 뉴스거리마저 되지 않는다. 미 농무부(USDA)에 의하면 2006년 6월 이래 대충 3분의 1 이상의 꿀벌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그런 통계마저 집계되고 있지 않다. 이제 봄이 시작되었으니 일상적인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예전처럼 벌들이 자주 보이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미국 농업의 4분의 1 이상이 꿀벌들의 수분(授粉)활동에 의존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GMO 곡물재배와 과수, 화훼, 채소 그리고 야외 자생식물들의 성장발전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인공 수분활동에 소요되는 추가 노력과 비용 그리고 생산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이 지구 상에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 생존에 대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벌들의 사망과 인류의 생존


마침내 지난 2월 초 열흘 동안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미국의 주요시민단체들에 의한 "꿀벌 없이 식량 없다 (No Bees, No Food)!" 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구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비롯하여 16개의 전국 규모 시민·환경·유기농 단체들이 합동으로 전개한 행사였다.


이와 같은 전국적인 시위가 촉발된 배경은 무엇일까. EU를 제외한 범지구적인 벌들의 망실현상이 특정 제초제의 사용량 증가와 유전자조작 GMO 종자 작물의 과다생산에서 비롯되었다는 연구결과들이 구미학계에서 속속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s)라는 제초제다. 1962년 레이철 카슨 여사가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라는 고발적 저서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이 지구상에서 생산과 판매가 금지된 DDT제초제 농약 보다 그 성능이 1만 배나 더 강력한 제초제가 다름 아닌 네오니코티노이드다.


이 제초제는 초국경 대기업 몬샌토사, 바이에르사, 듀퐁사, 다우 및 신젠타 계열의 각 작물과학 회사들에 의해 제조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광범위한 지역의 산야와 정원, 가로수 및 도로 주변의 잡초 제거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 서민들과 공장식 목장의 가축들이 주로 먹고 있는 콩, 옥수수, 카놀라 등 유전자 조작 GMO 종자들이 이것에 깊숙이 젖어 있다. 미국 농약행동망 PANNA의 추계에 의하면 9200만 에이커 미국 옥수수밭의 94%에 이것이 살포되었다고 한다. 


<가디언>은 여러 과학자의 조사연구를 인용해 종자작물에 잔류한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신경독성에 의해 벌 등 곤충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더군다나 인간의 암 발생과 심장병 그리고 출산장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역설적이게도, 증산을 위해 제초제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이 농약이 농작물 수분활동의 충실한 자원봉사자들인 꿀벌 등의 집단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일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다우제약사의 2,4-D 제초제 역시 꿀벌 등의 증식능력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최근 미국 농무부가 콩과 옥수수 농사의 제초효과에 원래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두 종류의 신 2,4-D 농약을 허가하려 시도함으로써 시민단체들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벌 등 이로운 곤충과 인체에 신경 독성을 일으키는 이들 제초제 말고도, 몬샌토사의 악명 높은 제초제 성분의 라운드업(Round Up) 농약이 이미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라운드업은,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 사탕무 카놀라 면실 사과 연어(Salmon)등의 필수 기본인자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로 만들어진다. 미국에서만 8400만 킬로그램이나 살포되고 있는 이 제초제는, 인체에는 물론 환경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해성을 가한다. 또 꿀벌들의 사망에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대왕나비(monarch butterfly)의 개체 감소의 주범이 다름 아닌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라는 사실이다.


GMO와 제초제 회사들의 반격


이 같은 분위기에서 GMO와 제초제 주요 산지이며 농약회사들의 천국인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분출하는 시민들의 저항운동, 즉 법률제정에 의한 GMO 의무표시제(labelling) 운동이 거세진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자구현상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안전할 권리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천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유기농업과 동물복지축산운동이 더욱 크게 대두하고 있다. 북미지역 각지에 소형, 대형 유기농식품 전문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자생하기 시작했고 옥상, 베란다, 텃밭, 학교 공터, 도로 가로수 주변 등지에서 유기농 도시농업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코네티컷주 등 동부 5개 주에서는 이미 GMO 의무표시제가 의회를 통과했고 캘리포니아, 오레곤 등 서부의 대형 농업주에선 몬샌토가 이끄는 GMO 및 제초제 농약생산 초대형 기업들과 식품가공 대기업들의 천문학적인 반대 광고비 지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패하였다. 그러나 다시 투쟁의지를 불태우는 시민단체들의 사기는 오히려 더 팽배해지고 충천하고 있다. 북미지역에 최대 시민조직인 유기농소비자협회(OCA)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최근의 여러 정보와 보도에 의하면 초국경 초대형 기업인 GMO 및 제초제 회사들이 사업전략을 다시 세웠다고 한다. 첫째, GMO와 제초제의 천적인 유기농업을 격파하라. 둘째, 그동안 각종 로비에 꿈쩍도 하지 않는 EU에 쏟았던 자원(노력과 자금)을 농산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중국으로 치중하라. 셋째, 육종 및 영양, 소비분야의 관련 학계와 관료, 언론, 시민단체들을 포섭하라. 등으로 요약된다.


그 구체적인 수단과 실적을 보면 과거 미 정보국(CIA)과 군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던 흑수단(Black Water사)을 몬산토가 인수하여 관련자와 관련기관들에 대한 로비와 회유, 위협 행위를 전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주요 관련부서인 농무성과 식약청의 최고 간부들은 이미 몬샌토사와의 회전문 인사로 채웠고, 의회 및 언론기관 지도자들을 사실을 부풀린 식량증산 안보 명분으로 우군화 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저명 연구기관인 스탠퍼드대학교에는 이미 5억 달러(약 5100억 원)의 용역비를 주었다. 그리고 '유기농업이 일반 관행농산물 보다 영양가도 특별히 우수하지 않고 비용에 비해 안전성 확보도 그리 월등하지 않다'는 식의 보고서를 받아냈다. 이 결과를 세계 모든 언론에 널리 홍보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에 국내 언론을 통해 우리 일반인도 익히 접한 바 있다.


누구를 위하여 꿀벌들은 조종을 울리나?


최근에는 미국 국회의원(공화당 아이오와주 스티브 킹 하원의원)들을 움직여 GMO도 '자연식품(natural food)'이며 수많은 주별 식품규제법률 등을 폐기하려는 농업법(Farm Bill)을 수정하려 시도하였다. 그런데도 도저히 미국 소비자들의 GMO식품 저항운동이 식을 줄 모르자, 몬샌토사가 미국에서 '악마의 쌍둥이'라 불리는 미국 식품제조가공협회(GMA)를 앞세워 GMO 의무표시제 운동을 물타기 하는 'GMO 자발적 표시제' 입법을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그 법안에는 마찬가지로 GMO를 '자연식품'으로 분류하며 만일 어느 주 정부나 의회가 GMO 의무표시제를 입법할 경우 연방법원에 제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특별시 광화문 한복판에 진출해 있는 몬샌토사의 활동과 사업내용은 그리 알려진 것이 없다. 서울대 농생대 바이오(생명농업) 전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는 보도 이외에 표면적으로는 별로 드러난 것이 없다. IMF 환란 때 멕시코계 세미니스사로부터 사들인 흥농, 중앙종묘회사들의 종자산업을 동부한농그룹에 넘겼다는 보도 정도다. 한농그룹은 MB 정부의 FTA 대책비 보조를 받고 착수한 초대형 유리온실 토마토 농사를 농민들의 저항으로 중도에 하차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카더라' 소문만이 돌아다닌다. 식품영양학 분야의 모 교수가 퇴임하여 식량안보재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과거 GMO 반대 활동을 하다 전향한 영국의 활동가를 초빙하여 좋은 곳에서 GMO 홍보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유전자변형 농산물과 GMO 종자 연구의 산실인 농업바이오 과학원 학자들 중에서 '몬샌토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GMO 사업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는 공개발언을 한 사례, 최근엔 대한민국 최고 언론이라고 자칭하는 국영방송국에서 한국의 무농약 및 유기농 인증 농가들의 비합치 사항을 샅샅이 들춰내 보도하고 선량한 피해농민을 검찰의 가혹한 조사를 받게 하는 행위들이 유기농 관련단체와 학계로부터 의심의 눈초리와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사실보도에는 그렇게도 둔감하던 예의 그 방송국이 오는 3, 4월경 대대적인 '유기농업 죽이기' 특집보도를 위해 한 PD를 앞장세워 전국의 유기농가들을 눈을 부릅뜨고 훑고 다닌다는 보고가 속출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생산자 및 소비자들의 제보를 통해서다. 친환경유기농업 단체들은 그 저의와 배경을 의심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하여 정부의 주무부서는 인증제 개선, 감독, 시정, 보완 등 근본적인 대안과 대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사회악의 하나인 불량식품 척결은 말뿐이던가. 오히려 서울시 교육청이 한술 더 떠 정부가 진작 공식 인증제 실시를 폐기한 '저농약 농산물' 보다도 더 위험할지 모를, 제초제를 포함한 농약을 살포하여 재배한 농산물을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농산물'이라고 규정하여 무농약 유기농산물의 학교급식 비율을 대폭 축소, 대체하였으며 관행 화학농법 농산물의 조달을 훨씬 용이하게 도와주는 학교급식 구매조치를 수정 발표하였다.


물론 이 모든 조짐과 조치들이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는 우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일찍이 일어났던 일련의 유기농 죽이기 움직임들과 자발적인 GMO 장학생 만들기 행렬이 지금 분명히 한국의 학계, 언론계, 관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어떤 거대한 자본 또는 대 권력의 작용이 배후에 있는 듯, 반 유기농, 친 GMO 움직임이 일관되게 감지된다. 


이 땅에서 친환경 유기농업이 억압받고 사라질 경우 과연 '웃을 자'는 누구인가. 그 결과 최종적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 갈 것인가. 꿀벌들의 조종소리가 아무래도 서민 백성들과 후손들의 장래를 위해 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심히 불안하다.



* 필자는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원고를 2014년 2월 27일 자 <한국농어민신문>에도 기고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프레시안> 이 칼럼은 2014년 1월 29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URL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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