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고액권발행 주장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4.01.15. 조회수 2595
경제

한국은행의 화폐단위절하와 고액권 발행 주장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2002년부터 내부적으로 연구, 검토해온 고액권 발행, 위폐 방지와 도안 혁신, 디노미네이션 등 화폐  선진화를 위한 새 화폐 발행 문제를 총선 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폐의 거래단위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화폐경제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력에 걸맞는 화폐단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승 총재의 이러한 방침은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경기침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은행의 중심적 역할이 필요함을 인식할 때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화폐와 관련된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것일 뿐 아니라 심리적 영향이 매우 큰 민심과 직결된 사항이다. 거의 10년째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정체되고 있으며 각종 경제사회적 불안감으로 민생경제가 어려운 현시점에서 화폐개혁에 준하는 이 문제가 과연 시급한 것인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카드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제2금융권 부실과 구조조정 문제, 천문학적 부동자금이 생산자금으로 선순환되지 않는 금융의 동맥경화현상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매우 불안하다. 또한 작년 한 해 물가상승률이 3.6%로 심상치 않고 연초부터 각종 공공요금의 대폭인상과 원유 등의 해외 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올 한해 물가불안이 예사롭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한은총재가 취해야 할 최우선 통화금융정책이 다음과 같은 혼란과 부작용이 매우 큰 고액권 화폐발행과 화폐단위 절하이어야 하는지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차떼기, 책떼기가 횡행하는 불법정치자금의 관행이나 검은 돈거래의 폐습이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액화폐발행은 뇌물이나 투명하지 않은 거래의 단위를 고액화시키는 사회적 부패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법이 투명하게 개정되고 자금세탁방지법에 완전한 계좌추적권이 담보되지 않는 한 고액권 발행은 사회적 부패비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수표발행과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액화폐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로 우리사회가 불투명해서 생기는 정치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수표관련 비용이 훨씬 싸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화폐단위 절하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새 지폐·주화를 찍어내야 하고, 자동판매기와 컴퓨터 프로그램, 회계·전표 양식 등도 모조리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아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환율단위를 줄인다고 원이 강세통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 신인도나 대외이미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집트, 라트비아, 오만처럼 우리보다 강세통화를 갖고 있으면서 경제력이 약한 나라도 얼마든지 있다.


 


  셋째로 고액권 화폐발행이나 화폐단위 절하는 착시현상으로 인해 돈 씀씀이를 크게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우려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우리 경제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수출증가가 경제회복에 기관차 역할을 잘 감당하여 투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가계부채로 발목을 잡힌 소비문제가 풀리는 선순환적 구조가 작동할 지, 아니면 환율절하와 무역장벽으로 인해 하반기 이후 수출증가세 마저 둔화되고 더 이상 경제활력을 일으킬 주체가 없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성장률 증가와 더불어 곳곳에서 물가상승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경제운용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많고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소신이라는 이름 하에 자기 개인적 취향으로 온 나라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는 화폐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언지 알 수가 없다.


 


  바라건대,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중앙은행 총재처럼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으로서의 전문가적 권위는 물론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경제전반을 조망하며 시장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한은총재가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경실련>은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은행이 중립적 통화신용정책수립과 물가안정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화폐단위절하나 고액권발행 주장은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문의 : 정책실 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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