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황장엽 비서의 기자회견과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전 이후 남북관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간의 화해협력단계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벌어지던 북한알기운동과 북한돕기운동이 모두 위축되고 이제까지 지난 2년 동안 아무 문제제기없이 유통되던 책도 일부 시각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용공서적으로 둔갑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가 돌연 냉각되자, 국민들은 북한주민을 도와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어디까지 알아야되는 것인지, 북한은 우리의 적인지, 아니면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형제인지에 대해 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월간조선 7월호에서 이동욱기자에 의해 '통일원의 이상한 통일 캠페인'이라는 문제제기하에 논란이 된 초등학생 통일교육용 책인 '나는 야 통일 1세대(천재교육사,1995년 10월,이장희 저)'는 7월17일자 조선일보 광고에서는 통일대비포럼(공동대표: 오제도,김창순,이명영,이도형,박찬성)에 의해 완전히 용공서적으로 둔갑했다.

그러나 통일원의 권오기 장관이 이동욱기자의 용공시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전체적 맥락에서 이 책자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의 답변에서 보듯이 이 책자는 전혀 용공서적이 아니다. 이 책자는 전반적으로 공산주의의 소멸은 세계사의 추세이며, 통일국가의 미래상은 자유, 인권, 사회복지가 중시되어야 하는 국가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또한 용공성시비의 논란대상이 되고 있는 목차는 아이들의 상상력에서 직접 나온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전에 출판사 편집진이 서울시 및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선생님께 부탁을 하여 학생들이 통일이 되면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아 어린이들이 쪽지에 적어낸 것을 기초로 다시 원고를 쓰게 한 것이다. 본서의 목차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문제제기는 커녕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겨냥한 참신한 통일교육용 책이라고 통일원으로부터 칭찬 받던 이 책이 이와 같이 일부 시각에 의해 2년후 어느 날 갑자기 용공성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가공스럽다.

70년대부터 우리의 경제력이 북한보다 커지면서 평화적 통일이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 되었다. 우리 헌법은 분명히 헌법 전문과 제4조에서 평화적 통일을 규정하고 있다. 황장엽 비서가 7월10일 기자회견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는 통일보다는 평화를 얘기해야 한다.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고, 우리의 아들, 딸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통일은 결코 해서도 안되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이와 같이 평화적 통일은 우리 시대의 소명이다. 그러면 평화적 통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전쟁억지전략과 민족화해.협력 전략이다. 이 두가지중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민족화해와 교류협력을 논하는 사람은 모두 친북이나 용공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평화통일에 대해 정론을 펴려고 하지 않는다. 교류협력을 관장하는 통일원은 물론 정부의 평화적 통일론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충실히 따른 책조차 일부시각에 의해 용공으로 몰리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누가 평화통일에 대해 말을 하겠는가. 그러면 국민은 정부의 평화적 통일론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신뢰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상 학문. 사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이상 누구든지 미래 예측가능한 모든 대상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되지 않는 이상 연구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민족화해를 선도해야 할 일부언론이 그 책무를 망각하고 건전한 통일관련 서적의 참뜻을 왜곡, 용공서적으로 오해받게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또 최근 황장엽씨 기자회견에 편승한 일부 극우 단체가 광적으로 메카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경실련 통일협회는 민족의 화해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열망하면서, 향후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깨는 세력을 경계하면서 다음과 같이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결의한다.

1. 우리는 누구든 민족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민족의 평화통일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한반도에 전쟁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에게 그 자제를 강력히 촉구한다.

2. 조선일보 광고(1997.7.17)와 신문고 소식(1997.7월 18일)을 통해 저서의 정확한 참뜻을 왜곡, 용공으로 매도함으로써 저자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킨 오제도,김정철,이도형,김창순,박찬성 씨등은 공개리에 서면으로 사과하라. 만약에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 할 것이다.

3.『통일원의 이상한 통일켐페인』(월간조선 7월호96p-109p)의 기사를 통해 저자의 명예를 훼손한 빌미를 원천적으로 제공한 월간 조선은 저자에게 정정보도의 기회와 균등한 반론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4. 우리는 통일로 가는 길목에 향후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원하는 건전한 시민단체와 더불어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연대"(가칭)를 결성, 함께 노력할 것이다.

5.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민족문제에 대해 견해를 전혀 달리하는 위의 모든 인사 및 사회단체에게 정식으로 공개 학술토론을 촉구한다.

6.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남북한 정부와 남북한 모든 국민에게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돌아 갈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이것을 새로운 평화적 통일운동의 전기로 승화,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1997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