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성공단의 마지막 숨소리, 이렇게 지켜만 볼 것인가?_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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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5.14. 조회수 527
칼럼

개성공단의 마지막 숨소리, 이렇게 지켜만 볼 것인가?


 


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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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철수하고, 완전 폐쇄 가능성도 커지면서 북한의 복잡한 속내가 하나둘 드러나 우리의 눈길을 끈다. 당시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입장들을 보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북한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운운하던 기존의 입장표명과 달리 우리측의 대화 제의와 철수 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구구절절이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의 발표 뿐 아니라 지난 4월 26일 나온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도 살아 남은 개성공단을 박근혜 정부가 폐쇄수순 몰고 간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대목에서도 북한의 속내가 엿보인다.


 


북한은 개성공단 잠정 중단조치를 먼저 취했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근로자들을 불과 한달을 넘기지 않고 빠르게 철수시키는 초강수 대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셈이다. 한미연합독수리 훈련이 종료된 이후 대화분위기를 만들어 공장가동을 재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우리 정부와 언론들의 잘못된 인식과 평가를 바로 잡고, 공단가동 재개 후에는 개성공단의 확대발전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잠정중단 카드를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하듯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고, 전시상황에서도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지키려 했던 개성공단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아직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된 상태는 아니지만 우리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로 개성공단은 점차 식물공단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내놓은 카드가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었다면 우리의 카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의 완전폐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마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9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강력한 억제에 기인한 것으로 강해야 할 때는 강하고 유연해야 할 때는 유연한 정책”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을 끈다. 이는 당분간 ‘강대강 대응’ 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정부의 정공법 대응이 보여주듯 북한이 어떤 도발 카드를 내놓으면 우리는 더 강한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지금까지의 악습을 뜯어고치면서 우리 주도로 남북관계의 질서를 재편성해나가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확고한 의도가 읽힌다. 이는 박 대통령의 연속적인 일관된 발언들 속에 담겨 있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도발과 고립의 길을 단념하며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남북경협,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지원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월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북한이 위기를 조성해 (처벌 대신) 보상(補償)을 받아내는 시기는 끝났다"며 "한·미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매달려선 생존할 수 없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을 헌법에 명시해놓고 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결의를 거의 매일 다지고 있다. 북한은 "청와대 안주인이 대결광신자들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민족공동의 협력사업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업지구마저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우리는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선조치를 기대하면서 복잡하면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만 명분을 앞세우는 북한 정권의 속성상 북한이 먼저 유화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이 먼저 대화의 문에 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만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이다. 관심을 끌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지금의 남북 간 긴장관계를 돌파할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개성공단의 마지막 호흡이 이렇게 끊겨지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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