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거품을 빼자 - 판교 신도시의 그늘(上)

관리자
발행일 2006.01.10. 조회수 2306
부동산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판교신도시. 다른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판교 또한 부동산가격 안정이란 목적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 개발목적 달성은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도 지난해처럼 ‘판교발 집값 상승’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과열’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다. 3월 동시분양되는 아파트 분양가는 원가연동제 적용에도 평당 1천2백만원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판교신도시가 원칙없는 택지개발사업의 결과라는 게 시민단체의 진단이다.
 







오는 3월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택지조성공사가 한창인 판교신도시 모습. 정부가 발표한 판교개발이익 규모가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택지개발사업의 불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권호욱기자


 


◇오락가락 사업추진=정부와 여당은 2001년 당정협의를 통해 “강남을 대체할 제2의 강남권 신도시를 만들어 투기를 막겠다”며 판교신도시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남의 주택수요를 흡수한다는 명분 아래 공급주택수를 1만9천가구에서 2만9천가구로 50% 이상 늘렸다.


이후 신도시 면적을 변경하거나 주상복합을 늘리기 위해 6차례에 걸쳐 개발계획이 변경됐다. 개발밀도를 놓고 환경부와의 마찰로 공급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판교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자 정부는 땜질식 처방을 잇달아 내놓았다. 줄곧 강남 집값에 눌려왔던 분당은 판교를 호재삼아 가격이 급등했다.


용인도 판교 수혜지역으로 각광받으면서 ‘난개발의 표본’이란 오명을 단숨에 벗어버렸다. 그러나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처방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분양시기만 해도 작년 한해 ‘6월부터 순차분양→11월 일괄분양→2006년 3월과 8월 분양’ 등 수시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청약대기자들의 불만이 건교부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주택공급제도도 중대형 평형의 경우 ‘기존 일반분양→완전채권입찰제→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원가연동제’로 상황마다 변경됐다. 경실련 김성달 부장은 “정책이 죽끓듯 바뀌고, 정책이 실패해도 책임지는 당국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사업비=사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비용과 매출 등 사업계획서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2003년 9월 건교부는 사업비를 5조원으로 추정했고 같은해 12월 개발계획 승인에서는 5조7천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2004년 말에는 5조8천억원이라고 수정했다.


지난해 3월 경실련이 판교의 개발이익 추정치를 발표하자 정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사업비에 간접비 2조원이 누락됐다며 7조8천억원이라고 수정해 해명했다. 또 간접비 규모와 내용에 대한 건교부 장관의 해명을 담당과장이 부인하는 혼선도 빚어졌다.


한편 판교 조성원가는 평당 7백43만원이다. 용인 흥덕(5백만원), 파주 운정(4백66만원)보다 높다. 판교의 조성원가가 높아진 이유는 보상비나 기반시설 설치비가 많기 때문이란 게 관련기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독 판교의 보상비만 높아야 하는지, 왜 발전가능성이 높은 판교에 기반시설을 더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 넘는 분양가=판교신도시 개발이 불투명하고 정책이 갈팡질팡하다보니 판교분양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판교신도시 25.7평 이하 아파트의 75%는 무주택가구주에게 우선 분양된다. 이는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서민들에게 내집을 마련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가는 1천2백만원선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예상했던 평당 9백만~1천만원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이 경우 30평형 분양가는 4억원 가까이 된다. 서민을 대상으로 공급하겠다던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가 서울 아파트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중대형 평형도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며 공급제도를 바꿀 때마다 뛰었다. 애초 건교부는 2003년 8월 개발계획을 변경하면서 분양가가 평당 8백6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17대책과 8·31대책을 거치면서 건설교통부는 평당 1천5백만원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부동산업자들은 분당 인근 시세의 90%까지 채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중대형 분양가가 1천6백만~1천7백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판교 분양가가 1천6백만원이 될 경우 지난 연초부터 폭등한 분당·용인지역의 집값을 기정사실화하는 꼴이 된다. 강남·분당의 폭등세에 거품이 끼어있기 때문에 판교분양이 가시화되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 자체가 빈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싸게 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낮은 분양가는 최초 분양자에게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또다른 투기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판교에서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공보유 주택을 100%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는 주택이 소유가 아닌 주거개념이라고 말하는 건교부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 기획취재부 오광수·박재현·임영주·김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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