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의 본질을 외면한 엉터리대책

관리자
발행일 2009.02.10. 조회수 2123
부동산


정부는 오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용산화재사고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오늘 발표의 주요 내용은 상가세입자에 대한 우선분양권 제공, 순환재개발방식 추진, 조합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용산참사는 서민들의 주거환경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30여년간 추진했던 재개발․재건축사업들이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재벌건설사들은 수익사업으로 악용하여 서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강제로 빼앗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의 근본적 문제를 간과한 채 이해당사자간의 보상과 이주를 둘러싼 갈등으로 치부하여 차라리 발표하지 않느니만 못하는 엉터리대책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책임자가 사퇴하고, 정부가 개선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부는 할 만큼 했다”는 모양을 갖춰 용산참사를 국민들이 빨리 잊어주기만을 바라는 것일지 모르지만, 현재 추진되는 부패하고 탐욕적인 도시재생사업이 ‘계획의 공공성, 사업의 투명성, 운영의 민주성’을 갖추는 근본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용산참사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라고 경실련은 판단한다. 아니 전국 1,000여 곳의 개발사업지역에서 지금도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가 임시방편적이고 졸속적인 대책을 섣부르게 발표하기 보다는 재벌건설사들의 수익사업과 정치인들의 실적으로 변질된 도시재생사업을 주민을 위하고, 주민과 함께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첫째, 상가세입자의 휴업보상비를 3개월에서 4개월분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1개월분 몇백만원의 휴업 보상비가 세입자의 생존권 대책이 될 수 없다. 보상비를 조금 더 줄테니 조용히 떠나라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개발사업 추진으로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주민들의 거주대책과 생존권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보상비 조금 더 주고 해결하려는 것은 정부가 이번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둘째, 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 부여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분양을 하고 남은 나머지를 조합원 분양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 조합원들의 개발부담비율을 낮추는 것이 현행 사업방식이다. 그런데 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을 부여하겠다고 하면 세입자에게 이익이 포함된 비용으로 분양권을 판매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세입자들에게 반발을 살 수 있다.

반면 조합원과 같은 가격에 제공할 경우 조합원들의 개발비용 부담이 높아져 조합원들이 반발할 것이 뻔한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세입자에 대한 보상비가 매우 낮은데 보상비보다 몇배나 비싼 가격으로 분양권을 부여한들 입주하기 어렵다. 이는 조합원과 같은 특별분양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정부정책은 우선분양권을 부여 할 것이니 투기꾼에게 전매라도 해서 부족한 보상비를 챙기라는 의미로 밖에 볼 수 없는 한심한 대책이다.   



셋째,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서 재개발사업의 모든 문제를 덮자는 것인가? 이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해당사자간의 분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시각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재벌건설사들에게 허용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감수해야하는 서민들의 반발은 어차피 발생할 것이기에 위원회에서 정리하라는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권한과 책임도 없는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당사자들이 받아들일지 실효성측면에서 의문이며,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강제로라도 받아들이라 압력을 행사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잘못된 제도에서 발생한 문제를 위원회 하나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를 덮어보자는 정부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 된 것이다. 



넷째, 조합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계감사를 직접 선정하고 감정평가와 직접 계약을 하겠다는 투명성 강화 방안도 엉터리이다. 회계감사는 기업회계원칙에 따라 감사를 수행하는 것이지 누구와 계약하는 지에 따라 회계감사의 범위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회계감사에 대해서는 지금도 공인회계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감정평가의 경우 지자체장이 추천해서 조합이 계약하는데, 지자체장이 직접 계약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는 계약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기대 보상가격과 감정평가사의 감정가격의 차이의 문제다. 주민과 감정평가사의 가격의 차이가 적을수록 갈등은 적어지고 반대로 차이가 클수록 갈등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감정평가액이 얼마나 시세 또는 현실적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인가 이지, 계약주체가 조합에서 구청으로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계약주체를 논할게 아니라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보상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2. 투기와 비리, 부패로 얼룩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


 


재개발 등 현행 도시재생사업은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여 용적률 증가를 통한 개발이익의 보전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의 개입 없이 민간에서 사업을 주도하면서 사업으로 인해 세입자와 영세지주 등 피해주민에 대한 대책은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용산참사와 같은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재생사업의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계획수립부터 세입자대책까지 모든 것을 민간에게 맡겨 공공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현사업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계획수립단계부터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여, 원주민들이 재입주할 수 있는 세입자대책과 주택계획, 기반시설 설치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참여를 확보하여, 주민간의 갈등과 분쟁을 사전에 협의하고 조정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재개발사업은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건설사업이다. 그러나 전문성이 부족한 주민들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으나,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각종 비리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불필요한 사업비거품과 주민간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가 확보되고, 업체선정 등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 



경실련은 정부의 오늘 대책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떤 효과를 바라며 발표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정부대책이 정말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개발사업을 건설사가 부추켜 정비사업을 시작하게 하고, 각종 비용을 초기부터 음성적으로 제공하여 조합원을 매수하고 사업권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행태,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개입해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왜곡시키는 문제, 정비사업체들이 이권과 부패에 개입하거나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는 문제, 구청장, 담당공무원,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로비, 특정인과 개발업체들의 은밀한 금품거래, 특정 업자들에게 유리한 각종 기준변경, 설계변경으로 조합원 부담 전가, 개발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정보 차단, 서면결의서의 남용 등 잘못된 제도와 사업 관행으로부터 주민들의 재산권이나 의견을 보호하는 대책이 발표되었어야 했다.



오늘과 같이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변죽만 울리는 엉터리 대책은 또다시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분노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경실련은 판단한다. 나아가 주민들이 정부에 대해 저항하도록 유도하는 결과 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책임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도시개혁센터 766-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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