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계획에 대한 환자·소비자·시민단체 공동입장

사회정책팀
발행일 2024.02.01. 조회수 22433

<공동성명>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 참여했던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정부가 협의체 논의내용과 달리 일방적으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협의체를 탈퇴하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는 응급의료, 흉부외과, 산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와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하자 대안으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재정 투입,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책임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공소 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8월 31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했던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과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을 작년 11월 2일부터 법조계(한국형사법학회, 한국법학교수회, 대한변호사협회)와 의료계(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와 소비자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작년 1114일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19일 제7차 회의까지 개최해 법조계·의료계·소비자계 각각의 입장,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 책임공제 및 민간보험회사 의료배상 책임보험 운영 실태, 우리나라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 관련 쟁점, 소비자계와 의료계의 의료인 필수의료 사법 부담 완화 방안 의견,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관련 해외 입법례와 사례 등에 관한 심도 높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회의를 거듭할수록 의료계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을 통한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요구와 소비자계의 입증책임이 전환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와 동일하게 의료사고 관련한 입증책임 전환 요구가 팽팽히 맞서 더 이상의 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작년 1226일 개최된 제6차 회의에서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면제 요구, 소비자계에서는 의료사고 관련한 입증책임 전환 요구를 서로 더 이상 하지 않고, 협의체 구성 목적처럼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및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의 핵심인 의료감정에 집중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의체에서의 이러한 사회적 논의 과정이나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요구해온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책임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공소 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을 정부가 추진할 계획이고,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은 중상해를 포함뿐만 아니라 사망의료사고까지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형사책임 면제 범위에 포함할지 결정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의 행보는 의료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제정을 이미 하기로 정해놓고 협의체를 통한 사회적 논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으로만 진행한 것으로 판단되어 심히 유감스럽다. 이에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오늘 협의체를 탈퇴하고, 앞으로 정부의 위헌적 의사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는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일명,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첫째,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협의체 회의를 통해 “미국, 영국, 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 모두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형사법률이 존재하고, 실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만, 해외의 여러 국가에서 경과실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상죄(업무과실과실치사제는 제외)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거나 엄격한 요건에서만 형사처벌을 하는 법률을 시행하거나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경과실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시행되면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은 특례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둘째,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특례 도입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 및 책임보험·종합보험 의무가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해도 반의사불벌죄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 경과실로 경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만 반의사불벌죄 특례가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한 이유는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달리 의료분쟁조정법에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고, 책임보험·종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달리 책임보험·종합보험 가입도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특례 도입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 및 책임보험 의무가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해외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나 유족이 형사고소 대신 대안적 분쟁해결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과 제도가 존재한다.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의사와 전공의 기피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이지만,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으로 해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고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입법적 장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나 유족이 형사고소 대신 대안적 분쟁 해결제도를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내용과 경위 설명의무, 의사의 위로·공감 표현에 대한 보호장치, 대안적 분쟁해결기관의 신속하고 적정한 손해배상, 병원의 동일한 환자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법률과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혜가 아니라 해외처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의료사고를 당해도 형사고소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관심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는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의 전환과 책임보험·종합보험 의무가입도 없이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러한 발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24년 2월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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