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8_2002대선 공약 검증 5 : 북핵문제

관리자
발행일 2002.10.28. 조회수 2736
정치

경실련 정책평가팀
-고유환(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심의섭(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송병록(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1.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보유설과 관련한 견해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북한이 비밀 핵개발을 시인했다’는 전제하에서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여 핵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시인과 관련하여 “그것이 실제 진행중인지 의도만 가진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미국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의 핵개발 여부와 관련한 사실판단을 유보했다.


-정몽준 후보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고 “핵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를 담보로 일괄타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핵 개발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후보는 미국측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노후보는 가정법을 써서 북한의 핵개발이 사실이라면 제네바합의 위반으로 핵개발은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정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보유 시인은 북미간 현안문제의 일괄타결을 위한 협상카드일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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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지속돼야 하며 북한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개발 프로그램 보유설과 관련하여 후보들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한 것 자체가 사실인지, 왜 이 시점에서 시인한 것인지, 무엇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견해차를 노출하고 있다.
 
‘북한핵개발 의혹’으로 불거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화는 미국측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한 위기인식과 위기해소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아직 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해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핵 개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측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여 미국과 정책공조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고,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핵 개발문제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지도 모를 우리 민족의 사활과 관련한 민족 내부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북핵 문제를 세계전략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의 해법을 그대로 수용하는 이회창 후보의 북핵 해법은 문제 해결을 위한 남한의 대미, 대북 적극적 역할론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핵 개발 보유 시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먼저 규명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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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네바합의 파기 책임론


-이회창후보는 북한이 핵 동결 약속을 깬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란 견해를 보였다.
-노무현 후보는 북한 핵개발 시인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기본합의를 폐기하는데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몽준 후보는 제네바 합의 이행이 지연된 책임이 미국과 북한 모두에 있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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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이라는 북한의 선택은 제네바 기본합의와 남북 비핵화 선언에 대한 위반이기 때문에 북한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제네바합의 파기 책임에 대해서는 미국도 제네바 합의 사항인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북미수교협상 시작, 2003년 경수로 건설공사 완공 등에 대한 이행 지연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제네바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제네바 합의는 정치적 문제여서 어느 일방이 파기를 선언한다고 해서 자동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개발 여부 자체를 제네바 합의에 대한 파기로 전제하고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과 경수로 건설 사업 중단 등을 주장하는 바와 같은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회창 후보의 북한의 일방적 책임론에 근거한 대처 방식은 문제해결책 마련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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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한 핵개발과 제네바 합의 재협상


-이후보는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결코 협상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폐기할 것인지 여부를 먼저 선택해야 재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선 핵개발포기 후 협상’ 입장을 밝혔다.
-노후보와 정후보는 미국의 ‘우려사항’과 북한의 ‘요구사항’을 일괄타결하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협상과정에서의 한국 참여문제와 관련하여 세 후보 모두 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한국이 재협상에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보는 남북 당사자간 대화와 한미일공조, 중러의 협조유도 등 다각적 외교노력을 강조했고,
-노후보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면서 3자협상 방식도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북미,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후보는 북한의 한국 배제 의도를 차단하고 우리의 안전과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당연히 당사자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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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 저지와 관련하여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문제를 풀려는 단선적 접근 방식은 일정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발생한 북한핵위기 때도 그랬지만 북한 핵문제는 단순한 핵이라는 측면에서만 풀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크게 열세에 있는 북한이 안보위협과 미국의 대북 고립 공세에 맞서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 즉 평화협정과 신뢰구축, 군축 등을 통한 안보문제 해결, 대북 경제제재와 테러국 지정 해제를 통한 경제협력과 국교의 정상화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후보의 선핵개발포기 후협상은 그럴듯해보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으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위기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노후보가 제네바 합의 재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역할을 북-미간 중재자 역할 정도로 인식하면서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3자 협상방식에 대해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한반도문제의 당사자해결구도란 측면에서 보면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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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햇볕정책 평가


 -이 후보는 북한이 우리측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지원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개발을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의 대안으로 ‘군사적 긴장완화와 교류 및 지원의 병행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후보는 남북화해․협력으로 남북 사이에 신뢰가 조성됨으로써 그나마 북미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냈다고 하면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구도가 마련되고 있는 것을 햇볕정책의 결과로 봤다.
-정후보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시인과 상관없이 햇볕정책은 북한의 변화유도라는 결과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5.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이후보는 북한의 핵포기선언 및 사찰 요구 수용 의사표명 때까지 개성공단 개발 등 민간차원의 경제교류는 지속하되 현금지원사업, 경의선 물자지원과 경수로건설문제 등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후보는 북한 핵개발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남북경협은 지속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는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KEDO 사업은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후보는 북한 핵프로그램이 던져준 충격과 우리의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남북경협사업의 확대를 방해하고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견지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지속하되, 경수로를 비롯한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은 일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후보는 햇볕정책의 유효성은 인정하되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는 정경연계정책을 통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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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제공, 대화를 통한 북한 변화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 현정부의 햇볕정책은 최근 북한의 일련의 정책변화로 그 유효성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마치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촉진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핵위기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통한 대북 강경대응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쉽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대선과 관련한 정치권의 상황 오도 및 햇볕정책의 폐기 요구는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기일수록 대화 통로를 넓혀주는 햇볕정책의 유용성은 존재한다.


따라서 정후보가 햇볕정책의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핵문제와 관련해서 경수로를 비롯한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의 일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서로 배치되는 주장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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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반도위기관리시스템


이후보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동북아평화협의체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평화 3원칙과 5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노후보는 화해협력정책을 평화와 공동번영정책으로 발전시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동북아평화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후보는 국가안보회의와 비상기획위원회 강화와 구체적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은 좀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7. 총평


  북한핵문제와 관련하여


-이후보는 미국측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햇볕정책과 북한핵개발을 연관시키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하면서 ‘북한핵개발 포기’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노후보는 북한 핵개발 시인이란 미국측의 주장을 유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핵문제의 포괄적 타결을 주장하면서 햇볕정책으로 쌓은 남북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정후보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시인이 현안문제의 일괄타결을 모색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인식하지만 이후보와 같이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의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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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는 북-미 현안문제임과 동시에 남북 현안문제이고 국제적인 현안문제다. 이 문제가 먼저 풀리지 않으며 북한의 생존자체가 어려워지고 남북관계의 진전도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운명과도 직결된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1993-4년의 핵위기때는 남북간 대화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전쟁 일촉즉발의 국면에서 북-미간 협상을 통해서 가까스로 해결됐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남북대화 채널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대화로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사소통 통로가 열려있다. 평양에서 열린 제8차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함으로써 제2의 한반도 핵위기가 도래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핵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남과 북은 모든 대화채널을 가동해서 위기해소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돼야 한반도문제의 국제화를 막고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핵문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회창 후보의 대응책은 한국 정부의 핵문제를 풀기 위한 대미․대북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해결방안은 더욱 그러하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햇볕정책의 기본 원칙의 연장선에서 핵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 대미․대북 설득 내용에 있어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 제시가 미흡할 뿐더러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핵 문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일정한 인식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몽준 후보의 경우 햇볕정책의 기본원칙과 핵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한 일관성의 결여는 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한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이지 못한 추상적 주장은 후보의 문제해결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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