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시국담화에 대한 경실련 논평

관리자
발행일 2000.02.02. 조회수 2970
정치

  오늘 김영삼 대통령의 시국담화는 최근 한보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시국담화는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총체적인 국난(國難)에 처하게 된 근본원인과 해결방향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한보사건의 진상규명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이번 한보사태를 계기로 증폭된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보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는 현 검찰이 아니라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여 한보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축소은폐로 종결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만 밝히고 있어, 한보사건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현철씨 문제 또한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시킬 것임을 표명했으나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의 활동에 대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므로, 피의자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도록 조치하고 필요하다면 국회 T.V.청문회에 증인으로도 참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부패척결에 대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둘째, 깨끗한 정치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제2, 제3의 한보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 실명제 도입,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벌칙 강화, 정치자금 수수나 기부의 투명성 확보 방안 도입 등의 정치자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부패구조를 청산하기 위하여 돈세탁방지법, 내부고발자보호법, 금융실명제 강화,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실질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는 '필요하다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구체적인 개정방향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부패방지을 위한 제도개혁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셋째, 한보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개혁 조치가 빠져 있다. 이번 한보사건은 한국은행의 독립과 관치금융의 청산, 재벌기업의 소유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 등 재벌개혁, 과도한 행정규제의 철폐와 정부 조직과 기능의 축소 등의 경제개혁 조치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는 이러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채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만 밝히고 있어 또다시 경제회복을 빌미로 재벌기업들의 이익옹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통령의 담화는 나름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 국난(國難)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커다란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민들의 절망감을 씻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실련>은 김영삼 대통령이 한보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남은 1년의 임기동안 사회 각계의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여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1997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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