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 책방골목]순종하는, 사람이 미래다

관리자
발행일 2014.06.09. 조회수 426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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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방문>노영수, 후마니타스


 


 


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은 손해배상 등 금전적인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도 다르지 않아 얼마전 코레일은 철도민영화 반대를 위해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게 수백억원의 가압류와 징계를 선물했다. 이 책의 저자역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과 퇴학이라는 사기업의 횡포를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맞이하게 된다. 기자회견, 1인 시위, 총장실 점거,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마지막으로 31배까지. 책은 침묵의 시대, 취업난을 돌파하고 기업의 인재가 되기 위해 순종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밖에 없는 대학에서 재벌기업의침탈을 막고자하는 저자의 고된 싸움기이다.


 


중앙대는 2008년 두산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도 기업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두산그룹 회장(중앙대 이사장)의 말에 따라 대변혁을 맞는다. 대학의 자치권은 철저하게 유린 당했으며, 수많은 학생과 직원, 교수들은 뿔뿔이 흩어져 입을 닫고 재단에 굴복했다. 대기업의 혜택을 기대한 학생들도 많음은 물론이다. 서글프지만 두산이 중앙대를 장악하지 않았다 해도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했을 것이며, 학생회의 설자리는 작아지고 학생간 또는 교수와 학생간 유대감은 줄


어들었을 것이다. 이미 대부분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 그러하니 말이다.



말보다 행동이 몇 갑절 어렵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그 어려운 저항을 저자와 동료들이 했지만 중앙대에서 바뀐 것은 없다. 그들은 오늘도 대학을 기업화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개혁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자의 저항을 단순히 한 운동권 학생의 젊은 날의 치기로 기특하게만 보고 넘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와 함께 저항했던 한 학생의 자퇴 선언문을 옮긴다. 대학을 사회로 바꿔 읽어도 맞아 떨어지는 그들의 외침을 모두가 듣길 바라며.


 


내가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의 벽은 너무나 거대하고 완고해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그저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를 고민하고, 경쟁을 통한 생존을 요구했다. 그렇게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 난 결코 그들이 원하는 인간형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저항을 해보려한다.”


 


 


 


 


최승섭 부동산감시팀 부장


sub@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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