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불법정치자금 제공기업의 사면 주장에 대한 경실련 의견

관리자
발행일 2003.11.03. 조회수 2456
정치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년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강조하며,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면하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은 대선자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처리를 통해 정치개혁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에 배치될 뿐 아니라, 처벌 범위를 대통령이 획정하는 것으로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잘못된 것이다.



  첫째,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문제에 관한 한 누구를 사면하고 누구를 처벌하자고 주장할 입장에 있지 않다.  대선자금 문제는 노 대통령도 관련 당사자의 한사람이다. 원칙적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수사대상자가 수사 범위와 수사 주체를 거론하는 것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행동이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이 문제가 있다면 노 대통령의 주장 또한 똑 같이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의도와 상관없이 결국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통령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이 지금 취할 태도는 검찰이 공정하게 부담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되, 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 수사의 방향과 범위는 전적으로 검찰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이번 대선자금 문제가 이후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검찰의 수사방향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문제를 국민들에게 밝히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작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자금도 모든 것이 깨끗하게 이루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굿모닝시티, SK비자금 사건, 자금영수증 문제 등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으며, 지난 7월 형식적으로 발표한 자금 내역도 지금에 와서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면 먼저 작년 선거시 자금을 담당했던 열린우리당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국민들에 밝힐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 없이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정직한 처리보다는 정치적 접근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셋째, 노 대통령이 수사도 하기 전에 사면을 거론하는 것이 그 대상이 누구이든 법치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수사에 착수하여 진상을 규명하기도 전에, 현행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드러나기도 전에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실정법을 무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의 주장대로 할 것이면 법은 왜 존재하며, 수사기관은 왜 존재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무엇보다 법치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할 대통령이 법치를 무시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넷째, 노 대통령의 주장은 현재 경제상황이 어려워 기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더욱 경제상황이 악화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경제상황으로 불법적 행위까지 면책되는 것이라면 기업과 기업인은 법 적용에서 예외로 남는 초법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도 불법자금을 기부하는 부도덕한 기업인들 때문에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다.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경영을 위해서도 불법이 드러난 이상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에 맞다. 더구나 불법자금을 주지 않고도 깨끗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도 있음을 고려한다면 사면거론은 적절하지도 않고 법 집행의 형평을 파괴하는 주장과 같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는 수요와 공급 두 측면에서 똑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두 측면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깨끗한 정치는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다. 불법자금의 수요자인 정치권도 처벌되어야 하겠지만 대가나 이권을 바라고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이나 기업인 또한 똑같이 처벌되어야 개혁이 가능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수 차례 불법자금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 항상 선거 때만 되면 불법자금을 주는 기업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향후 여전히 불법자금 수수관행은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향후 대선자금 수사에 있어 일체의 상황적 고려나 정치적 고려를 하지말고 오로지 법적 원칙에 따라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엄정한 처리가 있어야할 것이다. 이럴 때만이 대통령 발언에 영향 받지 않고 검찰의 사법적 소신에 따라 대선 자금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국민들은 믿게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은 검찰에 부담주지 말고 먼저 대선 자금을 공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의: 경실련 정책실장 고계현 02-771-0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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