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막말 정치에 거세당한 민생

관리자
발행일 2019.05.24. 조회수 1972
칼럼

[월간경실련 2019 5,6월호]
 

막말 정치에 거세당한 민생


 

윤순철 사무총장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말을 들으면 말하는 이의 생각이나 인격을 가늠할 수 있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나 생채기를 줄 수도 있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대중을 향해 하는 말은 당사자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에 정치인들의 말은 신중해야 하고 절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을 듣노라면 귀를 씻어도 씻기지 않을 막말 배틀이 지난 60일 동안 막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는 ‘행정부, 사법부를 넘어 입법부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문재인 정권은 좌파독재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김무성 자유한국당의원은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 하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말해 논란이 있었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별대담 질문자인 KBS 기자가 독재자 표현을 한 후, 문빠·달창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미친 정부로 규정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막말 상대의 대응도 거셌다. 여야4당이 선거제·사법개혁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 후, 자유한국당이 이에 반발하여 장외투쟁으로 나가자 민주당은 이를 가출정치라고 하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에게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없다.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라고 하였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금 좀 미친 것 같다고 하였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민특위 국민분열 발언을 하자, ‘이런 망언이 자유한국당을 극우 반민족당이라 말하고, 나 원내대표 이름이 ‘나베 경원’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된다’고 하였다.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가 5·18 특별법을 처리하지도 않고 5·18 기념식에 참석하려 하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이코패스로 지칭하였다.
 
막말은 경제문제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 않고, 성공이라 말하는 문 대통령은 달나라 사람’으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상처가 났는데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더 커지는 병인 한센병’으로 되받아 막말의 끝판을 보여줬다. 한센병은 일제 때부터 박정희 군사정권에 이르기까지 강제수용소에 격리수용 되어 강제노역, 폭행, 감금 심지어 강제 불임시술, 강제 낙태가 행해졌던 반인도주의적 범죄로, 일정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가해졌던 국가적 폭력과 억압, 그로 인하여 가중되었던 사회적 차별, 배제, 멸시가 복합적으로 내재된 것이다.
 
정치권의 거친 막말 뒤의 해명도 궁색하다. 자유한국당은 보수당에 편파적인 ‘극우 막말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 한다. 여당은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의 후예가 헌법 수호를 외치는 적반하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막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나 공천을 기대하기에 그 기세를 스스로 꺾을 수 없을 것 같다. 막말 배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자유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 반민특위, 세월호 등의 연이은 막말 시리즈로 보수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했을 지라도 탄핵 이후 흩어졌던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봤다. 이에 대응했던 민주당도 존재감을 지켰다.
 
막말 정치의 결과는 민생의 거세였다. 민생을 제쳐두고 막말을 뱉어내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평가는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세금을 받으며 막말의 유희를 즐기는 정치인이 다시는 국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 법은 정치인들을 임기 중에 심판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그러니 심판은 선거 때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 거리에서, 지하철 역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유권자들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한 표 달라고 애걸할 것이다. 달창공천, 한센병공천, 다이나마이트공천, 좌파독재공천, 미친정부공천, 달나라공천, 나베공천, 사이코패스공천, 반민족당공천 등을 시민들이 용서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내는 시민이 아닌 보스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을 지금부터 기록하여 공천 때부터 확실히 정리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발전하고 민생이 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