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겠지만 알아야 하는 프로야구 뒷이야기

관리자
발행일 2012.06.05. 조회수 529
칼럼




관심 없겠지만 알아야 하는 프로야구 뒷이야기


 


박지호 시민권익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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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10구단 체제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4월 7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약 6개월간 대장정을 시작했다. 페넌트레이스 팀 당 133경기, 팀 간 19차전 씩 총 532경기로 편성되었고 한 달여가 지났다. 프로야구는 올해 650만 관중 이상 동원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개막전 4경기가 모두 매진되며 9만5천600여명을 동원하였고, 5월 8일까지 134만5,59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프로야구의 승승장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바로 9구단인 NC다이노스의 1군 진입과 신생 10구단 창단 논란이다. 5월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제4차 이사회를 열어, 작년 8월 출범하고 지난 3월에 창단 승인을 얻은 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시즌부터 NC 다이노스를 포함하여 총 9개 구단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사회에 상정되었던 10구단 창단 추진안은 그결정이 유보된 상황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 1군 리그는 기아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언즈, SK 와이번즈, LG 트윈스 8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9번째 구단으로 현재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BO 이사회가 NC 다이노스를 내년부터 1군 리그에서 참여할 수 있게 결정한 것이다. 22년간 유지해오던 8구단 체제가 사라지고 9구단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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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의 필요성


 


 


하지만 9구단 체제는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총 경기 수가 현재 532경기에서 576경기로 44경기가 늘어나지만, 구단별 경기 수는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오히려 5경기 줄어들게된다. 팀 간 19차전을 치르던 것이 16차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9구단 체제에서는 대폭적인 관중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각 구단의 수익 면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경기 일정과 경기 수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먼저 구단별로 66~67번 치르던 홈경기 수가 64경기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소위 '빅 매치'로 불리는 경기 수도 줄어든다. LG와 KIA의 잠실 경기, 2010년 이후 시작된 LG와 넥센의 ‘엘넥라시코'등 많은 관중을 보장하는 인기 매치업 수가 8구단 체제 때보다 적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잉여 구단 문제, 경기 일정 조정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짝수 구단 운영, 즉 10구단 창단만이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이기주의


 



그렇다면 왜 KBO는 9구단 체제는 인정하면서도 10구단 창단은 유보하였을까? 이러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일부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숨어있다. 신성한 영역이어야하는 스포츠, 그것도 관중 동원률이 가장 높은 프로야구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이기주의가 녹아들어 있다.



상당히 우습다고 생각되는 사족을 달자면,KBO 이사회는 전문가 위원 집단으로 구성 되어있지 않다. 현 8개 구단의 사장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서 주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다.



8개 구단들 중 대기업 이기주의를 여실히 드 러내고 있는 구단이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이다. 롯데는 KBO 이사회에서 NC의 2013년 1군 진입 안 표결에서 기존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한 구단이기도 하다. 표결 전에는 삼성과 한화 역시 NC의 1군 진입을 반대했지만 표결에서는 롯데만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적어도 삼성과 한화는 팬들 눈치를 보는 시늉은 하고 있다.



당연히 롯데의 반대 이유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직접적 수익 감소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NC는 연고를 경남 창원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는 롯데와 팬 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롯데라는 팀은 신문지 응원, 주황색 비닐봉지 응원 등으로 무장한 수 만 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전국구 구단이다. 2012년 프로야구 구단별 관중현황을 보아도 롯데는 벌써 31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여 8개 구단 중 관중 동원 1위를 기록하고있다. 이러한 롯데란 팀의 티켓 파워가 NC의 등장으로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창원, 마산 지역 프로야구 팬들은 NC가 1군에 진입한다면, 야구를 보러 굳이 부산 사직구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된다면 한달 동안 31만 명의 관중을 동원한 롯데와 사직 구장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좀 더 단순하게 접근해서 롯데 사직구장의 입장료를 토대로 연 순수 손실을 따져보면, NC가 마산과 창원 지역의 팬을 흡수하여 롯데의 팬 약 1/3을 분리해 나간다고 가정하면, 사직구장에서 홈 티켓 판매 수익에서만 최소 66억의 손실이 일어난다.(티켓비용을 점유율이 많은 지정석 S, A, B석의 평균인 1만 1,000원으로 계산한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순수 티켓판매 수익 하락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가적으로 사직구장 구내 시설 이용객 하락, 야구장 후원 기업 분리, 광고판 사용기업 분리 등 롯데가 입는 경제적 손실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주 원초적인 이유 때문에 롯데는 NC의 창단부터 1군 진입까지 꾸준하게 격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롯데가 스스로 자신들의 이기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기업 이기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선 롯데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을 창단하는데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 역시 상당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삼성과 한화 구단이 롯데와 함께 10구단 창단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9구단 체제, 홀수체제의 리그 운영은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 주중 경기가 열리는 동안, 그리고 시즌 후반 잔여경기 편성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한 개 구단은 놀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기 때문이다. 과거 빙그레 창단과 함께 5년간 홀수 구단체제를 몸소 겪어 봤기 때문에 분명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 삼성, 한화는 현재 리그에서 활동 중인 구단들의 적자 문제, 무분별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팽창에 집중해야 한다며 10번째 구단 창단에 반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들의 진심은 프로야구의 발전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한 언론과 인터뷰한 실제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창단할 때 KBO에 현재 KBO회관을 지어 헌납했다. 또 매년 평균 200억씩 25년을 (운영비로) 쏟아 부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철저한 구단 혹은 기업 이기주의를 내세우며 기득권을 넘겨주는데 대한 아쉬움과 ‘권리금’을 제대로 못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는 것이다.



또한 신생 구단의 창단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삼성과 한화가 일방적인 반대를 하는 이유는 일부 대기업 고위층에서 중견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동반성장에 그렇게 반대 의사를 밝히던 일부 대기업들이 스포츠계에서도 이유 있는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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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생존이 아닌 공멸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와 같은 일부 대기업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지속된다면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는 결국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주중 경기나 주말 경기가 없다고 한다면 자연스레 야구 관람 빈도가 줄어 들 것이다. 그리고 장기간 휴식에 따른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문제 역시 프로야구 전반에 걸친 문제가 될 것이고 팬들은 재미가 없는 프로야구 경기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프로야구를 활용하여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직접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것은 기업의 후원이나 높은 연봉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매일 꽉 차 있는 경기장 풍경과 관중들의 환호성에 훨씬 더 큰 힘을 낼 것이라고 필자는 추정해본다.(물론 일부 승부조작 선수들은 그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대한민국 프로야구는 출발이 분명 순수하지 못했다. 군사정권이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추진한 3S(Screen, Sport, Sex)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음은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다. 전 국민의 통합을 다지고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지만, 정치적 지역주의와 결합되어 오히려 경직된 지방분열을 조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프로야구는 가족단위 관람객이나 연인들이 찾을 수 없는 ‘고등학교 시절의 당구장’과 같은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프로야구가 순수하게 관객들의 힘만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도한 음주를 삼가며 경기장 내 폭력사태나 폭언, 오물 투척 등을 줄여가며 더 많은 사람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다. 각 선수들마다 고유한 응원송을 만들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공격을 할 때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즐거운 공간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프로 야구팀이 소속 기업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윤오남·김성택, 2005)이란 연구 논문에는 “이 세상 어떤 오락물도 스포츠처럼 허구와 꾸밈없이 사람들을 웃고 울릴 수는 없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구절만큼은 사족도 달고 싶지 않다. 기업들은 물론 기업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제가치성에 위배되지 않도록, 관중들을 위하고 한국 프로야구의 지속적 승승장구를 위해 가지고 있는 이기심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밝혀본다.(어차피 그렇게 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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