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화와 ‘한반도 문제’의 해결_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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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11.20. 조회수 808
칼럼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화와 ‘한반도 문제’의 해결”


 


백 학 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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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가 큰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우선 동북아 지역의 강국인 중국은 G2 지위로의 부상을 배경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하 ‘시진핑’)의 ‘중국의 꿈’(中國夢)의 실현을 위한 ‘시진핑 시대’를 개막하고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의 증강을 바탕으로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 (a new type of major power relations)에 합의하고 이를 한반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기본적인 틀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재정절벽’(fiscal cliff), ‘시퀘스터’(sequester: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국가부채’(national debt)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비전략으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공식화하고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자신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시리아 화학무기 문제, 이란핵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동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반도 문제’해결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관계 형성과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 경쟁적인 관계이나, 지난 6월초 캘리포니아 서니랜드 정상회담에서 미중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합의하고, 대결보다는 협력을 증진시켜 상호 윈-윈(win-win)함으로써 자신들의 국가이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중미양국은 ‘신형 대국관계’의 틀 속에서 ‘한반도 정치’를 보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남한과 북한과 면밀한 공조를 통해 한반도 정치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남한과 북한도 각각 미국과 중국과 면밀한 공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코자 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올 한중정상회담에서 보았듯이, 중국과 여러 다양한 면에서 발전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상호간에 경제, 교육, 문화, 외교 등의 분야에서 그렇다. 그러나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이슈들은 여전히 한미동맹 공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3대 권력세습을 마무리 짓고 ‘정치적 안정성’을 획득한 바탕 위에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하 ‘김정은’)이 중국과 면밀하게 공조하면서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본 글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화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중심으로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6.25전쟁의 종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북핵문제의 해결 등을 포함한다. 본 글은 우선‘동북아 국제정치의 현황과 변화’를 미중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첫째,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법들(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의 재검토, 둘째,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 ‘하나로 결합’된 새로운 합의와 이행의 중요성, 셋째, 관계국들의 ‘문제해결적 리더십’ 확립 문제, 넷째, ‘분단고착적’이 아닌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 수립의 필요성, 다섯째, 미중협력과 남북한의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우리에게 와 있으며, 모든 관계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 동북아 국제정치의 현황과 변화
 
우선, 2013년 후반기의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의 특징 중의 하나는 북중양국이 면밀히 공조하는 바탕 위에서 한미양국에 대해 6.26전쟁의 종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관계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6자회담 재개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한미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 진영 간의 이러한 ‘불균형’이 ‘한반도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특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양 진영 간의 ‘불균형’은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문’을 여는 데 큰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서는‘동북아 국제정치의 현황과 변화’를 미중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미중관계: ‘신형 대국관계’
 
중국은 6월 초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중미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의 개막을 선언했다. 시진핑이 부주석으로 있던 2012년 2월 워싱턴 방문시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태평양은 두 대국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모두가 평화와 안정, 발전을 갈구하는 시기에 의도적으로 군사 안보 어젠다를 강조하면서 전력을 증강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역내 국가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던 데서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중국에서 있어서 ‘신형 대국관계’는 일초다강이 아닌 미중양국 관계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 시대,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의미하며, 냉전시기의 ‘적대적 대결과 충돌’이 아닌 ‘호혜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 ‘윈윈’하면서 미중양국이 국제질서와 번영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중미양국은 지금 현 단계에서는 대결과 충돌보다는 협력이 서로 자신의 국가이익에 합당하다고 본 것이다.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에 의하면, 중국은 미중간의 ‘신형 대국관계’는 상대방의 사회제도와 발전경로,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하며, ‘신형 대국관계’에는 세 가지 함축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첫째,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는 것’으로서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바라봐야 하며, 차이와 갈등은 대립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둘째, ‘상호 존중’으로서 양측이 각자가 선택한 사회체제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 ‘윈-윈’할 수 있는 협력’으로서 양측이 ‘제로 섬’식 사고방식을 버리고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미간의 신형 대국관게는 발전은 전례 없는 노력이며 역사적 혁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미중간의 ‘신형 대국관계’는 양국정부의 ‘한반도 정치’의 기본적인 틀이 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6.25전쟁의 종전,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수립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2) 남북관계
 
남북한은 2013 전반기에 실로 최근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대결과 불신의 심화를 경험했다. 특히 3~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는 극도의 전쟁위기 고조를 겪었다. 2012년 12월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 이전까지만 해도, 남북한 지도자들이 앞으로 서로 협력하여‘자신의 시대’와 ‘한반도 시대’를 개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됐으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이후에 전개된 상황은 정반대로 대결과 전쟁위기의 고조였다.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결은 경제협력 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됐다.


 


남북한은 7차에 걸친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룩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도 컸으나, 지금 이것들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정부와 달리 ‘북한 붕괴’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 이명박정부의 북한붕괴론이 남북간의 불신과 남한사회 내의 남남갈등을 악화시켰던 것을 상기할 때, 상호 신뢰구축을 중시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자신의 시대를 여는 데 이점을 갖고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대북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 문제에서 어떤 확고한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남북 간에 행동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자는 것으로서,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의 가치와 목표가 ‘프로세스’ 즉 ‘과정’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하 ‘김정은’)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대범한 대화공세’로 규정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 평화번영을 내다본 전략적 리더십의 발현’이며,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혁신적 리더십의 산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북중양국의 면밀한 공조 속에서 본격적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통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로버트 킹 미 국무부 인권특사의 북한방문 직전에 이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또 이산가족 상봉을 행사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고 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신뢰를 쌓는데 스스로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그 동안 남북한은 올 전반기에 ‘기싸움’에 들어가 상대방에 대해 개성공단 잠정중단과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 전쟁위협 등 ‘벼랑 끝 전술’을 포함한 여러 방법과 수단을 사용해 보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 전략, 그리고 정책 환경 등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게 됐다. 이렇게 본다면, 남북관계는 탐색전이 끝나고 개성공단 정상화 결정 이후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또 ‘기싸움’에 들어가게 되어가게 됨으로써 오히려 대결과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 있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듣기 싫은 말과 도발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유혹’에 빠져 있는 불행한 상황이다.
 
3) 한미관계
 
한미양국은 2013년 5월 7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변함없는 동맹공조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양국의 대북정책, 지난 5~6월부터 시작된 북중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에 대한 반응, 이번 달 2일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중심으로 한미관계를 살펴보자.


우선, 올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양국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상회담 의제들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항은 대북정책이었다. 정상회담에서 양정상이 합의한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조치를 취하고 국제적 약속과 의무를 지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 언제든지 대화하고 또 돕겠지만, 정반대로 북한이 도발하면, ‘확장 억지’에 의한 미국의 대남 핵우산 제공, 미국의 ‘재래식 및 핵 전력의 총동원’을 통한 한국의 방어, ‘포괄적이고 상호운용이 가능하며 연합된 방어능력의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도발에 강력 대처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특별히 예전과 차이가 없는 전통적인 정책이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적인 내용은, 자신이 이해하기로는, 한미양국이 대북 억지 준비가 되어 있고, 침략에 대해 대처하며, 도발행위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북한이 다른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포용정책을 위해 문을 열어 놓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정확히 옳은’ 접근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미국과 한미양국이 취해온 대북접근법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어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결국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위기 해소와는 거리가 먼 회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5월 하순, 특히 6월부터 북한은 중국과 정책공조 하에 ‘대화와 협상’ 공세를 펴면서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비핵화 등’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오바마 미대통령에게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북중양국의 적극적인 ‘6자회담 재개’ 요구에 대해 한미양국은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양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겠다는 진정성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와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북한의 ‘선핵포기 요구’를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 이란핵 문제, 시리아 화학무기 문제 등 ‘중동문제’에 집중하면서 한반도 문제나 동아시아 문제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오마바 대통령은 9월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그가 거론한 나라이름의 빈도를 보면, 이란 26번, 시리아 21번, 이스라엘 15번, 팔레스타인 11번, 중국 1번이었다. 이는 오바마정부가 이란핵문제 해결과 시리아 화학무기 해결,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미국의 최우선적인 외교안보 문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지난 2일 한미양국은 서울에서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어 13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국방장관들은 제5항에서 “2013년 3월 양국 군사당국이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해 한·미가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완성시킨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동 계획이 향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동맹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임을 재확인”했다. 제6항에서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합중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고,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억제방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양국의 ‘북한 핵·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주요 위협 시나리오에 대한 억제의 맞춤화를 위해 동맹의 전략적 틀을 확립하고,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동맹능력의 통합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제7항에서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은 “대한민국이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이 있는 대응능력을 지속 구축할 것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양 장관은 동맹 지휘·통제체계의 상호운용성을 증진시켜 나기기로” 했다. 제11항에서 양국 장관들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환과 관련하여, “전작권 전환은 동맹의 연합방위태세·능력을 유지, 제고시켜야 하며, 한미동맹의 국방 우선과제와 미래 발전에 기여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심각해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상황에 특히 주목”한다고 했다.


 


한국군의 전작권 반환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측이 이번 안보협의회 이전에 이미 공식적으로 전작권 반환 연기를 요청했었고,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반환 연기를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작권 반환 연기 문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양국 국방장관들은 핵무기 사용징후 포착시 한미군이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선제 대응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했다. 그런데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르면, 북한 핵 등의 위기 상황을 위협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사용임박 단계에서 군사적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략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4) 한중관계
 
한중관계는 2013년 6월 27일 베이징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잘 나타나있다. 무엇보다도 한중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안보분야에서 상시적 전략적 소통 강화,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목표 재확인 등 경제·사회분야에서 협력 확대, 양국민 간의 다양한 형태의 교류 촉진과 특히 정부차원의 한중인문공동위원회 설치 등 인문유대 강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북핵문제에서는 한중 양국 간에 이슈에 따라 ‘의견 일치’와 ‘의견 불일치’가 동시에 존재했다. ‘의견 일치’의 경우를 살펴보면, 양측은 6자회담 틀 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대화를 강화,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또 한국 측이 설명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에 대한 중국 측이 ‘환영’했고, 박근혜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원칙적으로 지지’했다.


 


한편, ‘의견 불일치’의 경우를 살펴보면, “양측은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당국 간 대화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부분과 “한국 측은 … 중국 측이 … 한반도에서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증진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건설적인 기여를 해줄 것은 희망”했고, “중국 측은 남북한 양측이 대화와 신뢰에 기반하여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는 부분이다. 한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은 남한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적극 권장한 것이다. 이는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한국의 입장을 도와줄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잘 타나낸 것이다.
 
5) 북중관계
 
현재의 북중관계의 특징은 북중양국의 지도자들이 서로 면밀히 협력하여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시진핑은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제관계에서 대결보다는 협력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2013년 5월 13~14일 이틀간 동해상에서 한미합동해상훈련이 끝남에 따라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약 10일이 지난 5윌 22일 김정은은 중국에 최룡해를 특사로 파견했고, 최룡해는 5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6월 7~8일 미중정상회담이 개최되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기본 틀을 만들어 낼 터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그 전에 중국과 정책조율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시진핑은 최룡해에게 ‘한반도의 비핵화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대세’라면서 ‘관련국들은 어떤 국면에서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고 6자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실현해야’ 함을 강조했다. 최룡해는 “관계 각국과 함께 노력해서,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고 싶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6월 초순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오바마는 ‘신형 대국관계’에 합의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북중양국은 6월에 들어 본격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에 착수했다. 북한은 6월 16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미 고위급 대화를 제의했다. 김계관은 6월 18일 베이징을 방문하여 중국측과 6자회담 재개와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제1차 북중전략회의’를 가졌다. 중국의 6자회담 대표 우다웨이가 6월 16부터 30일까지 무려 반 달 동안 북한을 방문했으며, 북한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오바마와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유관국가들이 9·19공동성명의 입장으로 돌아가 조속한 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직접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중국은 또한 9월 18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의 수석대표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회의(1.5트랙)를 개최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계관과 리용호가 참석했다. 김계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또한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 하나만 추구한다고 해서 실현될 문제도 아니다”면서 “조선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자면 9.19 공동성명의 각 목표를 균형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이 북한의 핵포기 만이 아니라 ‘전 한반도의 비핵화’를 다뤄야 하고 6.25전쟁의 종전과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북미관계 정상화 등 주요현안을 포괄적으로 균형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한편, 리용호는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그 다음 주에는 영국 런던에서 보스워스 전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전직 관료들과 한반도 전문가들과 접촉했다. 이는 미국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 있는 ‘대화파’ 인사들을 만나 6자회담 재개의 성사시켜 보려는 노력이었다.


 


리용호와의 비공식 모임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에 따르면, 북한은 핵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는데, 그것은 첫째, 비핵화 협상 용의가 있다. 둘째, 대화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셋째, 다만 대화 초기에 신뢰구축 단계를 밟기를 희망한다. 넷째, 다단계 협상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화 초기의 신뢰구축 단계’란 대화 초기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의 모라토리엄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실험 모라토리엄의 경우, 인공위성 발사실험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단계 협상 프로세스는 과거 제네바 북미기본합의 또는 9.19공동성명 등 일련의 6자회담 합의와 마찬가지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양측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방식으로서 핵 프로그램의 해체가 종착역이라는 것이다. 협상분야는 크게 ‘비핵화’, ‘정치’, ‘군사’, ‘경제’의 4대분야이며, 군사분야에는 평화조약 논의가 포함되고 한미 군사훈련 등을 논의하며, 경제분야는 경제지원보다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북한이 2013년 중국과 면밀한 입장 조율을 통해 이처럼 본격적인 대화노선을 들고 나오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치에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1971~72년 상황을 상기시키며, 비록 시대적 맥락은 다르지만 북중양국이 면밀한 공조를 통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치를 주도하고 대처하고 있는 점에서 지금을 그 때와 비교해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 국제사회의 데탕트는 북한에도 영향을 미쳐 김일성은 1970~73년 매년 비공개로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를 통해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중국과 함께 대처하는 공동전략을 모색했다. 그 결과 ‘중미관계 개선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계’해 나가는 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1972년 2월 역사적인 닉슨의 중국방문으로 미중정상회담이 열려 ‘상하이 코뮈니케’가 나왔으며, 결국 남북한 간에는 7.4공동성명이 나왔다.


 


닉슨의 중국방문 전후에 있었던 북중간 ‘한반도 문제’ 관련 입장 조율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키신저가 1971년 7월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고, 모택동은 주은래를 평양에 보내 키진저와의 회담 결과를 김일성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으며, 김일성은 김일을 통해 대미요구 8개항(주한미군 철수, 일본군의 주한미군 대체 반대, 미국의 남북관계 방해 반대 등)을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중국은 그해 10월 베이징을 방문한 키진저에게 북한의 8개항 요구를 전달했다. 그해 11월 초에 김일성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하여 북한이 요구한 8개항에 대해 키신저의 반응을 청취했으며, 1972년 1월에는 박성철 부수상이 닉슨의 베이징 방문 직전에 베이징을 방문하여 최종 입장을 조율했다. 상하이 코뮈니케 발표 직후인 3월에 주은래가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했으며, 김일성은 중국이 중미회담에서 보여준 한반도에 관한 특별한 관심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일성은 미중관계에서의 발전을 남북관계에서의 발전으로 연결하기로 결정했고, 이러한 상황의 발전은 결국 그해 7월 7.4남북공동성명을 낳았다. 김일성은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또 중국을 방문했다.


 


이제 중국이 1972년 국제사회에 등장하여 40년이 흘렀고, 이제 미국과 더불어 새로운 세계질서를 짜면서 6월 초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중미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의 개막을 선언했다. ‘신형 대국관계’라는 것이 ‘대결과 충돌’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협력’으로 서로 윈-윈하자는 것이고, 지금 북한이 이러한 국제정치의 변화의 맥락 속에서 중국과의 면밀한 공조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전면적인 대화제의를 하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III.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
 
여기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하여, ‘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이라는 대북정책의 방법론을 재검토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 ‘하나로 결합’된 새로운 합의와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또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평화정착을 이룩하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 즉 주요관계국들에서 ‘문제해결적 리더십’ 확립의 필요성, ‘분단고착적’이 아닌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 수립의 중요성, 그리고 미중협력과 남북한의 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다.


 


1)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법들: 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
 
향후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하여, 북핵문제 등 북한과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동안 사용해온 방법들에 대해 그 장단점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대표적으로 ‘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참고로, 양자를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당사자 중의 하나인 북한이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양자를 결합하여 사용함으로써 생겨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우선, ‘압력과 제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로켓, 미사일을 포기하게끔 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그것들의 능력을 강화하도록 도와주었다. 실제 ‘압력과 제재’는 북한의 핵, 로켓, 미사일 분야에서 ‘직접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그런 분야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기술과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안보리 제재든 개별국가 제재든 모든 제재는 수출입을 통제하는 것으로서 ‘간접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고, 간접적인 효과는 성격상 직접적인 효과와 달리 한계가 뚜렷했다. 따라서 북한과의 현안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지도부를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설득하는 일이다.


 


반면, ‘대화와 협상’은, ‘압력과 제재’와는 달리, ‘합의’를 만들어 냈다. 여기서 ‘합의’는 ‘북한의 핵관련 정책과 행위에 대한 통제 및 이행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것을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핵을 보유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기로 하고 핵을 포기하더라도 생존과 발전을 가능케 해줄 다른 조건들을 받아냄으로써 생존과 발전을 기약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반영되어 있는 약속이다. 결국 제네바 북미기본합의나 9.19공동성명과 같은 북핵관련 합의들은 양측이 각기 중시하는 것을 상호교환함으로써 윈-윈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그런데 ‘압력과 제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화와 협상’이 북핵을 막지 못했으며, ‘대화와 협상’은 북한과의 현안 해결에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틀린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주장이 적실성이 있는가? 여기서 지적할 것은 ‘합의’가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효과를 내지 못한 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예컨대, 반세기 이상 된 오래된 양측 간의 관성적인 상호불신, 북한의 ‘피포위(被包圍) 의식’과 그로 인한 방어적이고 비융통적인 태도, 국제사회와 ‘합의’를 이루고 지키는 데서 장점과 동시에 단점을 가진 수령제 정치체제,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와 180도 달라지는 대북정책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것 등 여러 변수가 ‘합의’ 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좋은 합의’를 만들어 내고, 이에 더해 설령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차기정부가 전임정부의 ‘국가’의 권위로써 약속한 합의를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에서 민족화해와 평화정착, 그리고 평화통일의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이룩해 나가는 일이다.
 
2)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 ‘하나로 결합’된 새로운 합의와 이행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어떻게 6.25전쟁을 종료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북한 핵, 로켓, 장거리미사일 문제를 모두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포괄적인 문제 해결에서 핵심적인 ‘주고받기’가 성공하여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문제, 북핵문제 등이 영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합의와 이행 로드맵이 갖춰야할 주요 요소는 무엇인가?


 


그동안 북한은 자신의 비핵화에 대한 주고받기 요구로서 두 가지를 내세웠다. 그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었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는 소련 붕괴 후 지난 20여 년간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 우선, 북한이 미국에게 대북 적대시정책을 폐기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주권국이라는 것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북한과 평화공존하는 정책을 추구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인 유엔안보리 제재 등을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체제 수립 요구는 관련당사국들이 6.25전쟁을 종료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서 한반도에서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정착과 관계정상화를 이룩하자는 요구였다. 최근 6월 16일 대미제의에서는 북한은 ‘한반도 전역에서의 비핵화’와 ‘미국의 핵위협 제거’를 핵포기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미 과거에 미국정부도 상호 핵심 요구사항에 대한 주고받기식 타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제 그러한 주고받기 타결(포괄적 일괄타결)에 합의했다. 1994년 북미기본합의 정신도 그것이었고, 특히 1996~1999년의 4자회담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여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목적으로 개최된 회담이었다. 물론 2000년 10월 북미공동코뮈니케, 2005년 9.19공동성명도 그러한 주고받기의 정신을 담고 있었다. 조지 W. 부시정부 시절,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신, 즉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감한 접근법의 바탕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또 한 번의 ‘대화와 협상’의 기회를 모색하여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내고, 이번에는 그 합의가 보다 완전한 합의가 되고 또 그것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는 이행 로드맵을 만드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상호간에 따로따로 분리되지 않고, 양자를 ‘하나의 문제’로 결합하여 ‘하나의 과정’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합의와 로드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참고로, 6자회담 참여국들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직접 관련국들은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제체에 대한 협상을 할 것”이라는 데 합의했지만, ‘적절한 별도의 포럼’이라는 규정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하나의 문제’로 결합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놀았던 경험이 있다. 결국 미국은 9.19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만 신경을 썼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직접관련 당사국들(남북, 미국, 중국)의 별도의 포럼은 아예 한 번도 열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양자의 엇박자와 불균형이 9.19공동성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큰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3) 관계국들에서의 ‘문제해결적 리더십’ 확립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에서 실제 핵심적인 과제는 관련국들의 지도자들이 이들 문제에 대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문제이다. ‘한반도 문제’는 군사안보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압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테크노크라트’들에게 맡겨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까지의 모습은 관련국들의 지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여 해결하려는 자세와 능력이 보지 않았는다는 것이다. 오바마 미대통령은 지금 ‘중둥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한반도 문제’에는 제대로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으며, 제1기의 ‘전략적 인내’의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을 설득하고 또 시진핑 본인이 직접 나서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오바마를 설득하고 있다.


박근혜는 아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시작조차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간의 ‘기싸움’과 불신의 늪에 빠져있으며,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공조를 최우선시 하고 있다. 한편, 김정은은 지금까지 올해 5월까지 개성공단 잠정중단,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 발표 등으로 ‘대결’ 위주의 대남정책, 대외정책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강성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6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상’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미양국의 협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외부의 대북 협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해결적 리더십’을 확립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도 결국은 지도자의 생각과 결단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관련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리더십 확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오히려 부족하지 않다 할 것이다.
 
4)‘분단고착적’이 아닌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서 또 다른 중요문제는 평화정착을 하되, ‘분단고착적’이 아닌 ‘통일지향적’인 평화정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정착 담론과 평화체제 수립문제는 한반도에서 강대국들이 참여한 6.25전쟁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강대국들의 이익과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남북한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에서 강대국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큰 ‘분단고착적’ 평화체제를 거부하고 남북한이 힘을 합해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과정으로서의 통일’ 노력이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남북한 지도자들이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하면, 어느 특정시점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이뤄진다 해도 결국은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는 맥락 속에서 평화체제 구축이 ‘분단고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5) 미중협력과 남북한 협력의 필요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미중협력과 남북한 협력이 또한 필요하다. 중미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합의한 바탕 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이고 모든 관계국들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고, 남북한은 ‘한반도 정치’의 주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자로서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20여년 이상 지체된 냉전구조 해체를 의미하며, 미중양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아시아질서를 수립하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중미양국이 새롭게 자신들의 세력과 이익 관계를 재구조화하면서, 현 단계에서는 대결보다는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신형 대국관계’가 각각의 이익에 합당하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미중양국은 결국 궁극적인 헤게모니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각각 남북한과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한반도에서 남북한 사이에 또다시 새로운 국제질서의 대결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그만큼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 그러한 국제질서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강화되기 전에, 남북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조속히 적극적이고 문제해결적인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양국은 지난 몇 개월 전부터 본격화된 북중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6.25전쟁의 종전,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 등을 달성할 수 있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다.


 


지금 한미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큰 힘을 쏟고 있지 않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협상을 시작하여 합의(북핵 통제 및 해결 메커니즘)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이행해 내지 못하면,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미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이고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정부를 적극 설득하여 북한과 회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한편, 북한은 지난 6월부터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담한 행동계획과 타협안을 제의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이 모든 것은 “흔들리지 않는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혁신적 리더십”, 즉 “민족의 화해와 통일, 평화번영을 내다 본 전략적 리더십”의 발현, 산물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미 위에서 지적한 것이지만, 최근 9월 21일,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9월 25~30일로 예정되어 있던 이산가족 추석 대면상봉을 4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무기한 연기’했고, 10월 2일로 예정되어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함께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은 지난 3~4월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되는’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남북관계에 큰 난관을 조성했는데, 이번에 또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산가족상봉 연기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실수를 반복했다. 또 지난 8월 말에는 북한은 로버트 킹 미국무성 북한인권특사의 초청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러한 반복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행위는 이유야 어떻든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뢰문제는 6자회담 재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반도 문제’ 관계국들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러한 기회가 오면 결코 놓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해 낼 수 있는 ‘효과적’이고 ‘적실성’있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하여 ‘적극적’인 북중양국 vs. ‘소극적’인 한미양국 간의 ‘불균형’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6.25전쟁의 종전,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어려움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18일 베이징에서의 6자회담 관련 반관반민회의 이후, 한미양국이 내걸고 있는 ‘6자회담 개재 조건’에 대해 그것이 지금과 같은 ‘선핵포기’ 요구와 같은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되고 북한의 ‘합리적’인 요구들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위에서 이미 소개했지만, 최근 조엘 위트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북한의 입장은 ‘대화 초기에 신뢰구축 단계’를 밟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화 초기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의 모라토리엄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으로 한미양국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은 서로 좀더 양보를 하여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타협책’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IV.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 우리에게는 북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수립 등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한 번의 협상기회가 찾아왔다.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입장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의 조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핵을 포기하더라도 한반도 전역에서의 비핵화, 미국의 핵위협 중단, 6.25전쟁과 정전체제의 종식, 평화체제 수립,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군사적 긴장의 완화와 해소, 대외 경제협력 등을 통해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확보코자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이러한 구상은 중국지도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시진핑이 직접 나서서 오바마에게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하는 상황이다.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시대’의 개막을 원하는 시진핑으로서는 ‘중국의 꿈’을 이룩해 가는 과정에서 김정은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그를 설득하고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관계국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정치’의 주인은 남북한은 미중양국의 협력을 받아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남한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남한은 요새 다시 걸려든 북한과의 ‘기 싸움’ 프레임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게 북한의 ‘6.16 대미제의’를 수용하여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도록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6.16제의에서처럼 북한이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핵심적인 목표와 이해,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최근에 없던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 목표이며, 이 과정에서 핵보유는 일종의 ‘자위적’이며 동시에 ‘전략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한반도 전역’에서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지고 미국 등 외부로부터 오는 ‘핵위협’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협상을 통해 핵보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반복되는 설명이지만, 요새 북한이 중국과 공조를 통해 ‘대화와 협상’공세를 펴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통해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코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한은 북한의 대화와 협상 공세가 ‘기술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일단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가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북미양자회담, 6자회담을 통해 북핵관련 주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제대로 된’ 협상을 하고 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핵문제 해결은 아직도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미양국으로서는 조속한 ‘대화와 협상’ 재개와 적극적인 문제해결적 노력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인가? 객관적으로 보아, 북한은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이며 보다 근본적 힘의 원천이 되는 경제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어적인 성격의 안보 억지력 확보만으로는 경제발전을 이룩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생활의 향상’은 사실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 핵심적 이유 중의 하나인데, 인민의 복지향상은 현실적으로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이 되어야 가능하며, 현 상황에서는 개혁·개방의 성패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핵, 로켓, 장거리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달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남한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과의 관계개선이 없이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6.25전쟁을 종식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관계정상화를 이룩하는 일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6.25전쟁을 끝내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룩하면서 그 과정에서 북핵문제, 북한미사일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협력 외에 미중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도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처럼 ‘선핵포기’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6자회담 재개 요구를 실질적으로 무시하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계속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미국의 재정이 크게 어려워지면, ‘재정파’들의 목소리가 의회와 행정부에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6.25전쟁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휴전’을 서둘렀던 것은 2차세계대전으로 고갈된 국고가 ‘한국전쟁’ 비용으로 고갈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69년 닉슨 대통령이 ‘아시아 동맹국들의 방어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책임지도록 하자’는 취지의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2년 중국을 방문하여 ‘상하이 코뮈니케’에 합의하는 등 역사적인 미중 데탕트를 추구한 것은 모두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 고갈이 큰 원인이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으로 재정이 극도로 고갈 됨으로써 지금 ‘재정절벽’과 ‘시퀘스터’, 엄중한 ‘국가채무’의 늪에 빠져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재정파’가 득세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요새 미의회와 미국 사회가 조지 W. 부시정부 등장 이후 당파적 이익에 따라 크게 분열되어 있어 그러한 분열이 워싱턴에서의 재정파의 등장을 지체시키고 있을 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국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사일방어(MD)망을 완성하면, 그 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평화정착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너무 지체하면, 북한의 비핵화(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불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한일양국이 핵개발을 서두를 것이며, 이는 중국의 핵능력 배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동아시아에서의 핵무기 경쟁을 초래할 것이며, 그러한 상황에서는 미국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지역에서의 리더십이 실종될 것이 십상이고, 그러한 상황 발전은 미국으로서는 동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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