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 권 일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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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04.24. 조회수 1222
칼럼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


권일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한국교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지방자치시대의 도래 20년


1995년 6월 27일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처음으로 선출하면서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게 된 지도 거의 20년이 되어 간다. 지방자치와 함께 지자체(도시)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치에는 책임이 따르고, 경쟁에는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법의 제1조 목적은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이 목적은 1989년 12월에 개정되었는데, 개정 이전에는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기본적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었다. 즉, 1989년 지방자치법의 목적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을 기함···”에서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로 개정된 것이다.


지방자치의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균형발전이라는 점을 지방자치법의 목적에 담고 있다. 그럼 균형발전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지방자치법은 균형발전이라는 제1조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 균형발전은 필요한가?


국가 균형발전은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의 목표에도 들어 있었으며, 1989년 12월 개정시 지방자치법 목적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공약을 제시한 노무현후보가 당선된 참여정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역균형발전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다양한 지역균형발전전략과 정책, 제도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왜 국토균형발전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견고한 논리적 기반이 부족하였다.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해야 한다고 내세운 이유는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였다. 즉, 국토면적의 약 11%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약 47%(2010현재 49.5%)의 인구가 집중해 있으며, 이러한 집중이 세계의 유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지구상의 많은 국가들이 인구규모와 국토의 면적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소 선동적 주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국토균형발전의 목적은 장소의 발전이 아니라, 주민의 번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만을 문제 삼는다면 다소 극단적 표현인 “주민이 번영하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면 모든 국민이 수도권에 몰려 산들 무슨 문제가 있냐?”라는 주장에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국토정책은 장기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진될 때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국토균형발전이 꼭 필요하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바꾸기 어려운 견고한 논리적 토대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토균형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크게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위험분산과 관리를 통한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구현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비단 투자의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투자전략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의 가장 큰 임무 중의 하나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토불균형은 불안정성을 높인다. 2008년 중국 쓰촨성의 지진을 보더라도 국토의 좁은 지역에 과다한 집중이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로 박정희 정부는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둘째, 헌법정신의 구현이다. 우리나라 헌법 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라고 직접 국토균형발전을 언급하고 있으며, 119조 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라고 언급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납세의 의무를 지는 국민이 국토의 어디에 살건 간에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평등권의 구현을 위해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즉, 국토불균형으로 인한 기회의 상실 및 박탈이 없게 해야 한다.


셋째, 국가 경쟁력 확보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추구를 위해서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평균연령이 젊고 우수한 인력이 집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래로 노동생산성이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도권의 1인당 GRDP는 1990년 507.5만원에서 2010년 2,353.3만원으로 증가했으나, 비수도권지역과 대비해 본 상대적 지수는 1990년 1.21에서 2005년 1.00으로 같아졌다가 2010년에는 0.95로 감소하여 비수도권지역 보다 낮아지게 되었다. 2010년 현재 수도권은 우수하고 생산성 높은 인력들을 가지고도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인구비율이 높은 비수도권보다 1인당 GRDP가 낮다는 것은 그 만큼 수도권의 노동생산성이 이 수치(0.95)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지생산성의 경우는 더 문제다. 2010년 수도권의 토지 1억원당 지역 총생산액은 2,454.4만원으로 비수도권의 5,335.1만원의 46%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토지 및 노동생산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도권에 인구집중이 지속될수록 국토의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 중 노동 및 토지생산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표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1인당 GRDP 변화 및 토지 1억원당 GRDP 변화.JPG


넷째,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정지역으로만 사람들이 몰려들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하게 되어 지역간 격차가 커지게 되면 사회적 형평성의 저해, 국민들 사이 위화감 조성, 지역간 갈등의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은 국가공동체의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자치


우리나라 국토불균형에는 다양한 원인과 대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권일, 우리나라 국토불균형 현황과 대응방안, 성장관리의 이론과 실제, 동서문화사, 2006 참조). 이 글에서는 국토 균형발전은 지방분권의 이념과 헌법상 지방자치권의 보장이라는 지방자치제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지방자치와 관련 지방자치법과 관련된 내용만을 기술하도록 한다. 자치에는 책임이 따르게 되고,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정한 지방자치법 제2조 제1항이 적절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특별시민, 광역시민, 보통시민, 군민으로 구분된다. 행정구역의 명칭을 서열화·계층화함에 따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게 되는 것이, 그리고 대도시로 이주하는 것이 흡사 신분상승처럼 여기지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잠재적으로 인구이동의 요인과 국토 불균형의 원인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초자치단체로서 시(市)와 군(郡)의 명칭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이다. 시와 군을 구분하는 것은 도시․촌락 이원론적 입장에서 도시와 촌락을 분리하여 각각에서의 행정서비스수요를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이 입장은 도시와 촌락에서 각각 다른 특성의 행정서비스수요가 발생하고 그들 행정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공급체제를 전문화하여 시(市)와 군(郡)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제7조 2항과 「지방자치법시행령」제7조 2항에 명시되어 있는 시(市)설치 요건은 근본적으로 도시와 촌락을 명확하게 나누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도출된 것이다(소진광, 한국 시승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한국지방자치학회, 제13권 제4호,  2001.12). 이러한 이유를 충분히 동의하더라도 전국의 시군지역의 명칭에서 시와 군을 통일된 이름으로 바꾸고 행정서비스를 차별화하면 문제가 없을 듯이다.


둘째, 수도라고해서 꼭 특별한 명칭을 붙여야 하는가이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수도라고 해서 특별한 이름을 가진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수도로 특별한 명칭을 지닌 시는 東京都, 평양특별시, 北京直轄市(중국의 上海도 직할시임), 워싱턴DC등을 들 수 있으나, 런던, 파리 등 세계 각국의 수도에 대체로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등의 명칭을 붙이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수도로 정한다는 것과 수도는 특별시라는 명칭을 가지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 174조에 서울 등에 대하여 특례(특례를 인정하더라도 국무회의 배석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공정성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서울시장만 배석할 수 있다.)를 인정한 내용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수도로 정한다고 해서 반드시 특별한 명칭을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균형발전정책들에 대하여 중앙정부의 입장과 여건,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한 후 실효성 있는 정책의 마련과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왜 균형발전을 해야 하는지에 논리적 근거의 마련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우리 스스로도 모르게 고착되어 있는 서울중심적 사고의 개혁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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